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풍월 사선암 2008. 11. 26. 09:09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하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 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 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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