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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응급수술 후 생활습관 바꾸어야

풍월 사선암 2010. 9. 15. 00:28

불시에 목숨 앗아가는 응급질환... 심근경색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38세 남성 한모씨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사색이 된 얼굴로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들어왔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왼쪽 상의 옷깃을 비틀고 있었다. 의사는 곧 응급실 A구역(가장 위중한 응급환자를 위한 침상)에 환자를 눕힌 뒤, 상의를 들춰 가슴에 전극(심전도)을 붙였고, 심장내과에 '콜'을 걸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지 13분 지났을 때 상황이다.

 

◆심근경색 환자 도착 50분만에 '혈관 정상화'

 

당직 중이던 심장내과 전문의가 황급히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응급 심장 시술을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은 의사 2명과 간호사, 방사선 기사 1명씩 총 4명. 환자는 혈전을 녹이는 알약을 물 없이 씹어 먹었고, 이어 알약 8알을 다시 입안에 털어 넣었다. 20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반가운 전화벨이 울렸다. 나머지 응급 시술팀이 거의 도착했다는 전화다.

 

 시술을 총괄할 홍범기 심장내과 교수가 병원 근처 집에서 나와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전 팀원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간호사는 환자의 오른쪽 다리에 빨간 소독약을 바르고, 방사선 기사는 스텐트(혈관확장용 철망)를 굵기별로 준비했다. 홍 교수를 도울 보조 의사는 납복(혈관을 찍는 엑스레이에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과 수술복을 챙겨입었다. 이 때 홍 교수가 도착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온지 44분째에 전 팀원이 모였다.

 

홍 교수는 모니터에 비치는 환자의 심장혈관을 보며 허벅지 혈관을 통해 긴 철사와 혈관 촬영용 조영제를 넣을 카테터(고무관)를 집어넣었다. 홍 교수가 철사와 카테터를 앞뒤로 밀어넣었다가 빼는 과정을 반복한지 5분쯤 흘렀을 때, 중간이 뚝 끊긴 혈관이 모니터에 보였다. 혈관 바깥쪽에서 카테터와 연결돼 있는 주사기를 뒤로 당기자 혈관을 막고 있던 붉고 누런 혈전이 잘게 부서져 우수수 빨려나왔다.

 

심도자실 도착 8분, 병원 도착 52분만에 막혀있던 혈관이 뚫리기 시작했다. 환자는 이후 심혈관에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응급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지 1시간 여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스텐트 시술까지 362분에서 54분으로 단축

 

◀ 혈전 때문에 막혀있던 혈관〈왼쪽 사진 중앙〉이 응급 시술 후 뻥 뚫려 모습을 드러냈다.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진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은 분초를 다투는 질환이다. 발병 1시간 이내 응급 시술을 받으면 90% 이상 정상으로 회생하지만, 8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밑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환자에게 30분 안에 응급 약물을 투여하고 90분 안에 스텐트 시술을 하도록 권장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매년 신속하게 응급 심장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외 7개 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스텐트 시술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362분에서 2006년 107.8분, 2007년 75.6분, 2008년 65.8분, 2009년 54.8분으로 5년만에 6분의 1수준으로 단축했다. 응급실 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위한 침상을 지정해 심장제세동기와 응급약을 비치하고, 급성 심근경색의 특성을 감안해 야간과 공휴일에 심장내과 전문의와 심장혈관 촬영실 간호사·방사선 기사팀에 당직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

 

◆고혈압·고지혈증 환자는 심근경색 증상 평소 숙지해야

 

응급 시술이 지체되는 중요한 이유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심근경색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2008년 국내 한 대형병원의 조사 결과, 응급 심장 시술을 받은 1416명 중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2시간 43분이 걸렸다.

 

홍범기 교수는 "많은 환자가 심근경색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약국이나 동네 의원을 헤매다가 시간을 지체한다. 돌연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급성 심근경색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으므로 평소 증상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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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응금시술 그 이후 20~30%가 재발... 약 반드시 복용해야

 

가슴 한가운데가 터져나갈 듯한 흉통이 닥친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신속한 응급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즉시 가야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그것으로 전부는 아니다. 응급 시술로 심혈관에 스텐트(혈관확장용 철망)를 삽입했다고 '병이 다 나았다'고 여기면 큰 착각이다.

 

전문가들은 "스텐트 삽입 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심장병과의 싸움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거나 항혈소판제제 복용을 2~3일만 걸러도 혈관이 다시 막히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전체 스텐트 시술의 20~30%는 재발 환자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95% 이상이 응급 스텐트 시술을 받는다. 건강보험공단 '2008년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스텐트 삽입술은 수술 건수가 9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시행된다. 2006년 3만1938건, 2007년 3만5452건, 2008년 3만7177건이 시술되는 등 매년 시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중 20~30%는 이미 스텐트를 삽입한 적이 있는 '재발 환자'라는 점이다.

 

이병권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텐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스텐트를 넣은 자리에 혈전이 다시 생기는 비율은 과거 30%에서 5% 정도까지 줄었다. 하지만 심근경색이 닥친 뒤에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아 정상이던 혈관에 새로 혈전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의료진이 심장혈관에 스텐트(혈관확장용 철망)를 넣는 응급시술을 하고 있다.

 

◆스텐트 재시술은 매우 어렵고 실패도 잦아

 

심장의 관상동맥은 세가닥으로 갈라진 지점부터 끝까지 길이가 30~40㎜이며, 여기에 들어가는 스텐트 길이는 가장 작은 것이 7~9㎜이므로 하나의 심장혈관에는 최대 3~4개의 스텐트가 들어갈 수 있다. 세 가닥의 관상동맥에 모두 스텐트를 삽입한다면 이론적으로 한 사람에게 최대 9~10개의 스텐트가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계산에 따라 '또 스텐트를 끼우면 되지'라며 방심하는 사람이 있는데, 스텐트를 넣은 사람에게 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은 매우 어렵다. 기존 스텐트가 혈관 통로를 막고 있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길고 조영제 사용량도 2배 이상 많아져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신부전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스텐트 시술 후 혈액을 묽게 만드는 항혈소판제제를 최소 1년간 매일 2~3알씩 복용해야 한다. 스텐트 성능이 좋아진 2000년대 후반 이후 시술 받은 사람은 약을 1년만 복용해도 되지만, 그 이전에 시술받은 사람은 재발 위험이 높아 장기간 혹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이 3~5배 높다. 과음이 아닌 이상 음주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약 2~3일만 걸러도 심근경색 재발 위험

 

항혈소판제제의 부작용 중 하나는 출혈이다. 이 때문에 치과 치료나 위·대장 내시경 등을 받으면서 "설마 며칠 거른다고 재발할까"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며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홍범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를 뽑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고 약을 며칠 거르다가 심근경색이 재발해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항혈소판제제는 2~3일만 약을 걸러도 약효가 50% 이하로 떨어지고, 1주일간 거르면 피가 약을 복용하기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간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 권고에 따르면 치과치료나 내시경 시술 정도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많은 양의 출혈이 생기지 않으므로 지혈시간이 길어지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절대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된다. 홍 교수는 "스텐트를 삽입한 사람이 수술을 받을 때는 심장내과와 협진하며 출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람이 위나 장 등 출혈 부작용이 생기면 토혈(吐血) 어지럼증 흑색변 등이 동반되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