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자식은 - 금은비/김정란
많고 많은 이름 중에 부르고 또 불러도
사랑이 철철 넘치는 이름
부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되는
이름 어머니
지구상에서 가장 귀한 이름을 뽑으라면
그 첫 번째 나열에 어머니가 있습니다.
뼈가 녹고 피가 녹고 몸이 녹을 때까지
오직 자식을 위한 삶이 전부인 어머니는
어머니의 버거운 삶에 자식의 눈물도 기쁨도 모두
등에 올려놓고도 힘겹다는 말 한 마디도 내 보이는 일 없이
기 풍진 삶의 무게 온 몸으로 짊어지고 가십니다.
열 달을 품고 자식 세상에 태어나는 날
세상을 다 품은 듯 기쁨으로 행복 해 하셨고
행복이 넘쳐 기쁨에 눈물 흘리셨지요.
생명에 젖줄 자식에게 물려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내신 어머니께
자식인 우리는 무엇을 해 드렸을까요.
그동안의 기억으론 삐약이 땐 젖을 빨고 배고프면
밥 달라고 울고 맛있는 거 좋은 거 예쁜 거
사달라고 때 쓰고.
속상하게 마음 아프게 한 기억 밖에.
어머니 배 속에 열 달을 빌려 쓰고도 달세를 나 몰라라
몇 년 동안 엄마 젖 우유 값도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수십년 동안 가르치고 먹이고 입히고 했던 부채는
또 언제나 갚겠습니까.
모두가 외상이요 뻔뻔한 마음으로 진 빛이 이렇게나 많은데
갚기는커녕 아직도 빛 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소연
부족하면 채워 달라 철면피
꾸부러진 허리 피려 해도 텃밭에 자식 줄 채소심고
비오면 천수답에 자식 줄 쌀농사에 어머니의 허리는 이렇게
철면피 철없는 자식들 땜에 더욱 꼬불꼬불 해 집니다.
주고 또 주고
주는 것만 가르치고 길러낸 어머니의 사랑이
어쩌면 자식들이 보고 배워
받기만 하는 게 당연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받았으면 꼭 갚아야 한다는 약속을 하고 줄걸 그랬습니다.
부채를 지고도 갚지 않아도 되는 부모와자식간에 사랑의 고리
우리의 세대가 끊어버려야 하는데
그리될 수 있을 런지.
세상이 바뀌고 모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발전을 하는데.
부모와 자식 간에 사랑 갚음은 어찌하여 발전이 없고
수 천 년 전의 학습이 되풀이 되고 있는지.
아니 더욱 후퇴하여 세월이 갈수록 사랑은 거꾸로 돌아
사랑만 주고 키운 어머니의 잘 못된 가르침이
오늘도 우리 주위에
답습으로 가고 있어 서글픔으로 남습니다.
어머니
마음 주고 사랑주고 있는 거 다 털어주고 나니 빈주먹
외롭고 힘없을 때 자식에게 의지하고 싶은데
병들어 힘 빠지니 가야 할 곳 그 어드매냐.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생의 마지막 찾을 곳은
그렇게도 사랑하고 사랑했던 내 새끼 곁이 아니라
실버타운
양로원
요양원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