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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걷던 그 정동(貞洞)길을 더듬다

풍월 사선암 2014. 8. 30. 08:38

 

'정동(貞洞)은 근대 문화유산 1번지.'

 

2012년 벽두부터 서울 도심 속 정동 일대가 근대문화유산의 메카로 뜨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고종의 아관파천 길을 복원해 답사길로 활용할 계획이고, 서울역사박물관 강홍빈 관장은 아예 "올해는 정동의 해"라고 선포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이 지난해 9월부터 열고 있는 '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 도보 탐방 행사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6일에는 정동 일대 근대유산 관련 기관장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정동 살리기' 방법 모색에 나선다.

 

"올해는 정동의 해"

 

아관파천의 수난이 깃든 역사의 현장이자 자주적 근대국가를 지향한 대한제국의 산실. 1883년 미국 공사관이 처음 들어선 이후 각국 공관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외교타운'으로 변모해갔던 곳. 정동은 19세기 말 서양식 교육과 의술·문화 등이 도입된 근대 서양 문화의 저수지였다.

 

문화재청은 고종의 아관파천 길을 복원한다. 1896년 고종이 일제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길을 근대유산 답사길로 활용한다는 계획. 복원되는 길은 미국대사관저 북쪽 담장부터 옛 러시아공사관에 이르는 약 110m 구간으로, 옛 경기여고 터와 맞붙어 있다. 미국대사관 소유였던 옛 경기여고 터는 지난해 말 문화재청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상태. 문화재청은 이곳을 사적으로 추가 지정한 뒤 우선 담장부터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역사박물관도 '정동의 재발견'에 나선다. 가을에는 대형 특별전 '정동 1900'을 개최하고, 러시아 국립역사문서보관소에 소장된 당시 러시아 쪽 사료를 수집·조사할 계획이다. 강홍빈 관장은 "전시의 사전 연구로 지난해 '정동 1900' 국제 세미나를 열어 영국·프랑스·독일 등 전문가들과 함께 서구인 눈에 비친 정동을 살펴봤다""1900년 전후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 재발견'의 시금석이라 할 '다같이 돌자 정동 한바퀴' 탐방 행사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말 오후 정동극장을 출발해 옛 러시아공사관이화여고 심슨기념관정동교회배재학당 동관옛 대법원청사구세군중앙회관덕수궁 선원전 터를 돌아 중명전에서 끝나는 코스다. 강임산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국장은 "정동은 유서 깊은 문화재가 많아 근대유산 답사 1번지로 최적의 공간"이라며 "탐방객 중에는 '매일 오가면서도 이런 의미가 있는 곳인지 몰랐다'고 감탄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14개 기관·단체 뜻 모으기로

 

26일 오후 2시 덕수궁 중명전에서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소유자 및 주요 기관 대표자가 모이는 신년하례식은 향후 '정동 재발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정동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함께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문화재청·서울시청·문화유산국민신탁을 비롯해 주한미국대사관·정동제일교회·배재학당역사박물관·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서울시립미술관 ·이화여고 등 14개 단체 및 기관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정동 이벤트'를 구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