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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정치권 공약대로 하면 한국 경제는 망할 것"

풍월 사선암 2012. 7. 27. 12:24

정갑영 "정치권 공약대로 하면 한국 경제는 망할 것"

 

[전경련 하계포럼 강연] '경제민주화' 정면 비판한 연세대 총장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야

출총제·순환출자 금지 등 기업 규제 '포퓰리즘' 경고

 

장기 성장기반 확충을

성장률 3% 안팎서 정체정치권의 무대책 지적도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26일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경제의 정치화는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제공

 

정치권이 공약대로 실천하면 한국 경제는 망할 것 같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움직임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져 장기 성장동력 확충을 고민해야 할 때 정치권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져 경제에 부정적 영향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적 경제학자가 정치권의 반발을 각오하고 경제민주화가 불러올 폐해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총장은 26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양극화를 해소하고 형평성을 개선한다는 것 같은데, 기업들이 생존력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와 반대로 가게 된다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위법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선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대기업은 해외에서 다른 기업과 경쟁하기 때문에 규제할 땐 글로벌 스탠더드를 생각해야지, 일시적 포퓰리즘이나 국민정서에 좌우되면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동력 역할을 해온 대기업을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해소 등 한국만의 규제로 옥죌 경우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전경련에 따르면 출총제와 같은 사전적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

 

정 총장은 정치권의 행태를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경제가 정치화되는 분위기라며 좋은 정책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지금 정부나 정치권이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국민들이 공약을 믿어야 하는데 다들 선거가 끝나면 실행이 안되겠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용 공약의 허상을 질타한 쓴소리다.

 

정 총장은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당분간 성장률이 3% 안팎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장기 성장 기반 확충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정치권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금융위기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멀리 보고 교육 부문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일시적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세계 경제구조가 변화하는 지금의 환경 속에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값 등록금 등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공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시장논리와 반대로 갈 때가 많고 무상이나 복지를 강조하면 장기 재정 건전성에 어려움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이런 문제점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총장은 간담회 직후 이어진 경기침체, 어떻게 대응하나란 제목의 포럼 강연에서 앞으로 불황은 한두 번 있는 게 아니라 일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함께 돈을 찍어내고 정부 지출을 늘려 막았는데, 이제 그 부작용이 나타난 데다 별다른 처방이 없어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한국 경제는 당분간 2~3% 성장하는 데는 어렵지 않겠지만 10년 뒤엔 대학 입학 인구가 지금의 3분의 2로 감소할 정도로 인구 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있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전주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연세대 교무처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 연세대 교수평의회가 주관한 투표에서 86.6%의 지지를 얻어 총장에 선임됐다. ‘위기의 경제학등 경제학 서적을 일곱 권 펴냈다.

 

입력: 2012-07-26 /한경 제주=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