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야 늑대야 / 허홍구
남자는 모두 도둑놈, 늑대라며
늘 경계를 하던 동창생 권여사로부터
느닷없이 소주 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어이 권여사 이젠 늑대가 안 무섭다 이거지”
“흥 이빨빠진 늑대는 이미 늑대가 아니라던데”
“누가 이빨이 빠져 아직 나는 늑대야”
“늑대라 해도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이제 먹이감이 되지 못하거든”
이제는 더 이상 먹이감이 되지 못해
늑대가 무섭지 않다는 권여사와
아직도 늑대라며 큰소리치던 내가
늦은 밤까지 거나하게 취했지만
우리 아무런 사고 없이 헤어졌다
그날 권여사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아- 나는 아직도 늑대가 분명하다
무서운 일 / 허홍구
“쌔임(선생님)요”
“와 (왜)”
“결혼하면 마누라하고 꼭 같이 자야합니꺼?”
“빌어먹을 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 놈아 !
와, 같이 자는 게 싫은 기가 아니면 겁이 나나”
“그 기 아니고요
피곤할 때는 혼자 자는 게 훨씬 편한데....
그리고 여름엔 디기 더울텐데”
“미친놈, 잠만 잘라고 결혼하나”
그래, 니 말이 맞다
나도 오십이 훨신 넘어서야 알게된 일이지만
자기 싫을 때도 같이 자야하는 결혼이라면
오~ 그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무섭다 / 허홍구
미친 사람이
칼 들고 있으면 무섭다
무식한 사람이
돈많은 것도 무섭고
권력을 잡으면 더 무섭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실력 있고 잘난 사람들 중에
사람이 아닌 사람은 더 무섭다
참 무섭다
언제나 웃고 있는
너그러워 보이는 탈을 벗기면
흉악한 얼굴들이 보인다
언뜻 언뜻 나의 얼굴도 보인다
몸서리치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