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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돌아왔다

풍월 사선암 2011. 9. 30. 14:11

자전거가 돌아왔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내 자전거도 남들과 다르다

 

직접 만들어 타는커스텀 자전거의 세계

 

장낙규 자전거생활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대리점에서 완제품으로 샀다. 요즘은 다르다. 최근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맞춘 색다르고 다양한 자전거들이 수입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소비자의 개인 취향에 맞는 자전거 맞춤 제작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렇게 개인 기호에 맞게 특별제작하거나 개조한 것을 커스텀 자전거(custom bike)’라고 한다. 완제품으로 구입한 자전거라도 부품을 교체하거나 다양한 액세서리를 장착해 완전히 변신시킬 수 있다. 나아가 안장, 핸들바, 페달 등 각 부품을 따로 구입해 취향대로자전거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액세서리만 바꿔도 엄청 튄다

 

다양한 색깔의 자전거 핸들그립.

 

색다르게 꾸민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꼭 새 자전거를 사야 할 필요는 없다. 중고 자전거라도 조금만 손보고 꾸미면 독특한 스타일로 바꿀 수 있다.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색깔 바꾸기. 핸들그립(손잡이 고무)과 안장, 타이어는 손쉽게 바꿀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부품이다. 낡고 칙칙한 자전거에 화사한 컬러 부품 하나만 달아줘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 자전거를 꾸미는 김에 간단한 정비까지 해주면 달리는 느낌도 새로우니 금상첨화. 액세서리와 부품을 하나씩 바꾸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다 보니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매니아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클릭 몇 번만 하면 나만의 자전거가 뚝딱

 

◀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색상을 커스텀 주문할 수 있는 메트로바이크’.

 

인터넷으로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하지만 클릭 몇 번으로 나만의 자전거를 직접 만들어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전거 메이커인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메트로바이크라는 새로운 커스텀 자전거 제작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트로바이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자전거에 다양한 컬러를 입혀볼 수 있는 미리 보기 창이 뜬다. 여기에서 자전거의 프레임(뼈대)과 휠세트(바퀴), 타이어 등의 부품에 다양한 색상을 입혀볼 수 있다. 색상 조합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만의 자전거를 간편하게 꾸며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디자인을 결정하고 주문한 자전거는 원하는 지역의 삼천리자전거 대리점을 통해 조립이 완성된 상태로 받을 수 있다.

 

미리 준비된 디자인의 프레임과 부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색상 이외의 다른 부분은 원하는 대로 꾸미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번거롭게 자전거를 조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전거 초보자에게 적합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남다른 스타일의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라서 조립하는 것도 재미

 

◀ 세계 3대 자전거 부품사로 꼽히는 이탈리아 캄파놀로(Campagnolo)의 자전거 브레이크 부품.

 

단순히 색상 조합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원하는 프레임과 부품을 선택해 조립하는 방법도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프레임을 선택한 다음, 부품을 골라 장착하면 자전거가 조립된다. 메이커가 다른 부품이라도 서로 호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프레임은 A, 바퀴는 B, 변속기는 C사 제품을 고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완성된 자전거에 열 가지가 넘는 메이커의 부품이 장착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안장, 핸들바, 페달 등 다양한 부품을 원하는 대로 골라 조립할 수 있지만, 초보자의 경우 숍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립하는 것이 좋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어떤 길을 달리는지 생각해보자. 운동이 목적이라면 스포츠용 자전거를, 가벼운 일상생활이나 근거리 출퇴근이 목적이라면 실용적인 시티바이크나 디자인이 멋진 패션바이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스피드와 퍼포먼스 - 로드바이크냐 MTB

 

◀ 고급 MTB 자전거 모델인 코라텍 슈퍼보우. 가격이 800~1000만원대에 달한다.

 

스포츠용 자전거로 대표적인 것은 로드바이크와 MTB. 로드바이크는 포장도로 고속주행에 적합한 자전거로, 자전거의 수퍼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투르 드 프랑스같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유명 선수나 레이스 팀이 사용하는 모델의 인기가 높으며,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프레임과 부품은 명품대접을 받기도 한다. 실제 선수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자전거가 인기가 높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브랜드에 따른 자전거 선호도가 높은 편. 또한 스포츠용 자전거이기 때문에 기록 향상에 도움을 주도록 자전거를 몸에 꼭 맞게 조절하는 피팅이 이루어진다. 피팅 과정에서 몸에 맞는 사이즈의 부품을 하나하나 골라 자전거를 조립하며, 1단위로 사이즈를 선택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똑같은 자전거라도 개인별로 세팅 상태가 다르다. 또한 자전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고성능 부품을 원하는 사양으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맞춤 제작된다. 사용된 소재와 가공 방법, 브랜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MTB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자전거로, 해마다 신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유행 주기가 짧다. 로드바이크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사양으로 커스텀 조립이 가능하지만, 거친 산악 라이딩을 즐기다보면 잦은 고장을 경험하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내구성이 뛰어나거나, 교환의 부담이 적은 저렴한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패션의 리더 - 픽시 바이크

 

◀ 블록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부품을 조합해 색다른 자전거를 만든다. 정석이 없는 것이 정석. 픽시 스타일.

