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어머니와 자식은 - 금은비/김정란

풍월 사선암 2011. 10. 30. 11:58

 

어머니와 자식은 - 금은비/김정란

 

많고 많은 이름 중에 부르고 또 불러도

사랑이 철철 넘치는 이름

부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되는

이름 어머니

지구상에서 가장 귀한 이름을 뽑으라면

그 첫 번째 나열에 어머니가 있습니다.

 

뼈가 녹고 피가 녹고 몸이 녹을 때까지

오직 자식을 위한 삶이 전부인 어머니는

어머니의 버거운 삶에 자식의 눈물도 기쁨도 모두

등에 올려놓고도 힘겹다는 말 한 마디도 내 보이는 일 없이

기 풍진 삶의 무게 온 몸으로 짊어지고 가십니다.

 

열 달을 품고 자식 세상에 태어나는 날

세상을 다 품은 듯 기쁨으로 행복 해 하셨고

행복이 넘쳐 기쁨에 눈물 흘리셨지요.

생명에 젖줄 자식에게 물려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내신 어머니께

자식인 우리는 무엇을 해 드렸을까요.

 

그동안의 기억으론 삐약이 땐 젖을 빨고 배고프면

밥 달라고 울고 맛있는 거 좋은 거 예쁜 거

사달라고 때 쓰고.

속상하게 마음 아프게 한 기억 밖에.

 

어머니 배 속에 열 달을 빌려 쓰고도 달세를 나 몰라라

몇 년 동안 엄마 젖 우유 값도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수십년 동안 가르치고 먹이고 입히고 했던 부채는

또 언제나 갚겠습니까.

모두가 외상이요 뻔뻔한 마음으로 진 빛이 이렇게나 많은데

갚기는커녕 아직도 빛 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소연

부족하면 채워 달라 철면피

꾸부러진 허리 피려 해도 텃밭에 자식 줄 채소심고

비오면 천수답에 자식 줄 쌀농사에 어머니의 허리는 이렇게

철면피 철없는 자식들 땜에 더욱 꼬불꼬불 해 집니다.

 

주고 또 주고

주는 것만 가르치고 길러낸 어머니의 사랑이

어쩌면 자식들이 보고 배워

받기만 하는 게 당연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받았으면 꼭 갚아야 한다는 약속을 하고 줄걸 그랬습니다.

   

부채를 지고도 갚지 않아도 되는 부모와자식간에 사랑의 고리

우리의 세대가 끊어버려야 하는데

그리될 수 있을 런지.

세상이 바뀌고 모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발전을 하는데.

부모와 자식 간에 사랑 갚음은 어찌하여 발전이 없고

수 천 년 전의 학습이 되풀이 되고 있는지.

 

아니 더욱 후퇴하여 세월이 갈수록 사랑은 거꾸로 돌아

사랑만 주고 키운 어머니의 잘 못된 가르침이

오늘도 우리 주위에

답습으로 가고 있어 서글픔으로 남습니다.

 

어머니

마음 주고 사랑주고 있는 거 다 털어주고 나니 빈주먹

외롭고 힘없을 때 자식에게 의지하고 싶은데

병들어 힘 빠지니 가야 할 곳 그 어드매냐.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생의 마지막 찾을 곳은

그렇게도 사랑하고 사랑했던 내 새끼 곁이 아니라

실버타운

양로원

요양원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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