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 詩 김은희
아기의 머리털 같은 힘없는 풀 듬성듬성 초라한 흙더미 아무런 말이 없다. "저희들 왔어요!" 인사말을 건네 봐도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침묵만 차갑게 돌아올 뿐 애꿎은 바람이 솔가지를 흔들고 지나가고 흐르는 구름은 무언의 말을 건넨다. '인생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다가 허무하게 흩어져 버리는 거야.' 절을 하고 말을 건네 봐도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정한 흙더미를 뒤로하고 흰 머리 같은 눈 녹지 않은 미끄러운 산길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허탈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쓸쓸한 차창 밖으로 선산에 걸린 황홀한 일몰이 미소 지으며 "고맙다! 잘 가거라." 살아생전 그들처럼 배웅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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