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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서해안 군산 박대 맛 보러 떠나는 여행

풍월 사선암 2013. 3. 21. 08:35

노릇노릇, 서해안 군산 박대 맛 보러 떠나는 여행

 

서해안 찬 바람에 담박한 군산 박대

 

'지나간 자리도 맛있다'는 박대. 서해안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생선이다. '꾸덕꾸덕' 말린 박대는 노릇하게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는데. 그 박대 맛보러 군산으로 향했다.

 

구운 후에는 노란 황금 같다고 '황금 박대'

 

"부산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살짝 말린 민어를 보내주셨어요. 제일 좋아하는 생선이에요. 아주 맛이 좋고 더 먹고 싶어서 저도 시장에 가서 민어를 샀죠. 그런데, 똑같은 민어인데 어머니가 보내주신 그 민어의 맛이 아닌 거예요. 어머니는 생물 민어를 사서 소금을 친 후 바로 말렸대요. 보통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은 말려서 냉동하거나 냉동한 후 말린 거잖아요. 그게 그렇게 맛의 차이가 클 줄 몰랐죠.

   

생산지 시장에서 팔다가 두어 개 남은 것을 말린 것과, 건어물 도매상을 통해 판매하기 위해 대량 구매해서 냉동시켰다가 말린 생선의 맛이 같을 수는 없어요. 집에서 편안히 앉아 먹거리를 손에 넣을 때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맛이에요." 직접 군산에 가서 갓 잡은 박대를 구입해 말려 먹지 않는 이상 그 맛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황금 박대'라는 브랜드 먹거리를 구입하면 장점이 있다. 맛과 위생이 보장된다.

 

적당한 가격에 유지된 품질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씻으면 손해예요." 아리울 수산 박금옥 대표는 황금 박대는 포장을 뜯어 바로 요리를 해도 될 만큼 깨끗한 손질을 자부한다. 양질의 박대를 깨끗하게 말려 소비자에게 권하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HACCP 인증을 받은 어엿한 공장의 면모를 완성했다. 조선소를 운영하는 남편의 아내로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온 주부가 왜 이토록 박대 알리는 것에 애를 쓰는 것인지.

 

전북 군산시 성산면에 자리 잡은 아리울 수산의 공장은 시로부터 지역 발전금을 받아 세웠다. 군산이 박대 가공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에 아리울 수산에 투자를 한 것. 군산은 물산이 꽤 풍부한 지역임에도 외지인이 알 만한 유명 향토 음식이 없어 군산시에서 박대를 지역 특산물로 성장시키고 싶은 계획을 보여주는 일이다. "박대의 값어치를 높이라는 특명을 받은 것과 다름없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니 열정이 솟을 수밖에 없잖아요."

 

박금옥 대표는 오랫동안 살림을 한 주부로 먹거리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공장 내부를 다니면서 직접 작업장 바닥 청소를 하고 티끌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공장 운영자의 마음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황금 박대 생산을 시작한 처음부터 장사치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먹거리를 돈 버는 수단으로만 대한다면 갖을 수 없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박대가 아리울 수산으로 들어오면 10의 시설에서 해동 후 물간을 하죠.

 

기계를 이용해서 비늘과 껍질을 제거한 후 다시 세척해요. 등껍질은 식감이 좋지 않아 벗겨요. 세척된 생선을 채반에 펼친 후 냉풍 건조시설에서 반건조한 다음 -40의 급랭시설에서 24시간 얼려요. 개별 진공 포장 후 금속 검출기를 통과시켜 냉동 제품실에 보관해요." "생선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박금옥 대표의 말. 오전에 상고선에서 내린 박대가 공장으로 들어오면 오후에 포장까지 마치는 속성 방법을 고수한다. 생선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도이고, 신선도를 위한 시스템에 주력하고 있다. 신선한 생선을 소비자의 식탁까지 오르게 하기 위한 책임감이 특히나 강하다.

 

◀1,황금 박대는 박금옥 대표의 남편이 구운 후 황금같이 노랗다고 지은 브랜드명이다.

 

신선도 이외에도 신경 쓰는 부분은 곳곳에 있다. 소금간은 100% 국내산으로 3년 묵은 천일염만을 쓴다. 너무 맛이 좋아서 맛소금을 쓰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아리울 수산은 절대 수입산은 취급하지 않는다. 사실 수입산과 국산 박대 가격 차이가 다른 생선에 비해서 크다. 더 저렴하게 박대를 소비자에게 권할까도 생각해서 중국산도 취급할 수 있지만, 국산과 수입산의 구별이 어려워서 섞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서 수입산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한결같은 맛을 고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인 것이다.

   

2, 박대는 바닷속 모래와 갯벌 속에서 지렁이를 먹고 자라 알을 제외한 내장을 모두 제거해야 질컥거리지 않는다.

 

군산 해망동에서 박대를 보다

 

박대를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난생처음 들어본 이도 많을 것이다. 보통 반건조 상태로 먹는 생선으로 서해안 근처에 사는 사람은 잘 알지만, 내륙에 사는 사람은 본 적도 없을 만큼 지역색이 강한 생선이다. 전북 군산은 예부터 어항으로 이름이 높다. 군산 앞바다는 금강과 만경강의 물을 받아들이는데, 이 강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넓은 갯벌을 펼쳐놓았다. 이 갯벌 위로 강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면서 풍부한 유기물을 만들고, 유기물이 풍부하니 다양한 바다 생물이 살며, 이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 맛있다. 그중 박대가 대표적이다.

