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난형난제(難兄難弟)

풍월 사선암 2010. 6. 30. 09:18

난형난제(難兄難弟)

 

세상을 살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특히 사람의 행동에 대하여,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경우와 이유는 알겠는데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요즘 한국의 정국을 보면 위의 두 가지가 다 복합된 양상이다.

 

외교, 국방의 행사권이 없는 일개 지방관리 신분인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인은 “시장으로 취임하는 즉시 남북 화해와 교류, 평화와 통일의 전진기지 역할을 확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자신이 토후국(土侯國)의 추장(酋長)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업무분장(業務分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탓이다.

 

천안함 침몰에 대하여 다국적 전문가들과 군/민 합동으로 조사하여 북한의 소행으로 도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민주당과 좌파들이 ‘천암함 조사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거짓말의 원조인 북한을 변론하는 것도 참 묘하지만 순국(殉國)한 46명의 우리장병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미국 조화유씨에 의하면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클린톤 미 국무장관에 보낸 편지와 시민연대가 유엔에 보낸 편지가 난해(難解)할 정도의 엉터리 영어라 한다. 조씨는 그 엉터리 영어가 국제적 망신을 불러 왔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들의 행동이 더 망신스럽다.

 

반미운동가인 신상철씨가 클린톤장관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도 의아하고, 더구나 미 전문조사단을 보낸 이가 클린톤장관이다. 자국에서 파견한 전문조사단의 결론을 의혹 운운하는 것은 파견자인 장관과 그 전문가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럼에도 신씨가 클린톤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미국무장관에게 항의서한 전달’이라는 또 하나의 과업(?)을 수행했다는 것 외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민주당 최문순의원이 러시아대사의 말을 왜곡한 것에서, 애초에 어떤 기대감으로 북한의 우방국인 러시아 대사관을 찾아 갔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러 대사관은 최의원의 왜곡발언에 대하여 발끈하여 사과하라는 성명까지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역사에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항복했던 치욕을 씻고자 효종이 즉위한 후에 청을 군사적으로 응징하려고 복수설치(復讐雪恥)의 북벌계획을 추진하였는데 김자점등의 친청세력이 역관(譯官) 이형장(李馨長)을 통해 청나라에 밀서를 보냈다. 그로 인하여 조선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었다.

 

중국정부는 북한 경비대에 의하여 사살된 자국의 밀수범에 대하여 북한에 강력항의를 했고 사과와 피해보상까지 받아 냈다. 또 북한에 억류된 두 여기자를 클린톤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데리고 왔다. 그게 국가의 실체이며 국가 본연의 의무이다.

 

국가는 자국(自國)의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그 첫째 의무이자 국가의 속성(屬性)이다. 국가 간의 사건에서 책임 있는 자의 잘못된 말 한마디가 국가에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La.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자위수단’이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때부터 미국은 한국정부에 대한 대북정보공유를 금지 시켰었다.

 

몇 해 전에 탈북 여의사가 쓴 자서전(죽을 문이 하나면 살 문은 아홉/김소연)을 읽은 적이 있다. 글 중에 ‘내 첫사랑은 김일성이고 지금 생각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일성과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그렇게 세뇌가 되었다는 말이다. 북한 응원단들이 남한에 왔을 때, 비에 젖는 김정일 사진을 보고 차를 세워 달려가서 울고불고 하던 일도 있었다.

 

흔히 북한정권과 인민을 분리하여 동포운운 하지만 독일 송두율 교수의 주장대로 ‘내재적 접근법’을 대입하면 분리를 할 수 없는 것이 정권과 국민이다. ‘내재적 접근법’이란 해당 국가의 제도 내에서 그 나라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같은 논리라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보법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북한 노동당원인 송교수가 자칭 ‘경계인’이라 하면서 남한의 국보법 철폐를 주장을 했고, 당시 대통령인 노씨도 ‘국보법은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면서 그에 동조를 했다.

 

‘역사에서 가정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6.25때 북에 의하여 통일이 되었다면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순서대로 수령체제가 통일한국에서도 그대로 지속되었을 것이다. 그게 동국대 강정구교수가 염원하는 '만경대 정신'이며 '통일과업'이다.

 

그런 환경에서 요즘 좌파들이 주장하는 휴매니즘이나 부의 분배는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남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을지, 경제형편 역시 현재의 북한의 실정과 비교하여 추론할 수 있다.

 

군인들에게 사기가 생명이라면 국민의 국론분열(國論分裂)은 국가의 사망선고와 같다. 정당이나 정치단체는 그 색갈의 분별이 가능 하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제3자적 행세로 여론을 왜곡하는 방송언론인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시사대담프로에서 초빙인사는 그 분야에 전문가라야 하는 것은 방송의 기본상식이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손석희씨가 광우병파동 때는 죠지아주 아틀란타에 사는 가정주부를 출연 시켜서 ‘광우병의 잠복기간이 50년’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전문가 행세를 하게 만들었다. 인간광우병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발병되었고 역사적으로 20년이 채 안된 질병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의 대담프로에서도 국제정치학 박사인 박선원씨를 출연 시켜서 ‘스크류에 그물이 걸려서 그 그물이 쇠막대를 끌어 들였고 그 쇠막대가 기뢰를 폭발 시켰다’는 도미노게임같은 주장을 하게 만들었다. 정치학박사가 공학박사처럼 결론을 내렸다.

 

천안함 사건은 군사사건이지 정치사건은 아니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처럼 해난사고의 분석은 해난구조공학(salvage engineering)이라는 특수 전공자의 영역이고, 이번에 각국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바로 그런 전공이나 그 분야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다.

 

박씨는 영국 워릭대학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주한미군의 역할’이라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미국에서도 한국 유학생들이 논문제목을 ‘한국의 것’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위를 받기에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연세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사람이다.

 

우리 속담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천안합 조사의혹’에 관하여 민주당에 미국의 이승헌 교수와 서재정 교수를 추천한 사람이 박선원씨라 한다. 그들 역시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견서를 유엔에 보냈다고 한다.

 

뜻이 아무리 가상할지라도 국익의 손익에 관계되는 사안이라면 말을 아껴야하고 특히 비전문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국가의 그런 속성(屬性)으로 인하여 국제연합기구인 유엔이 누구에게나 공평정대한 기구는 아니다.

 

안보리 이사5국의 거부권에 의하여 묵살된 안건들의 예가 허다하고 유엔이 창설 된 1945년 이후에도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유엔의 결의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자원전쟁이며, 소련의 주변국 침공 등등 예를 들자면 많다.

 

한국은 현실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아직 전쟁이 끝난 상태가 아니다. 동포라는 감상적인 어휘 때문에 금강산에서 관광객인 고박왕자씨가 사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군사지역에 들어갔으니 죽어도 싸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바로 광주 서정리 비행장 철조망을 뜯던 이들이니 그들의 이중적 사고가 결국은 국가의 존립을 위험하게 한다.

 

6월을 호국(護國)의 달이라고 한다. 천안함 전사자 영결식장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응분의 대가’를 외쳐도 시원치 않은 판에 눈물을 찍고 있던 대통령을 믿어야 하는 내 조국의 현실이 걱정되는 것은 오직 나 혼자만의 기우(杞憂)이기를 빌 뿐이다.(6/27/2010)

 

김광휘(cane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