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장학금 ·생활비 더 줘도 ○○는 싫어요

풍월 사선암 2012. 6. 13. 23:17

"장학금 ·생활비 더 줘도 ○○는 싫어요"

 

'피안성' '정재영' 인기과만 북적..비인기과는 인력부족 악순환

   

대학병원에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A(28·). A씨는 지난해 초까지 다른 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했다. 하지만 일이 힘들고 미래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어 1년간의 경력을 버린 채 전공을 바꿨다.

 

외과 시절 A씨는 인력이 부족해 쉬는 시간조차 없었다. 이틀에 하루는 잠을 못자기 일쑤였고 당직의사가 혼자다보니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환자 처치를 묻기 위해 선배 의사들을 일일이 찾아 다녀야 했다.

 

A씨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외과 의사를 버리고 다른 과로 왔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원금, 장학금, 생활비줘도..백약이 무효= 이른바 돈 못 버는 전공을 택하는 의사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의 연도별 레지던트 지원현황을 보면 2005년 정원의 99.3%를 차지하던 외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지난해 61%로 떨어졌다.

 

레지던트는 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 전문의가 되기 전 희망하는 과에 들어가 수련하는 예비의사다. 자신의 전공을 결정하는 시기인 만큼 미래에 예민하다.

 

병원들은 고육책으로 연봉을 올려주거나 장학금을 주는 식으로 외과의 레지던트를 확보하려 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백병원은 최근 외과 계열 전공의 25명에게만 15000만원의 석사과정 장학금을 지급했다.

 

병원 관계자는 "장학금뿐 아니라 월급 외에 매년 2400만원정도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지만 지원율은 거의 제자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근본적 대책이 있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부 병원은 레지던트 역할을 하는 PA 간호사를 뽑아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레지던트, 간호사가 아닌 봉직 의사를 고용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0578.8%였던 흉부외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지난해 35.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산부인과는 93.5%에서 66.7%로 떨어졌다.

 

피안성, 정재영 뜨고외과, 산부인과 지고=반면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인기과로의 쏠림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레지던트 지원율을 보면 정신과(191.8%), 재활의학과(154.2%), 피부과(146.0%), 성형외과(143.3%), 영상의학과(138.8%) 등이 정원보다 많은 의사가 몰려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추세는 개원가에 나갔을 때 연봉에 비례해 바뀌는 경향이 있다""외과, 산부인과의 경우 개원가로 가기도 힘들고 대학병원에 남기도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인기과는 모든 병원에서 미달되다보니 둘이 해야 할 일을 한사람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결국 노동 강도가 세지고 그 때문에 사람이 나가면 남은 사람의 일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비인기과 레지던트를 위해 월 50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이마저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급이 중단됐다.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B씨는 "황당하긴 하지만 돈 50만원에 올 사람이 안 오고 안 올 사람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가를 인상하던지 대학병원에서 교수 외에 일반 의사를 고용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며칠 전 모임을 갖고 각 학회별로 장기적인 전문의 숫자를 요청한 상태"라며 "이를 통해 현재 병원별 정원이 적정한지를 우선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산출된 정원보다) 충원율이 높다면 전망을 밝게 보는 것이고 낮다면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후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입력 : 2012.04.28

 

2011년 주요 과별 레지던트 지원현황

전공

정원()

응시()

지원율(%)

외과

305

186

61

흉부외과

76

27

35.5

산부인과

186

124

66.7

정신과

158

303

191.8

피부과

87

127

146

성형외과

97

139

143.3

안과

130

171

131.5

영상의학과

152

211

138,8

전체

4063

4449

109.5

<출처:대한병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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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과목 따라 연봉 1억 차취직도 양극화 뚜렷

정신과 2억 상회-마취과 1억 미만"전공의 기피 이유 있다"

 

"같은 의대를 나와도 어떤 과목을 전공했는지에 따라 연봉이 1억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기과와 비인기과가 나뉘는 가장 큰 이유지요."

 

새내기 의사와 전문의들이 취직 자리를 찾아 나서는 봄을 앞두고 있지만 모두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다.

 

전문과목별 연봉 편차가 너무나 벌어진데다 일부 과목은 취직 자리마저 마땅치 않아 고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계열 전문의 몸값 하향 평준화가정·마취과 하락

 

외과 계열 전문의 몸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올해 외과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올해 취업을 준비중인 M. 하지만 그는 최근 대학에 1년 더 머물 각오를 하고 있다.

 

그는 16"지난해에도 취직 자리를 알아보다 전임의로 발길을 돌렸었다""생각했던 연봉과 실제 현장의 연봉 차이가 너무 커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올해도 외과 계열 전문의들은 이같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수년 전부터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한 몸값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는 불과 몇년 전만해도 12천만~13천만원 선에서 연봉이 결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8천만~9천만원 선에서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A종합병원의 경우 수술 전담 외과 전문의를 연봉 9000만원에 구하고 있다. 충청도의 B종합병원도 마찬가지. 지방임에도 9200만원 선에서 전문의를 뽑고 있다.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등 외과 계열 전문과목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연봉 1억원을 넘기는 곳이 흔치 않다.

 

한 채용업체 관계자는 "외과와 산부인과 등은 개원이 용이하지 않아 봉직 시장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수요와 공급의 영향으로 몸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정의학과와 마취과 전문의들의 몸값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실상 경력 1년 정도의 일반 의사들과 연봉차이가 크게 없다.

 

최근 C종합병원은 가정의학과, 일반의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현재 C병원이 생각하고 있는 연봉은 가정의학과 9천만원, 일반의 8700만원이다. 전문의와 일반의의 연봉이 불과 3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상황이 더욱 안좋다. 수요가 크지 않다보니 최근에는 연봉이 8천만원 선까지 내려간 곳이 많다.

 

◀ 올해도 전문의 시험 합격률이 높아 치열한 취업 경쟁이 예상된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내시경을 하지 못하면 일반의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마취과의 경우 올해 200명 가량의 신규 전문의가 배출될 상황에 있어 연봉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정신과·영상의학과 등 연봉 2억 상회양극화 심화

 

하지만 구직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이들과 달리 스카웃 전쟁이 벌어지는 과목도 있다. 흔지 말하는 정신과, 영상의학과 등 인기과목들이다.

 

이들 과목들은 연봉 2억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상북도의 한 종합병원은 정신과 전문의를 25천만원에 구하고 있다.

 

전북의 한 병원도 21천만원에 사택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밖에 병원도 대부분 2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연봉은 점점 더 높아진다.

 

영상의학과도 마찬가지다. 몇년전 2억원 이상으로 책정된 연봉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초빙을 위해 22천만원의 연봉을 내걸었고 경남의 한 병원도 2억원 이상에서 기타 조건을 합의해보자고 제시했다.

 

재활의학과도 여전히 강세다. 요양병원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아직도 수요가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월급 2천만원 이하로는 사실상 채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채용업계의 전언. 그나마 연봉이 낮아져도 외과계열보다 2배 이상 높은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의사초빙닷컴 조철흔 대표는 "사실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정신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뽑기 위해 전문의 시험 전부터 흔히 말하는 선수 예약에 나선다""그래도 한명이라도 충원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일부 전문의는 병원이 모셔가기 위해 애 쓰고 일부는 자신이 취직자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봉직 시장이 과열되면서 전문과목별, 지역별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2-01-16 / 메디게이트뉴스 이인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