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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놓치면 후회할 ‘4대 명산’ 눈꽃 산행(덕유산, 한라산)

풍월 사선암 2012. 10. 27. 18:09

덕유산 - 눈밭 너머로 크고 작은 산의 파노라마

계곡 따라 산책, 걸으면 물빛 맑고 주목 향 그윽곤돌라 타는 재미도

 

 

덕유산(德裕山)은 흙산이다. 둥글둥글하고 맏며느리처럼 후덕하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산이다. 뭇 생명을 따뜻하게 품는다. 나라에 난리가 날 때마다 백성은 앞다퉈 덕유산 품으로 숨었다. 그 넉넉한 품 안에서 목숨을 건졌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이 덕유산으로 스며들어 생명을 유지했다. 왜군은 덕유산을 그냥 지나쳤다. 왜군이 덕유산으로 들어오려 할 때마다 안개와 구름이 짙게 일어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구천동 계곡은 덕유산 중에서도 가장 구불구불하고 긴 골짜기다. 전설에 따르면 ‘9000명의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9000명의 스님이 머물렀다는 뜻의 구천둔(九千屯)’이 오늘날 구천동이 됐다는 것이다. 무주 설천면의 설천(雪川)’9000명의 스님이 밥을 지을 때마다 쌀뜨물이 시냇물을 하얗게 만들어 그랬다고 한다. 다른 의견도 있다. 구천동 계곡의 굽이가 9000굽이라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다.

 

구천동은 신라와 백제의 경계 관문이던 나제통문(羅濟通門)에서부터 덕유산 으뜸 봉우리인 향적봉까지 25km를 말한다. 산꼭대기에 쏟아진 빗물은 구절양장 구불구불, 돌고 돌아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덕유산은 보통 구천동계곡의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산책하듯 느릿느릿 걸으면 된다. 왼쪽 아스팔트길(저전거길)보다 오른쪽 자연관찰로가 호젓하다. 계곡물소리가 우렁우렁 힘차다. 굽이굽이 푸른 웅덩이요, 작은 폭포다. 그 물속에서는 참갈겨니, 금강모치, 쉬리, 돌상어, 참종개 등이 겨울을 나고 있다. 바람이 알싸하다. 물빛은 맑고 그윽하다.

 

향적봉(香積峰) 오르는 길은 실제 백련사에서부터 시작된다. 2.5km의 거리지만 대부분 눈길이다. 향적봉은 향기 가득한 봉우리. 주목나무 향이 진하다. 눈이 한 길이다. 상고대가 황홀하다. 맑은 날엔 눈밭 너머 가야산, 황매산, 중봉, 지리산 천왕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 대둔산, 계룡산, 적상산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산 뒤엔 산이 주름져 서 있다. 산 첩첩, 눈 아슴아슴. 얼음바위에도 얼음꽃이 활짝 피었다. 크고 작은 산과 들이 모두 발아래 있다.

 

향적봉에서 곤돌라가 있는 설천봉까지는 20분 거리다. 눈밭 얼음꽃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스노보드나 스키를 즐기는 사람으로 발길이 북적인다. S자로 미끌미끌 내려가는 그들의 어깨가 들썩인다. 남덕유 쪽으로 향하려면 중봉으로 가야 한다. 중봉에서 보는 덕유산도 장관이다. 노약자들은 아예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이른 뒤 향적봉으로 향한다. 향적봉에서 경치를 감상한 뒤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겨울 덕유산은 아늑하다. 매운바람도 눈꽃이 피면 잦아든다. 얼음꽃이 피면 하늘이 열린다. 하늘은 구만리장천 저 멀리 푸르게 뻗어 있다. 향적봉에 오르면 온갖 소리가 눈에 보인다. 관음(觀音)이다. 바람소리, 나무들의 신음소리, 벌레들의 겨울잠 숨소리. 위대한 적막이다.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여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고은, ‘눈길’).

 

교통

·승용차 :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무주나들목

·버스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무주나 무주구천동행(오전 740분 하루 1). 3시간 소요

 

먹을거리

무주는 어죽이 유명하다. 금강 상류에서 투망으로 잡은 민물고기로 끓인다. 동자개(빠가사리), 모래마루, 메기, 모래무지를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삶아 육수를 낸다. 가시를 발라낸 뒤 그 육수에 불린 쌀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뭉근한 불에 진득이 끓인다. 거의 다 끓었을 때쯤 수제비를 떼어 넣고 파, 마늘, 부추를 섞으면 된다. 후추와 들깻가루를 양념으로 친다. 얼큰하고 시원하다.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무주의 어죽은 동자개를 많이 쓴다. 잡아 올릴 때 빠각빠각소리를 내 일명 빠가사리라 부르는 민물고기다. 물 흐름이 느린 강바닥에서 주로 산다. 금강물이 휘돌아나가는 무주 내도리(內島里) 일대에 어죽식당이 많다. 그곳에서 동자개가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내도리는 안동 하회마을처럼 물이 휘돌아나가는 물돌이동이다. 이름 그대로 육지 속의 섬이다. 앞섬(전도리), 뒤섬(후도리)이 있다.

