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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중단, 그 뒤가 문제다

풍월 사선암 2012. 7. 20. 10:34

MBC 파업중단, 그 뒤가 문제다

 

방송의 여론몰이 자정기능 취약

진정한 '균형 보도' 시스템 필요

무사안일 정치권부터 각성해야

 

지난 18MBC 노조가 170일간 이어온 파업을 끝냈다. 노조의 말로는 여야 정치권이 8월 구성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김재철 사장 해임을 추진키로 합의한 상태라 파업 잠정 중단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새누리당이 행여 그런 일을 한다면 이는 자기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MBC2008년 광우병 조작방송을 한 방송사다. 당시 PD수첩이 광우병 환자를 조작하고 허위사실을 보도한 일은 언론 종사자의 직업정신을 저버린 방송 행태였다. 이 밖에 북한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 분명한 KAL기 폭파 진술자 김현희의 거처에 카메라를 들이대 폭로한 일은 언론기관이 살인을 교사한 행위나 다름없다.

 

과거 MBC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매체라기보다는 정치적 선동기관이라고 착각한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그 같은 태도에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의 뜻대로 방송 편성을 하던 때로 회귀시키려는 파업에 공정방송 복귀란 이름을 붙였을 게다.

 

이번 MBC 파업은 방송 종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부터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MBC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2%대까지 추락했지만 국민은 MBC 파업에 관심조차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MBC 화면을 멀리 하게 된 것은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파업 중단은 사실상 노조가 백기를 들고 투항한 것이다. 5개월여 파업으로 노조원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고 하는데 이는 파업자들이 월급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들의 파업 행태가 이제 한국에서도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 좌절한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MBC 사장이 할 일은 불법 파업자들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다시는 이런 파업이 재연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다름 아닌 여당이 개입해서 노조의 숨통을 이어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행동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거 사실을 왜곡했던 MBC 방송의 행태는 민주주의 선진국에선 존재할 수 없다. 어쩌다 한 번의 조작방송은 나타나겠지만 그 다음엔 이를 가차 없이 걸러내는 자정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째, 방송사 구성원들 스스로 조작 당사자들을 가려내 수치스러운 과거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래야 내 일터도 지키고 언론계에 나가서도 얼굴을 들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 언론계 내부에서 이렇게 선을 넘어선 집단을 스스로 퇴출시키려 할 것이다. 이런 집단과 같은 언론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직업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고 언론직종을 폄하시키는 일 아닌가. 그러나 우리 언론계는 자체 문제점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 같다. 몇몇 방송사 노조는 동조 파업까지 같이하지 않았는가. 소위 정통 메이저 신문들도 적당히 비판하는 선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끝으로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점을 근절할 법제와 여론 풍토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정치가의 역할을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허망한 것이다. 야당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이 사태를 확대해 이익을 볼 생각뿐이다. 여당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그저 합의·양보하자는 사람들의 정당이다. 오늘날 일부 좌파 성향 언론의 선동적인 행태는 그들이 여당의 비겁한 모습을 매일 보고 의기양양한 결과일 것이다.

 

오는 12월 새누리당의 대선 가도가 얼마나 가파른 오르막길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이 승리했다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야 정당 득표율은 똑같은 48% 동률이었고 20대는 42%, 30대는 45%만 투표했다. 총선과 달리 여야 양자대결의 12월 대선은 야당 성향 청·장년세대의 의지가 총 집결된 여권 후보 사냥터가 될 것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유일한 무기는 공영방송을 지켜 최소한 균형 보도나마 하는 것뿐이다. 그런 고달픈 여당이 MBC 노조를 구제하려고 무슨 합의를 한다는 것은 실로 생각없는 자해행동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

한경 입력: 2012-07-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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