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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참매, 알에서 비상까지 4개월 잠복 추적

풍월 사선암 2009. 7. 23. 11:14

 

천연기념물 참매, 알에서 비상까지 4개월 잠복 추적

 

 

▲무럭무럭 자라거라 참매 암컷이 수컷이 잡아온 어치 새끼를 잘게 찢어 알에서 깬지

5일째인 새끼에게 건네주고 있다. 암컷만이 먹이를 찢어서 먹일 수 있어 맹금류의

새끼에게 암컷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열대로 보라매 삼형제가 서열대로 먹이를 먹고 있다.

▲첫 비행 7월3일 세 마리의 보라매 중 수컷이 35일간 정들었던 둥지를 떠나고 있다.

나머지 암컷들도 약 1시간 후 둥지를 떠났다.


겨울철새로만 알려졌던 참매(천연기념물 323호·멸종위기동물)의 국내 첫 번식 기록을 2006년 처음으로 보도했던 문화일보는 2009년 3월 충북 충주시 남한강변에서 또 다른 번식지를 발견, 세 마리의 새끼가 부화해서 이소하는 약 4개월간의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3월말 충주시 남한강변 토종 소나무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참매 부부를 발견해 매주 이곳을 찾았다. 4월25일 암컷이 알을 낳기 시작했고, 5월16일 세 개의 알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5월30일 암컷의 가슴 털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발견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포란한 암컷과 둥지 주변을 지키며 먹이를 공급한 수컷의 자식사랑이 첫 결실을 본 것이다. 엄마의 품안에서 재롱을 부리다가 아빠가 먹이를 잡아오면 엄마가 찢어주는 순으로 받아 먹었다. 수컷은 먹이를 찢어 먹이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맹금류의 어린 시절은 암컷이 반드시 필요하다. 암컷이 도중에 죽으면 수컷이 있더라도 어린 새는 덩달아 굶주려 죽는다.


6월6일 깃털이 흰색에서 잿빛으로 변하고 있는 어린 새들은 스스로 일어서서 기지개도 켜 보며 둥지 밖으로 힘찬 배설도 해본다. 아빠가 어치 새끼를 산 채로 잡아오자 이들은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6월18일 어린 새들은 어미만 한 크기로 성장했다. 깃털도 잿빛이 섞인 갈색으로 변했다. 덩치와 골격으로 보아 한 마리는 수컷, 나머지는 암컷이었다. 맹금류는 수컷이 암컷보다 작다. 어린 새들에게는 이제 서열이 정해졌다. 수컷이 둥지에 던지고 간 청설모를 동작 빠른 수컷 어린 새가 가로채 먼저 시식하면, 두 암컷 어린 새는 먹다가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 6월20일 어린 새들은 둥지에서 제자리 날기를 시도했다. 6월27일 세 마리의 어린 새들은 보라매(성조의 깃털로 변하기 전인 1년생 참매) 특유의 갈색 깃털로 위용을 갖췄다. 둥지 위의 나뭇가지로 튀어 오르는 비행에도 능숙했다.


7월3일 새내기 보라매 삼형제는 그동안 정들었던 둥지를 떠났다. 스스로 사냥을 하는 홀로서기에는 긴 여름이 지나야 하지만, 비좁았던 우물 안에서 미지의 세상으로 첫 나래를 펼쳤다. 이 땅에서 사라졌던 매사냥의 혼을 다시 심어줄 보라매들이 긴 장마를 이겨내고 무더위를 극복해 하늘의 왕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면서 참매 가족과의 정들었던 여정을 접는다.


충주 = 글·사진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