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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 화양연화(花樣年華)는...???

풍월 사선암 2008. 9. 21. 07:46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의미의 화양연화(花樣年華).


내 인생에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내 첫사랑은 언제 였던가?


첫사랑하면 젊은시절 꽃봉우리가 막 피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사랑에 눈을 뜨는 때라 하겠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누구나 사랑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지만...한번하는 사랑 또는 두번, 세번 사랑이 찾아 올수있지만 매번 사랑에 감정이 다르겠지 살면서 단 한번만 하는 사랑도 있겠지만 두번도 세번도 또다시 다른사랑이 찾아와도 어느하나 그 순간만은 잘못된 진실하지 않은 사랑이라 할수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사랑에 순간은 첫사랑에 머무는것이 아니라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처절하도록 아픈 사랑이라도 저 세상으로 가져갈수있는 진실한 사랑 그 사랑속에서 마지막 까지 간직하고 떠나는 사랑 그것이 진정한 첫사랑이 아닐까?


4월에 장미같이 가장 근사한 봄날 따사로운 햇살처럼 가만가만 찾아오는 사랑...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 삼킬듯한 파도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뜨거운 사랑...

낙엽지는 쓸쓸한 숲 사이로 공허한 푸른하늘을 서로 그리워하다 소리없이 지는 사랑...

밤새 소리없이 내리는 흰눈속으로 찾아와 시린 가슴속에 소복소복 쌓이는 조용한 사랑...


당신에 화양연화(花樣年華)는...???

 

 

 

화양연화(花樣年華)

‘화양연화’(花樣年華)는 2000년 프랑스와 홍콩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왕자웨이[王家衛]가 감독하고, 양조위(梁朝偉)와 장만옥(張曼玉)이 주연을 맡았다. 각자의 배우자가 불륜에 빠졌음을 알게 된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


홍콩의 상하이 이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한 아파트에 두 가구가 이사를 온다. 지역신문 편집장 차우(양조위) 부부와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는 리첸(장만옥) 부부가 그들이다. 남편이 사업상 일본으로의 출장이 잦은 리첸과 아내가 호텔 근무로 자주 집을 비우는 차우는 아파트 주변에서 자주 얼굴을 부딪치면서 절친한 이웃지간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차우는 리첸의 핸드백이 아내의 것과 똑같음을 발견하고, 리첸 역시 차우의 넥타이가 남편의 것과 같음을 확인하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배우자가 서로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흐느끼는 리첸을 위로하면서 차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리첸 역시 자신의 마음이 점점 차우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스타일리쉬의 대명사 왕가위 감독이 무려 4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완성해낸 영화 <2046>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유일한 중국어 영화로 영화제 내내 언론과 관객들의 집중적인 관심에 시달린 이 영화는 유례에 없는 재상영이라는 기록을 만들어 내면서 전세계 팬들의 기대치를 또 한번 확인시켰다. 긴 시간 동안 기다린 만큼 전세계 왕가위 팬들을 더욱 들뜨게 한 영화 <2046>공개된 순간부터 논쟁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사랑을 잡지 못했거나, 다시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2046>은자신이 사랑한 여자에게 거절당한 후 과거 속에 남으려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2046, 그곳에 가면 사람들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곳으로 간 사람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아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탁 자신만이 빠져나가는 유일한 사람이다. 탁(기무라 타쿠야)은 오래 전 좋아했던 한 사람이 자기를 좋아했는지 알고 싶다며 독백을 읊조린다. 2046, 사람들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맨다.

 

 

<리첸이 챠우에게>


챠우. 멀리있는 그대에게


챠우.

나는 당신이 내 삶에 부딪혀오지 않게 하려고 언제나 어깨를 조금씩 옆으로 해서 당신과 엇걸려 지나왔습니다. 같은 날 이웃한 집으로 이사 왔을 때도, 당신의 이삿짐과 내 이삿짐이 뒤섞일 때도, 늘 가던 국숫집의 계단에서 당신과 마주칠 때도, 나는 가능하면 당신의 눈을 마주 보지 않으려 애썼어요. 두려웠습니다. 무심코 바라본 당신 눈에 가득 어린 그 무엇을 감당할 수 없다. 피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걸까요.


