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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아 제한 부메랑… 잘 살기 전에 늙어버린 사회

풍월 사선암 2012. 7. 21. 10:13

, 산아 제한 부메랑잘 살기 전에 늙어버린 사회

 

산아 제한 정책

덩샤오핑 개혁개방 후 한 자녀 정책 추진

14세 이하 인구 35년사이 1억명 줄어

 

고령화 쓰나미

1인당 소득 2만달러대서 한일, 고령화 사회 진입

, 5000달러대서 맞아

 

연금 수급인구 급증

20302명의 근로자가 노인 1명 부양해야

"둘째아이 출산 허용하자" 인구정책 수정론 나와

 

"사람이 많으면 국력도 커진다(人多力量大)."

 

1950년대 중반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약진운동 중에 한 말이다. 그의 말은 한동안 흔들릴 수 없는 철칙이었다. 마인추(馬寅初·1882~1982) 베이징대학 총장은 1960'신인구론(新人口論)'이란 책을 통해 이에 정면 도전했다. "지금 같은 인구성장세를 억제하지 않으면 식량공급과 공업화 추진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1900년대 초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마인추는 과학적 이론과 학자적 양심에 따라 마오의 '인구 철학'을 비판했지만, 곧 집중 공격을 받고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그는 19년간 연금 상태에서 침묵을 강요당했다. 1964~1973년 사이 중국의 출생률은 3%를 넘어 10년 사이에 2억명(79)이 불었다.

 

그의 이론이 빛을 본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실시 후였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공산당 지도부는 1979년 그를 복권시키고 북경대학 명예총장·인구학회 명예회장으로 임명했다. 그해부터 20년 후가 되는 1999년 말까지 인구를 12억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 아래 '산아 제한(計劃生育)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신혼부부는 한 명의 자녀(남녀불문)만 낳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벌금을 물고 직장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다만 55개 소수민족과 첫 아이가 여자인 농촌 가정, 그리고 부모 양쪽이 모두 외동인 도시 가정은 예외적으로 둘째 아이를 허용했다. 이 정책은 지금까지 강제낙태에 따른 인권논란과 무호적아동(중국에서는 黑孩子로 불림), 어린이 납치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으나, 인구 통제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0년대 들어 중국의 인구 자연 증가율은 1%대로, 2008년부터는 0.5%로 떨어졌다. 지난해 실시된 인구센서스(2010111일 기준) 결과 중국의 인구는 134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늘어난 인구는 1억명으로 팽창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 인구는 202514억으로 정점을 찍고 그 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 억제에 성공한 듯한 중국은 최근 강제적인 인구조절이 불러온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다. '인구의 역습'을 받고 있는 셈이다. 30여년간 산아 제한 정책은 가운데가 불룩하고 아래가 좁아지는 꽃병형 인구 구조를 낳았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중국 사회를 위협한다.

 

하나는, 한 자녀 정책에 따른 출생률 저하로 청소년층의 인구비율이 급감해 신규유입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14세 이하 인구는 산아 제한 이전인 1975년만 해도 35600만명이었으나 2010년에는 26100명까지 떨어졌다. 35년 사이 1억명이 감소했다. 그 결과 생산연령인구(15~64)도 줄어 201087600만명에서 2030년에는 79400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노동력의 감소는 이미 연해 대도시 지역의 인력부족, 즉 민공황(民工荒)을 촉발하고 임금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회사의 임금은 20095%, 201016%, 201120%씩 상승했다. 1분기 도시 가계 임금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중국 내 외자기업들이 '보따리'를 싸는 요인이다.

 

다른 하나는, '압축적인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용 팽창이다. 생활수준 향상과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중국인의 평균수명은 199068.6세에서 200071.4, 201073.5세로 늘어났다. 중국은 또 2001'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7%)'에 진입한 뒤 2026'고령사회(14%)'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그 진입속도가 한국·일본과 비슷하다. '고령화 쓰나미'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1인당 소득 2만달러 안팎에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과 달리 중국은 5000달러대에서 맞고 있어, 이른바 '미부선로(未富先老·잘 살기도 전에 늙는다)' 현상에 직면한 것. 그 결과 젊은 세대의 복지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연금수급인구(남자 60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19851억명에서 20102억명으로 늘었고, 2020년대 초 3억명, 2030년대 초에는 4억명으로 폭증이 예상된다. 18년 후(2030)2명의 근로자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오면 인건비와 물가가 급등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젊은 세대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10여년 후면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 인구 정책 수정론이 터져 나온다. 이달 5일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발전연구중심(DRC) 사회발전연구부의 거옌펑(葛延風위동(喩東장빙즈(張氷子) 3명의 학자는 '중국경제시보'에 공동 기고문을 통해 "한 자녀 정책을 수정해 '둘째 아이(二胎)' 출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청지(尹成基) 중국 인사부 대변인은 "세계 각국의 정년 조정 정책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정년 연장을 통한 인력난 해소와 고령화 문제 대응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 쓰나미는 한국 경제에 도전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인구곡선의 변화에 맞춰 대중국 투자·수출·상품 전략을 기민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례로 도시 부유층 노인들을 겨냥한 보건의료, 고령친화형 제품 개발 등 실버산업에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 지해범 중국 전문기자 / 입력 : 2012.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