 

픽시는 픽스트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의 애칭으로, 바퀴와 기어가 고정돼 있어 페달을 거꾸로 돌리면 뒤로 달리는 고정 기어 자전거를 의미한다. 1990년대 중반, 돈이 없어 멋진 자전거를 탈 수 없었던 청년들이 낡은 실내 경주용 자전거의 부품을 모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전거를 꾸미고 개조하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픽시의 기원이다. 스트리트 문화였지만 이제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자신만의 픽시를 꾸며 타고 다닐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픽시의 매력은 정해진 스타일이 없다는 점이다. 유행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기에 전 세계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었는데, 이러한 특징이 픽시 스타일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유행이 됐다는 점은 다소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전거의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픽시 숍을 방문하면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부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즉석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꾸밀 수 있다. 단순한 구조로 누구나 자신이 타는 픽시의 부품을 스스로 정비하고, 교체하는 등 장난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자전거의 명품- 클래식 바이크

 

◀ 이탈리아의 고급 자전거 콜나고(Colnago)

 

타기 위한 자전거인가, 바라보기 위한 자전거인가?

 

자전거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품프레임과 부품들로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를 조립하는 것은, 자전거 매니아의 마지막 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래식 바이크는 자전거와 부품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어도 원하는 모델이 해외 중고시장에 나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야 하며, 운이 따르지 않으면 평생 구경도 할 수 없는 희귀한 모델이 즐비하다.

 

단종된 지 오래된 희귀한 부품으로 꾸민 자전거일수록, 아름다운 부품으로 꾸민 자전거일수록 희소성에서 오는 가치가 높아진다. 여기에 각 부품들의 생산 연도를 맞추고, 이탈리안 브랜드 부품으로 조립한 자전거라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해도 될 정도의 유물적인 가치를 갖는다.

 

남들은 따라하지 못한다- 핸드메이드 자전거

 

◀ 01. 토마지니_ 이탈리아에서 수공으로 만들어지는 클래식 커스텀 바이크 토마지니’. 02. 토마지니 용접_ 수십 년의 노하우가 축적된 장인의 기술은 현대 기술로도 감히 따라할 수 없다. 03. 스위트사이클_ 수공으로 제작한 자전거가 아니면 불가능한 아름다운 마무리.

 

대량 생산된 프레임과 부품을 조립한 자전거로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면? 최후의 선택은 주문 제작 자전거다. 자전거의 디자인과 색상, 크기 등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주문 제작 자전거의 대부분은 프레임빌더라는 장인들에 의해 수공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자전거에는 주문한 사람의 취향뿐 아니라, 프레임빌더의 독특한 스타일이 녹아 있게 된다. 유명한 프레임빌더의 자전거일수록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주문 후 자전거를 받아보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핸드메이드 자전거는 정해진 형식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클래식과 그 이외의 것으로 나뉜다. 클래식 핸드메이드 자전거란, 수십 년간 전통적 공법으로 자전거를 만들어온 장인들에 의해 제작되는 것이다. 프레임빌더 사후에는 더 이상 생산될 수 없기 때문에, 역사가 오랜 브랜드일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메이커로 이탈리아의 토마지니공방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40년 전에 사용하던 것과 같은 재질의 강철 파이프를 이용해 자전거의 프레임을 만든다. 프레임은 주문자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만들어지며, 주문자의 키, 다리와 무릎의 길이, 상체와 팔의 길이 등 조건에 따라 가장 편안한 상태로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다.

 

또한 황동과 은납을 이용한 저온 특수 용접으로 제작되는데, 수십 년간 자전거를 만들어온 장인의 실력은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십 년 전에 만들어진 토마지니의 오리지널 프레임이 아직도 고가에 중고 판매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전통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재료와 기술로 자전거를 제작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바닐라 사이클은 전통적인 강철 소재와 새로운 스타일이 접목된 자전거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 자전거를 주문하면 4년 후에야 받아볼 수 있을 만큼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커스텀 핸드메이드 자전거를 만드는 곳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스위트사이클은 강철 파이프와 황동 용접으로 오리지널 프레임을 만드는 공방으로, 주문자의 신체 사이즈와 취향에 맞는 프레임을 제작해준다. 특히 대량생산된 자전거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한 장식이 특징. 파이프 연결부의 부품 하나하나에 조각과 같은 장식이 새겨지며, 부품 하나하나가 거울처럼 빛나는 스페셜리티 바이크를 추구한다.

 

최상급 로드바이크의 가격은?

 

을 사는 비용20,000,000

 

코스믹, 피나렐로도그마 등 최고급 부품에 욕심을 내다보면 로드바이크 한 대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넘기 일쑤다. 그러나 가벼운 부품을 장착하면 그 무게 차이만큼 더 빠르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로드바이크의 세계에 빠져들수록 업그레이드의 열망은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세계 최고의 레이서가 타는 F1카는 구입할 수 없지만, 자전거는 세계 챔피언과 똑같은 것을 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사진으로 소개한 부품 외에도, 핸들바와 안장 같은 부품을 추가로 구입해야 자전거가 완성된다. 여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200만원 정도.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최고의 자전거를 꾸미는 데 필요한 비용은 20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자동차 한 대 값으로 꿈을 살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아깝지 않다는 매니아들이 오히려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코스믹_ 프랑스 마빅사의 최고급 휠세트 코스믹 카본 얼티메이트’. 1이 안되는 초경량을 자랑하며, 공기저항을 극한으로 줄였다. 520만원

 

피나렐로도그마_ 수많은 세계 챔피언들이 애용한 이탈리아의 자전거 명가 피나렐로가 만든 레이스용 프레임. 전투기 날개에 사용되는 최상급 카본파이버 소재로 만들어져 가볍고 단단하다. 808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