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어머니 / 김초혜

풍월 사선암 2013. 5. 3. 21:51

 

어머니 / 김초혜

   

한 몸 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소설가 조정래 선생께서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 소개하고 있는 김초혜 시인의 작품입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명작이지요.

 

조 선생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시는 크고 깊은 의미를 응축하는 문학입니다. 그런데 소설은 그 반대로 사건이나 상황을 펼치고 묘사하며 전개하는 문학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소설보다 시가 우월한 문학이라고 거만할 수 있는 것이고, 소설가는 회복할 길 없는 열등감을 시인에게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왜 아내한테 꼼짝 못하고 사는지 이제 한층 더 확실하게 아셨을 지요? 그 증거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제가 떠받드는 김초혜 시인의 시 한 편을 여기 적습니다. 여러분도 즉각 동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신의 소설문학이 이룬 산봉우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훌륭한 시작품의 우월성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큰 시인인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인다움이 여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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