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귀향(歸鄕) - 한하운

풍월 사선암 2010. 10. 20. 09:22

 

귀향(歸鄕) - 한하운

 

고향으로 가는 길은

자꾸만 뜨거워지는 것은

 

달랠 길 없어

한때의 잘못된 죄는

꽃도 없는 캄캄한 감옥 속에

벌을 몸으로 치르고

 

이제 법조문보다

자유로운 고향길을 가는데

 

산천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구나

고향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구나

 

산에서 들에서

뻐꾸기가

 

누구를 부르는가

누구를 찾는가

내 마음같이 흔건히 울고 있는데

 

산천은 전과 같이 나를 반기네

고향도 전과 같이 나를 반기네

 

정말 법조문이 무엇인가

자유가 무엇인가

인생도 알듯하는데

 

산천초목을 엽록소 싱싱하게 푸르러

하늘과 바닷빛

아스라한 하늘 끝간 데

 

영원에서

영원으로

 

생명이 넘쳐 흐르고......

 


 

해설

문둥병이라는 천형(天刑)의 병을 앓고 힘든 삶의 여정을 밟아왔던 시적 화자가 결국 찾아가는 곳은 고향이다. 고향은 변함 없이 예전의 모습 그대로 시적 화자를 반겨 주고, 시적 화자에게 영원한 생명력을 전해 주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고향은 인간이 영원히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곳으로, 자유의 몸으로 귀향하는 시적 화자에게 설렘을 안겨주고 있다.

 

한하운(韓何雲) / 1920∼1975

출생: 함남 함주

학력: 중국 국립북경대학 졸업(1943)

등단: 1949년<신천지>에 이병철의 추천으로 등단한 나병 시인. '전라도 길'외 12편 발표

경력: 국립성계원 총무, 신명 보육원장, 청운 보육원장, 출판사 무하문화사 대표,

         신안 농업기술학교장, 한국사회복귀협회장 등 역임, 나환자 구제 운동에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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