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유희근의 붓글씨 이야기 - 술 찌게미와 물 탄 술

풍월 사선암 2010. 10. 29. 22:37

 

유희근의 붓글씨 이야기 - 술 찌게미와 물 탄 술

 

2,300년 전, 중국은 500년 동안이나 전쟁이 계속됐다. 이른바 春秋戰國시대였다. 먹느냐, 먹히느냐,.........500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대였다. 이때는 秦나라가 가장 강력해서 거의 모든 나라를 집어삼키고 이제 天下統一의 문턱에 와 있었다. 이때 楚나라의 재상으로 屈原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秦 다음으로 楚가 가장 강력했다.

 

굴원은 楚나라가 살아남으려면 주변의 여러 나라와 연대해서 힘을 합쳐 秦나라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신하들은 진나라로부터 몰래몰래 뇌물을 많이 받아먹었던지라 이 의견에 반대했다.

 

“다른 나라하고 친해 놓으면 진나라가 怒해서 우리를 공격 할 테니 더욱 위험하다”

“오히려 진나라하고 친해야 한다” 면서 굴원을 공격했다.

 

결국 굴원은 권력에서 쫓겨났다. 수 천리 머나먼 산으로 추방당해 江邊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어부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청렴결백과 애국심을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皆濁我獨淸 衆人 皆醉我獨醒 是以見方

 

온 세상이 다 더럽고 혼탁한데 나만 홀로 맑았으며,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었노라.

바로 그 때문에 권력에서 쫓겨나고 추방을 당했다네.

 

이 시는 수 천 년 동안, 많이 인용되는 “屈原의 漁夫辭”(굴원의 어부사) 중 일부다. 어부사는 211글자나 되는 大 長篇 서사시다. 12폭 병풍인데, 그 중의 한 폭을 써 봤다. (위 사진)

 

수 천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를 놓고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외워둘 필요가 있다. 그러자 어부가 이렇게 말했다.

 

뭇 사람들이 다 취했으면, 술 찌게미라도 먹던가, 물 탄 술이라도 마실 것이지,

뭣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다가 추방을 당했는가?

 

굴원이 말하기를

 

맑고 맑은 이 몸에 어찌 남의 더러운 물건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차라리 소상강에 뛰어들어 고기 뱃속에 내 몸을 장사 지낼지언정,

깨끗하고 결백한 몸에 세속의 더러운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없네.

 

어부는 뱃전의 노를 두드리며 이렇게 노래 부르고 가버렸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時流따라 처세하라는 뜻.

 

그러나 楚나라는 秦나라의 뇌물 전략과 내부 분열 획책에 말려들어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은 채, 왕과 관료들과 백성들이 흥청망청 지내다가 秦나라에게 멸망하고 말았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자.

 

국회의원과 정치인, 국세청장을 비롯한 관료들, 지방자치 단체장, 교육자들이 권력과 돈에 취해서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서로 먹는 데만 눈이 팔려 국가의 먼 장래는 안중에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오늘날 완전히 나사가 풀어진 安保意識이다.

解弛(해이)해진 安保意識, 구멍 난 安保意識이 걱정스럽다.

 

앞에서 본 것처럼, “나사 풀린 안보의식은 국가를 망친다” 는 역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