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당신 - 일구삼삼
전봇대 하나 서 있는 골목길 늦은 밤에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당신은 삶의 뒤안길에 자빠지고 허덕이는 탕아의 모습이었지요.
어스름한 저녁 녘 식당 한 켠에 졸고 있는 당신은 절망-그것이었지요.
전철 유리창을 무심히 응시하는 당신은 이미 이 세상의 미련은 잊은 지 오래이었지요.
온통 뒤죽박죽이 된 시간의 편린 속에 당신의 인생은 쓰레기통에도 쓸어 넣을 수 없었던 상처 덩어리이었지요.
눈 들어 고여있는 얼룩진 방울에는 어느새 山이 다가와 감싸고 있네요.
한줌의 바람이 떨어진 나뭇잎들을 일으킬 적에 당신의 눈동자에는 산릉들이 일렁거리고 山그림자 드리워진 먼 곳을 응시하는 당신에게서 그리움의 화신을 보았답니다.
늘 고개 숙여 땅만 향하던 당신이 山에만 가면 하늘 보며 그렇게 도도한 건 웬일인가요.
장돌뱅이처럼 수다와 위선을 부리던 당신 당신이 돌아와 다시 말을 잊으면 당신은 벌써 山으로 달려가고 있었지요.
찌들어 허기진 당신 당신의 소금기 하얀 바지춤에서 어찌 초라한 옛 당신을 상상이나 하겠어요.
억새풀 흩날리는 바람재에서 배낭에 기대어 단풍에 물든 당신 당신의 얼굴에는 아스라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지요.
산길을 돌아 그리움처럼 서 있는 야생화 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당신 당신은 시려오는 가슴을 상념 속에 묻어야 했지요.
당신이 돌아오면 먼지 이는 산모퉁이 신작로에서 어둠이 깔린 저편 고개 마루에서 당신이 돌아오면 모닥불 저만큼에 지피우고 바위에 기대어 당신의 그 긴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쓰러지고 고꾸라져 안부에 쳐 박혀 있었던 당신의 모습과 물 한 모금 목에 붓고 털썩 주저앉아 바라보는 서편 하늘에 구름과 그 아래 빨간 감나무들이 서있는 산동네 이야기와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를 맞으며 천둥번개에 가슴 졸였던 당신의 이야기를.....
그래도 당신은 이윽고 아침이오면 다시금 훌쩍 山으로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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