 

무주엔 어죽식당이 수두룩하다. 무주 사람들은 군청 옆에 있는 25년 역사의 금강식당(063-322-0979)을 많이 찾는다. 내도리에서는 큰손식당(063-322-3605)과 섬마을(063-322-2799)이 붐빈다. 버섯전골 산채비빔밥집인 장미회관(063-322-5551)도 있다.

 

한라산 - 돈내코 계곡과 백록담 분화구 남벽 장엄

눈 덮인 구상나무가 지천영실 노루샘 일대는 산상의 정원

 

 

한라산(1950m)의 또 다른 이름은 두무악(頭無岳)이다. ‘머리가 없는 산이라는 뜻이다. 제주 사람은 한라산 꼭대기가 거센 바람에 잘려나가 서귀포 쪽으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산방산(395m)이 그 떨어져나간 봉우리라는 것이다. 그만큼 제주 사람은 문학적 상상력이 뛰어나다. 용암을 내뿜었던 불구덩이를 그렇게 표현한다.

 

한라산은 해발 1700m 부근까지는 대체로 완만하다. 그 이후부터 삐죽삐죽한 돌 성곽이 완강히 자리 잡고 있다. 크라운 모양의 분화구벽이 빙 둘러 있다. 오세영 시인은 그것을 해수관음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것은 손잡이 없는 트로피의 안과 밖 같다. 무쇠솥단지가 산봉우리의 뾰족한 부분을 깔아뭉개고 앉아 있는 것과 닮은꼴이다. 왕관을 쓴 산이라고나 할까. 백록담 분화구는 벽의 둘레가 1.7km, 면적은 약 21(63600여 평).

 

백록담 분화구 남벽은 장엄하다. 깎아지른 수직 벽이다. 그 앞엔 윗방아오름이 있다. 오름 모양이 방아와 비슷하다. 방아오름샘도 눈에 띈다. 해발 1700m가 넘는 곳에서 용출수가 솟아난다.

 

남벽은 서귀포 돈내코 계곡으로 오른다. 돈내코 코스(9.1km)20101215년 만에 문을 열었다. 아직 사람 왕래가 많지 않다. 돈내코 계곡에서 올라가 웃세오름 쪽으로 빠진다. 분화구 남벽부터 서북벽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휘돌아나간다. 서북벽은 U자형 홈통바위가 육중하게 뻗어 내린다. 맛있고 튼실한 제주 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해발 1000m가 넘으면 눈 덮인 구상나무가 지천이다. 눈을 그냥 흠뻑 뒤집어쓰고 있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산다는 토종나무. 늘 푸른 작은 키 나무. 살아 100년 죽어 100. 산 나무 반, 죽은 나무 반이다.

 

넋이 나간 고사목/ 죽어서도 미래를 사는 고집// 살아서도 청청했다/ 죽어서 꼿꼿한 뼈대/ 마른 주먹엔 무엇을 쥐고 있을까’(이생진, ‘한라산고사목’).

 

영실 노루샘 일대는 산상의 정원이다. 해발 1700m에 펼쳐진 고산습지. 한라산에 사는 뭇 생명의 목을 축여준다. 물이 꿀처럼 달다. 그 물 앞에선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 사람, , 노루, 다람쥐, 제주도롱뇽, 줄장지뱀,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 봄이면 산철쭉, 털진달래 꽃이 붉은 융단을 깐다. 바람이 불면 사철 푸른 조릿대가 으스스 몸을 떤다. 영실 병풍바위 주위에선 뭉게구름, 먹장구름이 한순간 우르르 몰려와 몸을 씻은 뒤,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사라진다.

 

겨울 한라산엔 까마귀가 많다. 산자락에서부터 백록담 분화구 위까지 없는 곳이 없다. ‘까악 까~귀가 따갑다. ‘과악 과아~우는 것도 있다. 큰부리까마귀다. ‘까악 까~따갑게 우는 것은 까마귀다. 몸이 큰부리까마귀보다 조금 작다. 큰부리까마귀는 부리가 길고 두툼하다. 독수리부리 같다. 머리와 부리가 직각이다. 검은 깃털에 기름이 자르르하다.

 

까마귀는 제주 사람에게 한이요, 슬픔이다. 아니다. 야성의 끈질긴 생명력을 뜻한다. 좋든 싫든 까마귀와 제주 사람들은 영혼의 끈으로 묶인 한 가족이다. 제주 출신 작가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까마귀가 등장한다. 까마귀와 함께 울고 웃는다.

 

겨울철 한라산 트레킹 주의할 점

한라산은 입산과 하산이 엄격히 통제된다. 겨울철(11~2)에는 돈내코 코스 오전 10, 어리목 영실 12시까지만 입산이 허용된다. 윗세오름에서는 오후 3시면 하산해야 한다. 남벽 분기점에선 1시간 빠른 오후 2시면 내려와야 한다.

 

탐방 문의

064-713-9950~9953, 064-725-9950, 064-747-9950, 064-756-9950

 

먹을거리

횟집 제주범섬수산 064-744-7997, 제주갈치와 고등어 064-749-1212, 흑돼지 전문 고기굽는사람들 064-744-4468, 몸국 새올레국수 064-745-6226, 미풍해장국 064-749-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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