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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그들을 구할수 있다면 나 하나 죽어도 좋다!"

풍월 사선암 2012. 2. 24. 12:23

박선영 "그들을 구할수 있다면 나 하나 죽어도 좋다!"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단식 투쟁’ 24시간 밀착 취재기

뉴데일리(김태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탈북자들을 색출해 체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만큼 스스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단식, 정치적인 단식은 하지 않겠다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숨 건 사투를 뉴데일리가 밀착 취재했다. <편집자주>

 

 

22일 오전 동틀 무렵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전경 뉴데일리

 

#1. 22일 오전 320

 

22일 오전 320분께.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전날 정오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박 의원이 텐트를 친 곳은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중국 공안당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항의 표시이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교회 주변 경비는 삼엄했다. 기자가 박 의원 텐트 주변에 앉자, 경찰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평소에도 중국 대사관 주변에는 24시간 순찰을 돌지만 지금은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22일 박 의원이 서울 중국대사관 맞은편에 설치한 텐트가 닫혀 있다. 뉴데일리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은 겨울이었다. 새벽 날씨는 살을 에는 듯 찼다. 박 의원의 텐트는 아직 닫혀 있었다. 12일에나 나올 법한 생존을 건 '야외취침'을 감행한 그였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오랜만에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 그 사람은 '강제수용소? 그런 건 없다. 하려면 똑바로 하라'고 소리쳤다. 누구일까? 뭐하는 사림일까? 어떤 신념을 갖길래 '북한에 강제수용소는 없다'고 외칠까? 이날 박 의원을 밀착 취재하는 내내 이 사람의 발언에 직접 답변해 주지 못한 게 내내 마음이 쓰였다.

   

 

22일 서울 중국대사관 맞은편 나무에 '탈북친구를 위한 응원메시지'가 걸려있다. 뉴데일리

 

#2. 22일 오전 730

 

텐트 문을 열고 나온 박 의원은 영락없는 노숙자다. 박 의원은 세안을 위해 바로 옆 교회 화장실에 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의 텐트는 도로와 불과 10m가량 떨어져 있다. 도로의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다 들릴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밖이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까 오셨을 때 신분증 검사를 받고, 사진 몇장 찍는 소리도 들렸었다'고 했다.

 

박 의원을 만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핫팩을 전달했다. 그는 핫팩을 몸에 붙이면서 '그래도 날씨가 춥다'고 했다. 온몸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단 목소리만 빼고. 박 의원은 '탈북자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나 하나쯤은 희생돼도 좋다'고 했다. '이 거리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단식에 나선 이유였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탈북자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는 '제 전공이 헌법이다. 특히 헌법에 보장된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도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 한일 과거사 청산문제, 사할린 문제,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책을 보고 공부해도 금방 잊어버린다.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사람을 만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들과 하나 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2일 서울 중국대사관 맞은편에 설치한 텐트 안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단식 투쟁을 한다면 좋지 않을까. 박 의원은 많은 분들이 함께 단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하지만 진심이 없는, 보여주기 위한 단식은 모두 사양하고자 한다. 또 자기 일이 바쁘신 분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날 언론에서 취재하러 많이 왔었는데 보도가 됐을지 궁금하다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간신문을 펼쳤다.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해 두 매체는 1면에서 다뤘고, 다른 두 매체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를 확인한 박 의원은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박 의원은 정보의 귀재라 불린다. 최근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체포됐다는 정보도 박 의원이 가장 먼저 전했다. 그는 애정이 생기면 정보도 생긴다2시간 정도 신문을 정독하겠다고 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찾아 악수를 하고 있다. 

 

#3. 22일 오전 930

 

오전 930분께.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가 찾아왔다. 어느새 기자들도 제법 몰려든 상태였다. 박 의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당에서 외교통으로 꼽히는 정 전 대표가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관심을 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중 관계는 올해로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한중 관계가 정말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탈북자 문제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하지만, 탈북자 문제만큼은 순수하게 인도적 관점에서 처리해줄 것을 중국에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다른 일정 때문에 이내 곧 자리를 떴다.

 

 

22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탄식 투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박 의원을 위해 단소를 불고 있다. 뉴데일리

 

#4. 22일 오전 1010

 

오전 10시를 넘어서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박 의원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몇몇은 그저 '단식 투쟁'하는 갸날픈 여성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지나가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급기야 역사학자라는 한 남성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박 의원 앞에서 단소를 불었다. 박 의원은 매우 흐뭇해하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이 남성은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기셔야 한다. 탈북자 문제에 이렇게 관심 있는 정치인은 박 의원님 뿐'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텐트 앞에 눌러 앉아 박 의원에게 정치적인 사안을 묻기도 했다. 한 시민은 '1인 시위'를 하고 싶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대부분 박 의원의 건강을 걱정했다.

