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
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
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
밤톨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
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
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은
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 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의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 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감동으로 몰고 가는 단풍의 붉은 마음과
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
내 눈빛이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의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그 날 이후,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에
구름을 끌어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의 사랑에 대하여 쓰며
천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조기영 시인이 고민정 아나운서에게 바친 청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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