 

말려 굽고 찌고 조려 먹는다. 군산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이다. 일제 강점기 때 군산에 일본 사람이 많이 살았는데, 그들이 박대를 좋아해서 군산 시장에는 박대가 끊이지 않았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군산 근해에서 어획량이 워낙 많아 박대가 흔했지만 최근 들어 박대를 잡기는 어렵다고. 새만금 간척 사업의 영향이다. 최근에는 연평도 부근에서 작업선이 박대를 잡아 올리면 상고선이 군산까지 배달한다.

 

원양산이라고도 부르는 중국산이 있는데, 중국과 한국의 경계선에서 잡아 올리기 때문에 중국산이라고 부르기는 좀 모호하다. 하지만 중국 어선은 냉동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신선도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가격 차이는 많이 나지만 신선도를 생각한다면 국산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박대는 뻘 속에서 지렁이를 먹고 자라므로 다른 생선과 달리 반드시 내장을 제거한 뒤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생선이지만 맛이 좋아 한번 맛 본 사람은 계속 찾게 된다.

 

뻘 속에서 자라는 특이한 점 때문에 양식이 있다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생선인 것. '그 나라를 제대로 알려면, 재래시장을 가라'는 말을 떠올리며 군산 박대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현재 가장 큰 상권인 해망동 수산 시장을 찾았다. 그다지 넓지 않은 수산 시장의 절반은 즐비하게 늘어선 건어물 가게다.

 

◀1,잘 구운 박대의 배를 젓가락으로 그은 후 살짝 들어 올리면 깔끔하게 박대 살을 먹을 수 있다.

 

이곳 건어물 가게에서 군산 특유의 생선을 다루는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건어물 가게에 흔한 오징어와 쥐포 대신에 조기, 갈치, 우럭, 병어 등이 반건조 상태로 진열되어 있다. 말린 생선은 건조 과정에서 비린내 나는 미끌미끌한 물질이 제거되고, 생선 살에 있는 자체 효소에 의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장점을 갖췄다.

 

◀2,해망동 수산 시장의 건어물 코너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조기, 고등어, 병어 등 말린 생선을 판매한다

 

박대 vs 서대

 

서대는 6월이 제철로 여수에서는 회로도 먹는다. 생물 서대는 검정 반점이 있고 40~60cm이며 좀 두툼하다. 박대는 20~30cm. 검은 반점이 없는 것으로 구분하지만 말린 것으로는 구별이 쉽지가 않다. 광어와 가자미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광어가 더 유명한 줄 알지만 가자미가 더 맛있다. 그러나 예민한 사람들만 알고 일반 사람들은 맛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박대와 서대는 비슷하게 생긴 것 만큼이나 맛의 차이도 미묘하다. 광어와 도다리의 차이랄까. 미묘한 맛의 차이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박대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큰 차이는 없다.

 

지금은 한창 제철을 맞이한 박대가 건어물 진열대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대의 산란기는 5~7월로 알려져 있는데, 알배기 직전이나 알을 밴 직후가 맛있다. 알을 풀고 나면 살이 홀쪽해지면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부터 봄까지가 박대 맛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바로 지금이다.

 

1,서대 / 2,박대

 

박대의 ''에 반하다

 

"박대를 먹어본 사람 중 싫다는 사람이 없어요. 생선이 이렇게 무던한 평가를 받기가 힘들잖아요. 어떤 생선은 비려서 거부당하기도 하고, 어떤 생선은 퍽퍽한 식감으로 외면받기도 하죠. 박대는 대중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생선이에요." 이정화씨가 박대를 추천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박대는 살이 여리고 부드러운 생선이라 반건조를 하면 살이 '꼬들꼬들'해져서 더욱 맛이 난다. 그래서 반건조 상태로 조리해 먹는 것이 대부분. 생물로는 매운탕을 끓이기도 하는데 보편화 되어 있지는 않다.

 

"생선을 구워 먹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생선은 바삭하게 구워야 맛이 있어요. 하지만 두툼한 생선은 겉만 타고 속이 안 익는데, 박대는 얇아서 노릇하게 구워 먹을 수 있어요. 요리 초보도 베테랑 주부처럼 맛깔나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생선이에요. 중심 뼈가 굵고 잔뼈가 전혀 없으며 발라 먹기 편해서 아이들 먹거리로도 그만이죠."

 

맛은 가자미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격은 가자미 보다 훨씬 저렴하니 박대에 손이 가는 이유다. 사실은 현대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데 몰라서 못 먹는 사람이 많다. 서울 촌사람인 에디터도 취재를 통해 박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젓가락질 한번이면 많은 살을 한 번에 발라 먹을 수 있는 박대의 고소한 맛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생선은 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박대는 서해안을 가지 않는 이상 내륙에서는 쉽게 볼 수 없어요. 황금 박대처럼, 잘 만들어주는 곳이 있어서 집에서 받아 먹을 수 있는 있는 것은 현대 유통 구조의 고마운 점이죠. 만약 박대의 진짜 맛을 보고 싶다면 군산에 내려오세요. 맛에 대한 안목이 생길 거예요. 주부라면 이런 맛에 예민해 지는 것도 좋죠."

 

이정화씨는 식재료의 맛을 직접 비교해보고 선택해야 진정한 로컬 푸드를 찾아내는 내공이 쌓일 거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박대에 대해 정의하자면, 포항에 과메기, 제주에 옥돔, 안동에 간고등어가 있듯이 군산에는 박대가 있다고 이해하시길.

 

이정화씨는

 

탁월한 감각의 라이프스타일리스트다. 그녀의 작업이 늘 사람들 입을 통해 회자 될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까다로운 안목과 타고난 미적 감각 때문이다. 까다로운 안목은 식재료를 고를 때도 적용된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고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 제철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 재료의 패키지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다방면에 미적 심미안을 가진 그녀가 진정한 로컬 푸드를 찾아 나선다.

 

여성중앙 2013 3월호 / 김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