 

 

 

#5. 22일 오전 1030

 

같은 당 조순형 의원과 임영호 의원이 찾아왔다.

 

이번 총선을 준비중인 임영호 의원은 '박 의원이 생각나 서울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이날 하루동안 응원 단식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탈북자들의 북송반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릴레이 단식투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순형 의원은 '정치권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왜 없느냐. 복지 타령만 하고 있다'고 했다. 표정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박 의원과 나란히 앉은 조 의원과 임 의원은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가까이 다가가 들어 볼려고 시도했지만 이내 저지당했다.

 

22'단식 투쟁'하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찾은 탈북자 이애란 씨는 우리가 나서야 할

일인데 박 의원님한테 너무나도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뉴데일리

 

#6. 22일 오전 1110

 

15년 전 탈북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이 찾아왔다. 반가운 얼굴이다. 그는 박 의원에게 우리가 나서야 할 일인데 박 의원님한테 너무나도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탈북자 분들은 남한 생활에 적응하고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힘드실텐데 시간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강제수용소에 갇히느니 그냥 죽는게 더 낫다. 나도 쥐약을 먹고 자살하려고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다. 박 의원님이 우리 동포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수차례 우리가 나서야 할 일인데 박 의원님한테 너무나도 죄송할 따름이다고 했다.

 

이 씨는 탈북에 실패해 북송됐던 탈북자들 3명과 함께 왔다.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하자 이 씨는 이들 가족들이 북한에 있다. 얼굴은 절대 공개되면 안되고 이름도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잠시 탈북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사회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한 탈북자는 북한이 정보를 차단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은 남한 정보가 풍부하지 않았지만 탈북을 시도한다. 왠만한 북한 주민들은 다 북한 사회를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수용소는 자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만큼 경계가 완벽하다. 탈북에 실패하면 수용소에 다시 오거나 죽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시도했다. 그만큼 북한 사회를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박 의원을 찾아왔다. 박 대표는 북한에 강제 송환된다는 것은 생과 사의 갈림길을 의미하는데 국민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다. 이는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다. 언론이 국민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보도가 많이 돼 기쁘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오전 내내 방문하는 손님들을 맞이하기가 힘들었는지 박 의원은 '앉아 있기가 힘들다'며 잠시 누웠다. 그러더니 곧 잠이 들었다. 박 의원이 잠자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지 고민하다 오전에 그가 했던 희생이란 말이 떠올라 셔터를 눌렀다. 충분히 허락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2일 오후, “중국 당국의 탈북자 북송에 대해 반대하는 집회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기독교사회책임 탈북동포회는 중국 당국의 북송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데일리

 

#7. 22일 오후 215

 

박 의원의 단잠은 30분도 채 이뤄지지 못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기독교사회책임 탈북동포회가 찾아와 우리는 중국을 사랑한다. 중국은 탈북난민을 사랑해달라며 집회를 시작한 것.

 

탈북동포회는 탈북자 출신 기독교인의 모임으로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탈북난민 구출과 국내 정착 지원, 북한 식량 지원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중국 당국은 매주 150여명 정도를 체포해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는데 이는 비인권적인 처사다. G2 국가로 발돋음 한 중국이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국가가 되길 원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중국 공안 당국의 탈북자 북송'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는 우리 정부는 그간 중국과 조용한 외교에만 매달려 왔다''이번에도 지난해 10월과 같은 탈북난민들의 강제북송이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인권후진국임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끈 것은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었다. 주성호(선인고, 19) 군은 평소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문제가 불거지고 어떻게해야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나오게 됐다고 했다.

 

 

22일 오후, 새누리당 전여옥 의원은 탈북자는 북한을 넘어선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다'

라고 말했다. 뉴데일리

 

전날에 이어 이날도 참석한 새누리당 전여옥 의원은 탈북자는 북한을 넘어선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을 구하는 것은) 이념과 정치에 따른 문제가 아니다. 정치는 국민의 생명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연히 이들을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8. 22일 오후 7

 

저녁까지도 지나가는 시민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박 의원에게 장소를 제공해준 옥인교회 이은호 목사는 '새벽 기도 때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한다'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후 내내 끊임없이 사람들과 대화했다. 기력이 쇄진했을 테지만 꼿꼿한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도 다녀갔다. 박 의원은 물만 마시다가 김 의원이 준 소금을 먹었더니 몸이 괜찮아졌다고 했다.

 

불과 하루만에 박 의원의 안색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취재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건강을 챙기셔야죠'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탈북자 북송 반대'에 대한 그의 의지를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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