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중년의 가을은 시입니다 / 송화숙

풍월 사선암 2009. 9. 11. 08:23

 

중년의 가을은 시입니다 / 송화숙 


중년의 가을엔 모두가 시인이 됩니다.

 

외로운 이는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에 빠진 이는 그리움이 사무쳐서,

고독한 이는 인생을 노래하고 싶어서

시인이 됩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이는

아름다운 자연을 찬양하고

마음이 쓸쓸한 이는

고독이 주는 낭만을 찬양하고

삶이 고달픈 이는

희망찬 내일을 찬양하고 싶어서

시인이 됩니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는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웃음에 빠져들고

중년에 접어든 우리는

제 2의 사춘기에 빠져드는데

새하얀 머리카락 빗질하는 노년의 가을엔

무엇에 빠져드는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을 전혀 모른다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다 안다 할 수도 없는

적당히 아는 인생의 중간에 선 우리는

이별마저도 애절한 한 수의 시로서

아름답게 장식할 줄도 압니다.

 

고달픈 삶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을지라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줄 아는 지혜를 배우며

아름다운 자연을 맘껏 즐길 줄 아는 중년은

노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지나온 삶을

마침내 존경할 줄도 알게 됩니다.

 

그러기에 중년엔 모두가 시인이 됩니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이별도,

한 잔의 술에 담아 마시는 것처럼

한 수의 시로서 촉촉히 가슴 적십니다.


중년의 가을은 시,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