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허홍구 詩 '사람의 밥이되어' 외 3편

풍월 사선암 2013. 1. 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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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고 안타깝고 불쌍하다 / 허홍구

 

술 잘 먹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친구

술병으로 먼저 가버렸다.

너무나 아깝다

 

부동산 투기로 부자 된 친구

나눌 줄 모르고 욕심만 부리더니

그도 어느 날 저승으로 가버렸다

참 안타깝다

 

실력 보다 더 큰 감투를 얻어

어깨와 목에 힘이 들어가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진 친구

오늘 아침신문에 죽었다는 소식이다

 

내가 속으로 욕하면서

저 친구 저러면 오래 못산다 했는데

그만 죽고 말았으니 미안하고

그냥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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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혼났다 / 허홍구

 

깨끗한 옷차림의 할머니 한 분

전철 입구에서 손을 벌리고 서 계시다

이를 어찌 할 건가

귀머거리 행인들 수 없이 지나가고

배가 고프다는 그 말씀이

자꾸 뒤통수를 당긴다.

 

지폐 한 장 선뜻 건네주지 못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려 동전을 찾는 내 앞에

, 내 어머님이 배고픔에 쓰러져 계시다

눈보라가 사정없이 몰아친다.

어머님을 안고 죽자 사자 뛰어

병원까지 갔을 때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에 온 몸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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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무덤 / 허홍구

 

큰일 날뻔 했었어

감옥소에 갇혀 죄값을 치르더라도

훔치고 싶은 여인이 있었거든

그럴 때가 있었어

마누라도 있고

아들이 셋이나 있을 때인데 말이야

남의 부인을 훔칠 생각을 했으니

맞아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곰곰이 생각했지

쉽고 안전하게 그녀를 가질 방법이 있더라고

그녀를 죽이기로 했지

기억 속에 죽은 그녀

참 곱고 이쁜 여인이었는데

눈을 감아도 보이던 얼굴인데

이젠 통 보이지가 않아

내 속에 꼭꼭 묻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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