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여름의 일 - 나태주

풍월 사선암 2013. 9. 10. 01:07

 

여름의 일 - 나태주

 

골목길에서 만난

낯선 아이한테서

인사를 받았다

 

안녕!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하늘에게 구름에게

지나는 바람에게 울타리 꽃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문간 밖에 나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순한 얼굴의 개에게도

인사를 한다

 

너도 안녕!

   

 

때로는 작고 사소한 일이 우리를 감동시킬 때가 있다. 작은 친절이 그렇고, 따스한 인사 한마디가 또한 그렇다. 아침에 친구의 인사를 받았을 때, 일터에서 동료의 인사를 받았을 때, 그날은 기분이 좋고 어쩐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고 그 웃는 입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인사를 한다. 어디 사람뿐이랴. 하늘에게도 울타리 꽃에게도 그리고 개에게도 '안녕!' 인사를 한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겁고 기분 좋은 것이 인사다.

 

골목길에서 낯선 아이의 인사를 받았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그러기에 여름에 있었던 많은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의 일'이라고 한 것이리라. 우리도 누군가에게 인사를 보내자. 세상이 모두 즐거워지도록, 안녕!

 

- 이준관 아동문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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