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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발병 3시간 안에만 병원가면 사는데

풍월 사선암 2010. 9. 15. 00:23

사망1위 질환 뇌졸중

 

발병 3시간 안에만 병원가면 사는데...

손 따고 주무르기 등 민간요법으로 시간 허비

평균 11시간만에 병원에... 고위험군, 2년마다 검사를.

 

뇌졸중은 누구나 초기 대응만 잘하면 정상 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발병 3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 혈전을 녹이는 주사를 맞으면 팔다리 마비가 풀리기 시작하고, 2~3주 뒤에는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 없도록 거의 완벽하게 치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단일 질환으로 국내 사망률 1위 질환이 뇌졸중이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가 '3시간 데드라인'을 놓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는 평균 11시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조사에서는 3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가 29.3%뿐이었다. 3시간을 넘기면 사망 또는 회복 불가능한 후유증을 면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다.

 

◆뇌혈관 막히면 20초 뒤 마비 오고 4분 뒤엔 뇌세포 파괴

 

뇌는 140억개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위와 달리 혈전 등으로 뇌혈관이 막혀 20초만 피가 통하지 않아도 마비가 나타나며 4분이 넘으면 뇌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뇌졸중이다.

 

하지만 발병 3시간까지는 주변 혈관들이 막힌 혈관 대신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대타' 노릇을 한다. 따라서 이 시간 안에만 혈관이 뚫리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 뇌졸중은 발병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치료된다. 서상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다리로 긴 관을 넣어 막힌 혈관에 스텐트(혈관확장용 철망)를 넣는 응급시술을 하고 있다.

 

이경열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증상 발생 후 3시간이 넘으면 뇌신경이 완전히 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혈전용해제를 써도 소용이 없고 출혈 부작용만 생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리혈관으로 카테터(고무관)를 넣어 혈전을 부수거나 빨아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치료로는 혈전을 완전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후유증이 남는다.

 

대한뇌졸중학회가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뒤 3개월 뒤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회복된 환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3시간 이전에 병원에 온 사람이 6~12시간 지난 뒤 온 사람보다 26%, 12~24시간보다 45% 높았다.

 

◆손 따거나 팔다리 주무르며 시간 허비하면 안 돼

 

홍창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심근경색과 달리 어지럽거나 손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시작하는 등 증상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신이 뇌졸중인지 모르고 손을 따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많다. 제때 병원에 가려면 평소 뇌졸중 증상〈표〉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자신이 뇌졸중이라고 알아채도 신속하게 응급시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병원으로 가면 허사다. 매년 정부는 증상 발생 후 2시간 이내에 응급약물을 투여했는지, 병원도착 후 24시간 이내에 뇌CT나 MRI를 찍었는지 등으로 뇌졸중 진료 평가를 한다.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외 86개 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응급 약물 투약까지 걸리는 시간을 2003년 79분에서 2008년 45분으로 단축했다. 뇌졸중 환자가 도착하면 의료진 원무팀 검사실 직원 등 모든 관련자에게 휴대폰으로 문자가 전송되고 전자차트에 뇌졸중을 상징하는 주황색 띠가 붙어 무조건 1순위로 검사와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은 2년마다 뇌CT·MRI 촬영으로 예방 가능

 

뇌졸중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응급질환이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자,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 과거에 일과성 뇌허혈(뇌졸중 발생 1주~3개월 전 뇌졸중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있었던 사람 등 고위험군은 2년에 한 번씩 뇌CT나 MRI를 찍으면 사전에 전조 증상을 파악해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경열 교수는 "일과성 뇌허혈이 있었던 사람은 6명 중 1명꼴로 뇌졸중이 생기며 고혈압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2~4배 높다"며 "검사 결과 혈관이 좁아진 사람은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는 약을 먹거나 스텐트 시술을 통해 뇌졸중 위험을 확실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 나타나면 뇌졸중

 

1. 편측마비: 한쪽 팔이나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식사를 하다가 손에 힘이 빠져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계속 떨어뜨린다. 팔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 양쪽 팔 힘이 동시에 빠지는 증상은 뇌졸중이 아니다.

 

2. 언어장애: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이상한 말을 한다. 전화통화 도중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 문법에 맞지 않는 말, 외계어 같은 말을 한다.

 

3. 극심한 두통: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강도의 두통이 나타난다. 두통이 너무 심해 구토나 실신을 하기도 한다. 머릿속 혈관이 박동치듯 욱신거리거나 망치로 때린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한다. 묵직하거나 지끈거리는 두통은 뇌졸중이 아니다.

 

4. 시야장애: 갑자기 한쪽 시야가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두 개로 겹쳐보인다.

 

5. 어지럼증: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어지럽고, 일어나서 걸으려고 하면 자꾸 비틀거린다. 어지럼증 환자 중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는 4분의 1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