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성묘 / 詩 김은희

풍월 사선암 2011. 2. 8. 16:21

 

성묘 / 詩 김은희

 

아기의 머리털 같은 힘없는 풀 듬성듬성

초라한 흙더미 아무런 말이 없다.

 

"저희들 왔어요!"

인사말을 건네 봐도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침묵만 차갑게 돌아올 뿐

 

애꿎은 바람이 솔가지를 흔들고 지나가고

흐르는 구름은 무언의 말을 건넨다.

'인생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다가

허무하게 흩어져 버리는 거야.'

 

절을 하고 말을 건네 봐도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정한 흙더미를 뒤로하고

흰 머리 같은 눈 녹지 않은

미끄러운 산길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허탈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쓸쓸한 차창 밖으로

선산에 걸린 황홀한 일몰이 미소 지으며

"고맙다! 잘 가거라."

살아생전 그들처럼

배웅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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