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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운석 날벼락 사태’로 본 ‘운석雨’

풍월 사선암 2013. 2. 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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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보다 10배 빠른 속도매일 우주물체 100t 지구 돌진

러시아 운석 날벼락 사태로 본 운석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기인우천(杞人憂天)’,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약자로 걱정도 팔자쓸데없는 걱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원전 445년까지 기()나라였던 현재의 산둥(山東)성 신타이(新泰)운석우(隕石雨)’로 인해 땅이 움푹 꺼진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몇 년 전 밝혀지면서 기우가 근거가 있는 걱정거리였음이 밝혀졌다. 이런 기우가 지난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발생했다. 히로시마(廣島) 원폭의 33배가량의 폭발력을 보인 운석우가 러시아로 떨어져 1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영화 아마겟돈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운석우에 대해 알아본다.

 

1. 운석우란 무엇인가

 

운석이란 지구상에 떨어진 별똥. 대기 중에 돌입한 유성(流星)이 다 타버리지 않고 땅에 떨어진 것으로, ·니켈 합금과 규산염 광물이 주성분이다.

 

운석의 일부는 대기와의 충돌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질 정도로 약하다. 이런 운석이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 대기 상층부에서 부서져 낙하하게 된다. 두세 개로 부서지는 경우부터 수천, 수만 개로 부서져 낙하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운석우란 이러한 운석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뜻이다.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별들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가 지구로 떨어지다가 지구의 대기권에 접어들면 대기권의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높은 열이 발생해 타는 과정이다.

 

2. 러시아 운석우 규모·파괴력

 

지난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주를 비롯한 우랄 산맥 인근 지역에 운석우가 쏟아지면서 1500여 명의 주민들이 다쳤고, 4700채의 건물이 부서지거나 화재를 입는 피해를 봤다. 첼랴빈스크 주정부에 따르면 재산피해 복구에 10억 루블(36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운석우의 폭발력은 나사(미항공우주국)와 러시아 천문학연구소의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나사는 우주물체가 첼랴빈스크주 상공의 대기권에 진입할 때 대기층과 충돌을 일으켜 폭발하면서 발생한 폭발력을 500Kt(킬로톤)으로 평가했다. 1Kt은 다이너마이트(TNT) 1000t의 폭발력이다.

 

하지만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천문학연구소의 보리스 슈스토프 소장은 첼랴빈스크 운석의 폭발력이 100~200Kt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사 추정치와 약 4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3. 이전 사례와 피해

 

러시아를 강타한 운석우와 비슷한 현상이 최근 쿠바 중부 로다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상공에서도 관측됐다. 쿠바의 경우 1994년 시엔푸에고스주에서도 운석우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다. 학자들은 이번 첼랴빈스크에서와 같은 대규모 운석우 현상이 평균 100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운석우 피해 사례로는 1908630일 오전 717분 러시아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의 퉁구스카에서 발생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불덩이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가다가 폭발하면서 광활한 면적의 숲이 완전히 초토화됐다. 450나 떨어진 곳에서도 심한 땅울림과 함께 돌풍이 몰아쳐서 열차가 전복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 사전 감지 안 되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주물체의 위협을 사전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따르면 15일 우랄 산맥 인근 지역에 내린 운석우의 지름은 17m, 무게는 1t가량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해가 비치는 쪽으로 나타나면 망원경으로 사전 관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15일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우가 한반도 상공으로 추락했다면 역시나 사전 예측은 어렵고, 러시아 외각과 달리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피해가 더 컸을 것(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5. 한반도에 운석우 내린다면

 

러시아 운석우에 앞서 지난해 211일 중국 시닝(西寧)시 황중(湟中)현에 대형 운석우가 내렸다. 수백 개의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가장 큰 것은 12.5규모였다.

 

중국에서는 197638일에도 지린(吉林)시 하늘에 운석우가 떨어졌다. 큰 운석 3개와 수많은 작은 운석이 떨어졌으며 세계 최대 운석우로 기록됐다. 당시 총 138개의 운석표본과 3000여 개의 파편이 수집되었으며 이들의 총 질량은 2616에 달했다.

