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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 강한 팬을 만들라

풍월 사선암 2012. 7. 14. 10:38

아마존<미국의 저비용 항공사사우스웨스트<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의 성공 비결?

충성심 강한 팬을 만들라

 

2011810.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던 엑손모빌(Exxon Mobil)이 처음으로 챔피언 자리를 애플(Apple)에 내어준 날이다. 당시 시장은 이를 일시적인 이변으로 여겼다. 종합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의 탄탄한 실력을 애플이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로부터 1년여 지난 현재, 애플은 시가총액 5665억달러(647조원·79일 종가 기준)를 넘는 부동(不動)1등 기업이다. 2위인 엑손모빌은 시가총액 3965억달러(453조원·79일 종가 기준)로 떨어져있다.

 

애플의 새로운 태블릿PC뉴 아이패드가 국내 출시된 올해 420일 아침,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전자제품 전문 매장 앞에 애플 마니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애플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고객들은 왜 애플에 열광하는 걸까? 혁신적인 제품과 플랫폼 때문인가? 아니다. 애플 매장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말한다. "제품을 잘 아는 직원들이 내가 모르는 부분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불만 사항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각 처리해 준다." 애플은 세계 13개국 360여 매장에서 '지니어스 바(genius bar)'라는 고객 상담 코너를 만들어 고객의 불만을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역전 비결

US에어웨이스가 독점하던 노선비싼 항공료·불친절로 악명

작은 불만도 없애주자 고객 몰려라이벌가 가격 내려도 승승장구

 

성공한 기업의 조건? 열성 팬을 만들라!

 

미국 항공사 US에어웨이스(US Airways)는 상당 기간 워싱턴DC와 볼티모어를 잇는 노선 대부분을 독점해 1993년 이 노선 점유율이 41%에 달했다. 그러나 비싼 항공료와 잡다한 추가 요금(hidden charge), 불친절한 직원들로 고객 불만이 쌓여갔다. 저비용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틈을 헤집고 이 노선에 뛰어들었다.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과 간단하고 투명한 요금 체계 등을 내건 사우스웨스트로 몰렸다. 이에 맞서 US에어웨이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내렸지만 고객 이탈 현상은 계속됐다. 2010년 이 노선의 시장점유율은 사우스웨스트가 53%, US에어웨이스 6%로 뒤집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역전시킨 비결은 '싼 가격'에 더해서 '상식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US에어웨이스가 사실상 독점한 노선에서는 예약 초과로 고객 10~20명이 비행기를 못 타는 일이 빈번했다. 항공권을 교환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만 100달러나 됐다. 하지만 US에어웨이스는 이런 문제 개선은 뒷전에 미뤄놓고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반대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런 사소한 문제를 모두 없앴다. 특별하고 대단한 게 아니라 고객이 불합리하다고 여길 만한 결점을 모두 제거한 '진품(眞品)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업체 아마존(Amazon)의 성공 공식도 비슷하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450억달러에 최근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 기업 가치 1000억달러, 5년간 기업 가치 연평균 40% 이상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아마존은 이용 고객에게 다른 회사의 가격과 구매 조건도 같이 보여준다. 다른 서비스로 고객이 옮아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온라인 쇼핑의 핵심인 '집객(集客)''편의성'을 극대화해 아마존의 충성 고객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은 "훌륭한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은 이를 주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게 된다"고 말했다.

 

안티를 만드는 '나쁜 이익'

질 낮은 서비스로 수익 내더라도불만 가진 고객이 악평 퍼뜨려

인터넷·SNS 타고 무섭게 확산

 

나쁜 이익은 회사를 망친다

 

아마존·US에어웨이스·애플 등 세 회사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나쁜 이익은 회사를 망친다'는 것이다. 질 낮은 서비스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창출한 이익은 고객 불만을 양산(量産)한다. 불만을 가진 고객은 악평을 퍼뜨리고, 이 평가는 잔잔한 호수에 이는 파문처럼 멀리 퍼져나간다. 이런 파급 효과는 최근 무서울 정도로 커졌다. 예전에는 1명의 험담이 10명에게 전파됐다면 이제는 인터넷·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1만명 이상에게 전파된다.

 

고객 충성도는 단순 평판이 아니다. 베인&컴퍼니 자체 연구에 따르면 고객 충성도가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 성장률이 평균 2배 이상 높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그 회사의 제품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고 주변에도 적극 권유한다. 게다가 고객 충성도가 높은 기업들은 비용 역시 평균 15% 적게 쓴다. 열성 고객들이 '주변 추천'으로 자발적인 영업·마케팅을 해주는 덕분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주는 상식적인 경영'은 얼핏 식상한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상식적인 경영을 실천에 옮기는 기업은 의외로 드물다. 개인 소비자로서 은행의 수수료에 짜증 내는 사람도 경영자 입장이 되면 수수료를 늘려 수입을 극대화할 생각을 한다. 회계 장부에는 좋은 이익과 나쁜 이익이 따로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회계 시스템으로는 이런 '고객 요소'를 측정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다. 고객 관점 중심 경영은 그만큼 힘들다.

 

베인&컴퍼니가 개발해 글로벌 기업에 도입한 'NPS(Net Promotion Score·고객 순추천 점수)'는 고객 충성도를 평가하는 유용한 척도 중 하나다. NPS 측정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고객들에게 "○○회사(또는 브랜드)를 당신의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그리고 응답 고객 중 10점 척도에서 9~10을 선택한 고객(추천 고객)의 비율에서 0~6을 선택한 고객(비추천 고객)의 비율을 빼면 NPS 값이 나온다. '매우 추천'하는 이가 많을수록 좋은 값이, '보통' 또는 '추천하지 않겠다'는 답이 많으면 나쁜 값이 나온다.

 

이런 평가 도구가 있더라도 이를 실제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고경영진과 리더십 팀의 확고한 믿음과 이에 따른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성공한 극소수 기업은 로열티 리더(loyalty leader·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선두 기업)로서 동종 업계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지택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부사장 / 조선일보 201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