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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계를 만든 개성공단 근로자들

풍월 사선암 2010. 6. 22. 09:01

초코파이 계를 만든 개성공단 근로자들

 

개성 공단에서 어느 직원이 포코파이를 먹다가 북한 근로자에게 하나를 주었다. 초코파이를 먹어본 근로자는 그 맛에 너무나 놀라서 어쩔줄을 몰라 했다.

 

북한에는 초코렛이 수입이 안돼서 초코렛에 없을 뿐만 아니라 초코렛 같은 달콤한 간식류는 자본주의 산물이라고 못 만들게 한다. 그런 사실을 안 직원은 다음날 초코파이를 갖다가 다른 근로자에게도 주어보았다. 역시 그 근로자도 처음 먹어본 초코파이 맛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안 관리자가 전 근로자에게 초코파이를 하나씩 주었더니 작업능률이 많이 올라갔다. 그 소식이 이웃 공장에도 전파되어 개성공단에서는 초코파이로 근무의욕을 높이고 사기를 올리는 것을 이제 너도나도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그렇게도 맛이 좋은 초코파이를 혼자 먹을 수가 없어서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서 가족과 함께 먹곤 한다. 그런데 한 개만 가지고 가면 집에서는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경우도 생기고 또는 때로는 서로 양보하느라 서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그래서 어떤 공장에서 초코파이 계가 생겼다. 매일 한 개씩 주는 초코파이를 5-6 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순번을 정해서 5-6 개를 한 사람이 가져다가 가족과 함께 먹게 하는 것이다. 이 소문이 퍼지자 다른 공장에서도 너도나도 다 초코파이 계를 만들어 집에 가지고 가서 가족들과 함께 초코파이를 먹는 것이 유행하고 있단다.

 

이제 "초코파이 계가 없는 공장은 개성공단에 공장이 아니다." 라는 유행어가 개성공단에는 생기게 되었다.

 

<북한 통천의 절경>

 

 

총 든 북한군 밤마다 어슬렁

 

남측 근로자가 전하는 '요즘의 개성공단'

간식으로 준 초코파이 매일 절반쯤 걷어가 새로 포장해 中에 수출

 

개성공단의 한 업체에서 일하는 우리측 근로자 A씨가 9일 이메일 등을 통해 신변안전 위협 등 최근 개성공단에서 겪은 황당한 사건들을 알려왔다.

 

그는 얼마 전 "밤 8시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앞에 검은 물체가 있기에 북한 근로자인 줄 알았는데 총을 든 북한군이 공단에 들어와 있었다"며 "얼마나 놀랐던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장한 북한군은 공단 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게 남북 합의사항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A씨는 "남측 사람만 보면 눈빛이 달라지는 무장 군인을 보고 왜 들어왔는지 누가 감히 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공단 외곽 초소마다 무장한 북한군이 있는데 요즘 남측 주재원들은 총이라도 맞을까 두려워 외곽으로는 산책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3월 한·미 합동훈련 기간에는 사내(社內) 방송으로 "이명박 괴뢰 정부와 미국이 0.001㎜라도 침략 시에는 한 손엔 칼을, 다른 손엔 총을 들고 응징을…"이라는 대남 비방 방송이 흘러나왔다. A씨는 "남측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에다 대고 남측을 전부 죽여버린다는 식의 방송을 일괄적으로 하는데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공단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실 사고와 벌금에 대해선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밝혔다. A씨는 "회사 내 북한 근로자들이 잔디밭에 앉아 있기에 뭐 하나 봤더니 잔디씨를 캐고 있더라"며 "총국(개성공단 관리하는 북측 기관) 지시로 잔디씨까지 훔쳐가는 것"이라고 했다. 입주기업 내에선 식료품·사무용품 등은 물론 화장실 휴지까지 수시로 없어진다고 한다.

 

또 북측은 우리 근로자들에게 걸핏하면 벌금을 물려 달러를 뜯어가고 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들어온 여성 근로자에겐 '풍기문란'으로 벌금, 산 보고 삿대질했다고 벌금, 담배 피우면서 운전했다고 벌금, 출·입경 시간을 살짝 어겨도 벌금이라고 한다.

 

A씨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며 50달러 안팎의 벌금을 뜯는다"며 "우리 근로자들을 완전 '봉'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개성공단 관련 북한법에 벌금 규정이 있는데, 북한 당국은 이를 악용해 '달러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총국측은 북한 근로자에게 매일 2~4개씩 지급되는 초코파이도 1~2개씩 걷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하루는 북측 근로자가 초코파이를 담았던 종이 박스들을 모아서 가기에 알아봤더니, 그 박스에 비닐봉지를 뜯지 않은 초코파이를 12개씩 다시 담아 새것처럼 만든 뒤 중국으로 다시 수출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북측 근로자들의 월급은 70~80달러 수준이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달러를 구경하지도 못한다. 50~60달러는 당국이 가져가고 나머지 20달러쯤은 배급 쿠폰이나 북한 돈으로 받는다고 한다. A씨는 "달러가 미국 돈인지도 모르는 근로자들이 있었다"고 했다. 총국측은 우리 입주기업들에 규정에도 없는 추가 임금을 강요하며 달러를 챙기고 있다고 한다.

 

북한 세관의 행태도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출·입경 심사를 하면서 신기한 게 있으면 꼬투리를 잡는다. 반짝이는 열쇠고리조차 "이건 못 가지고 들어간다"며 자기 호주머니에 쓱 집어넣는다. 담배는 기본적으로 한 갑씩 빼앗는다. 특히 말보로가 최고 인기라고 한다. A씨는 "비 오는 날 3단 우산을 가지고 가면 북측 세관원이 자기의 너덜너덜한 우산과 그냥 바꿔버린다"며 "멱살을 잡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겉으론 웃는다"고 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버릇을 이런 식으로 들인 게 대체 누구냐"고 했다.

 

A씨는 "우리 정부도 문제"라고 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1000여명에서 500여명으로 줄였지만 "1000명 목숨이나 500명 목숨이나 1명 목숨이나 소중하긴 마찬가지인데 (인원을 줄여놔서) 일하기만 더 불편해졌다"고 했다.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 입력 : 2010.06.1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