 

2000118일 캐나다의 타기시 호수 주위에 떨어진 타기시 레이크 운석이 있으며, 운석의 낙하 장면 즉 화구(火球·불덩어리 유성)’가 수천 명의 지역 주민에 의해 목격됐다. 여러 차례에 걸친 탐사에 의해 길이가 16, 폭이 5에 걸친 지역에서 수천 개의 운석들이 발견됐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러시아나 중국, 캐나다는 면적이 크기 때문에 운석우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피해를 줄 수 있다. 당연히 한반도에 운석우가 떨어질 가능성도 유성체들의 규모가 크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운석우는 크기가 클수록 추락해서 폭발하는 고도가 낮아지므로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유성체들 중에는 규모가 큰 게 별로 없으므로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사고에서 보듯 만약 한반도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본 등 주변 국가에도 동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6. 소행성과의 관계는

 

러시아 운석이 떨어진 15, 바로 몇 시간 뒤인 16일 지름 45m, 축구 경기장 절반 크기의 소행성 ‘2012 DA14’가 지구를 스쳐 지나가면서 운석이 소행성의 영향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소행성은 총알보다 빠른 초속 7.8(시속 28600) 속도로 스쳐 지나갔으며 1990년 이후 가장 지구에 근접한 소행성으로 지구 상공 약 27700까지 접근했는데 이는 정지궤도위성이 떠 있는 36000지점보다 훨씬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소행성과 운석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사는 운석과 소행성의 궤도가 상당히 다르고, 단순한 우연일 뿐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고 밝혔다. 운석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한 반면 소행성은 정반대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했다.

 

7. 지구와 충돌 우려 있는 우주물체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물체는 자연우주물체와 인공우주물체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정확한 개수나 무게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자연우주물체로는 소행성과 혜성이 있고, 인공우주물체로는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가 대표적이다. 1월까지 국제천문연맹 산하 소행성센터에 등록된 근지구소행성(NEAs·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9440여 개에 달한다.

 

최근 러시아 천문학연구소에 따르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은 매년 최대 1000개에 달한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매일 지구에 돌진하는 우주물체는 최대 100t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한 시간에 수백 개씩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8. 우주물체와 지구 충돌 파괴력

 

운석이 지구로 떨어졌을 때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초속 15~18속도로 지구로 달려드는 운석이 대기권과 충돌하면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폭발로 인해 초저주파가 발생해 대규모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운석은 핵폭탄과 같은 파괴력을 갖는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지름 100m 정도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는 히로시마 원폭의 5300배인 80Mt(메가톤·1MtTNT 100t의 폭발력)의 파괴력을 가져 바다에 떨어진다면 엄청난 쓰나미가 발생하고, 육지에 떨어진다면 반경 수백가 파괴되는 등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지구에 10이상 크기의 소행성이 충돌한다면 생물 대량 멸종 등 대재앙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거 1994년 목성에 슈메이커레비라는 8크기 혜성이 충돌했는데, 지구 크기보다 큰 화염이 생긴 바 있다.

 

9. 예측 시스템·피해방지 국제공조

 

미 하와이대 천문연구소가 나사의 재정적 지원하에 소행성 충돌 경보시스템인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를 구축 중이다. 하룻밤에 육안으로 보이는 하늘 전체를 동시에 두 번 훑을 수 있는 두 개의 관측시설로 현재 건설되고 있다.

 

연구소 측은 만약 ATLAS가 가동 중이었다면 러시아 운석우를 미리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TLAS는 오는 2014년 말부터 시험운영에 들어가, 2015년이면 전면 가동될 예정이다.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천문학연구소·중앙기계제작연구소 등도 관측 및 경고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10년 후 완공될 것으로 보이며, 예산은 580억 루블(2800억 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10. 한국의 우주감시 기술

 

한국은 아직까지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근지구소행성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 감시 기술로는 지름 1이상급의 소행성까지만 예측이 가능하다. 이번 러시아 운석우 정도의 크기(지름 약 17m)는 물론 이보다 50배 큰 우주물체가 한반도에 접근해도 사실상 이를 탐지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2016년까지 총 610억 원을 투입해 우주감시 3총사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체계 인공위성 레이저추적 태양 우주환경 감시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문화일보 : 20130222(유민환·고서정 기자 / 사진 : 한국일보 02,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