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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절 세리머니' 유도 정훈 감독도 인기 스타 됐네

풍월 사선암 2012. 8. 3. 12:37

'맞절 세리머니' 유도 정훈 감독도 인기 스타 됐네

 

▲ 송대남(33, 남양주시청)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90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딴 후 정훈 유도감독(오른쪽)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노장의 마지막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쓴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90kg급 송대남 선수만큼이나 팬들에게 주목받는 이가 또 있었다.

 

올림픽 유도 남자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정훈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66kg급에서 조준호가 어이없는 판정 번복으로 마음 아파하자 그를 계속 다독였고, 불굴의 의지로 동메달을 따내자 조준호보다 먼저 울었다. 명실상부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한 81kg급 김재범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김재범의 등을 팡팡때리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김재범이 부상에 힘들어하고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흔들릴 때마다 그를 다잡았던 감독이었다.

 

그리고 2(한국시각) 런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 열린 남자 유도 90kg급 결승에서 정훈 감독은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출전, 은퇴경기에서 송대남 선수가 연장 10초 만에 상대를 매트에 꽂으며 절반을 획득하자 코치석 밖으로 쫓겨났던 정훈 감독은 관중석 근처에서 깡충깡충 뛰며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훈 감독은 경기 1분여를 남겨두고 과도한 소란을 벌였다는 이유로 퇴장당한 상황이었다.

 

기쁨을 주저하지 않고 온몸으로 표현한 깡충깡충 세리머니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귀요미 감독이란 별칭이 붙었다. 동글동글하고 선한 인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터였다. 그러곤 얼마 되지도 않아 송대남이 매트 아래로 내려와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인 정훈 감독에게 큰절을 올리자 정훈 감독도 맞절하며 화답했다.

 

▲ 송대남을 얼싸안고 같이 기뻐하는 정훈감독/AP뉴시스

 

유도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던 송대남을 오늘의 그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정훈 감독이다. 한때 81kg 세계 랭킹 1위였지만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송대남은 김재범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좌절하고 있었다. 2010년 무릎수술까지 받자 은퇴를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가 바로 정훈 감독이었다. 런던올림픽을 불과 16개월 앞둔 상황에서 체급을 올리자고 조언했고, 송대남은 하루에 다섯끼씩을 먹으며 호된 훈련을 감내해냈다.

 

맞절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세리머니를 보여준 정훈 감독과 송대남은 동서지간으로 밝혀졌다. 송대남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한 정훈 감독이 직접 중매에 나선 것이다. 정훈 감독의 막내 처제가 바로 송대남 선수의 부인. 하지만 이 사실 때문에 괜한 의혹도 받아야 했다. 정훈 감독의 든든한 후원 때문에 송대남이 선수촌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이날 금메달로 정훈 감독의 인재를 보는 안목과 송대남의 인내심과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게 됐다.

 

제자들을 금메달리스트로 줄줄이 키웠지만 정작 정훈 감독 본인은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선수 시절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과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2연패하고, 1993세계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계 최고로 자리매김했지만, 올림픽 문턱에서 좌절해야만 했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71kg급 준결승에선 하이토스(헝가리)에게 종료 5초를 남기고 한판 패를 당했다. 그가 따낸 동메달도 값진 것이었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그는 자신의 염원을 선수들이 모두 풀어줬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훈 감독은 올림픽 무대인 런던 땅을 밟으면서 우리 선수들은 지옥훈련을 마치고 왔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다그치고, 같이 울고, 마음 졸였던 정훈 감독은 이날 마음껏 웃었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 입력 : 2012.08.02

 

관중들을 보며 같이 환호하는 송대남과 정훈감독/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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