챠우.

당신은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전화를 했었지요. 당신의 부인과 내 남편의 관계에 대해서 당신은 침착하게 묻고 있었지만, 어쩌면 당신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은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의 아내와 내가 가진 핸드백이 같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고, 당신의 넥타이와 내 남편의 넥타이가 같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우리 마음을 터 놓아도 좋은가? 우리의 그 쓸쓸한 마음을 서로 위로받아도 좋은가? 그것이 묻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두 사람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하고 물었을 때 나는 알았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하고 내게 묻고 있다는 걸 말이죠.


당신은 배신감마저 그림자처럼 조용히 거느리고 있더군요. 저 사람에게 진짜로 .. 뭘까? 저 사람도 가슴이 아파지는 순간이 있을까? 저 사람에게도 분노해서 벽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격정의 휘둘림이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늘 한결같이 미소 짓고, 한결같이 조용히 뒤돌아서고, 한결같이 양보하고, 한결같이 기다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하얀 셔츠에 좁은 넥타이를 매고, 잿빛 양복을 입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로 외로운 듯 존재했으니까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우리를 그렇게 힘들게 했어도, 당신은 그것이 현실이 아닌 듯 그렇게 조용히 견뎠어요. 당신에게 현실이란 무엇이었을까요? 끓고 있는 커피만큼의 뜨거움도 당신에겐 없고, 그저 아직 식지 않는 따뜻한 보온상태의 삶만이 당신의 현실이었다는 생각을 나는 자주 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늘 배우자의 부재에 익숙해 있으면서도 서로 선뜻 마음에 들여놓지 못했어요. 늘 누군가를 기다리듯- 나는 차파오를 차려입고, 당신은 셔츠를 단정히 입고 있으면서도- 선뜻 당신을.. 나를.. 들여 놓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절대 잘못 돼서는 안 된다고 당신에게 말해 놓고도 나는 깊이 생각했어요. 잘못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잘 된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챠우.

당신은 현실을 인정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였어요. 당신의 삶에 필요한 것을 선택할 줄 모르는 사람이였어요. 당신과 나의 삶에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무수한 외부의 시선만을 생각했어요. 처음엔 당신이 비겁하고 소심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나를 지키는 방식이였으리라고 지금은 믿어요. 사람은 서로 사랑할 때도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사랑하니까요.


나는 당신의 방식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내겐 나의 방식이 없었어요. 당신의 방식이 곧 나의 방식이였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이 나를 두고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했다고 했을 때 나도 당신을 떠났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방식처럼 나는 홍콩에 있으면서도 당신을 떠났습니다. 당신도 모르게 마음이 깊어져서 걷잡을 수 없었다는 그 말만이 내게 위로이자 상처로 남았습니다.


당신은 내게 많은 연습을 시켰어요. 함께 무협소설을 쓰면서 마음을 담는 연습을 시켰고, 배우자의 부재를 확인하는 연습을 시켰고, 그리고 비 오는 거리에서 이별 연습을 시켰지요. 현실을 인정 하는 일에 서투른 당신만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그토록 많은  연습들이 나를 견디게 했는지도 모르니까요.


챠우.

당신은 알까요? 울리지 않은 전화를 바라보면서 내가 당신에게 마음속으로 속삭였던 말들을. <나요!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 올건가요?> 하고 매일 당신에게 마음에 전화를 걸었던 내 마음을...


우리는 늘 엇갈리며 지나쳤고,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는 두려워서 서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마음을 가두어야 했던 슬픈 인연이였어요. 하지만, 그 시절이 내겐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였어요.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부른다는 바로 그 시절..


4년 뒤 우리가 살던 그 집을 찾아갔을 때- 옆집.. 당신이 살던 그 집의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어와 얼마나 힘 들었는지요.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 당신을 추억하며 사는 날들은 내게 기쁨이며 동시에 슬픔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당신을 추억하는 시간은 늘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당신을 떠나왔지만, 어쩌면 그것이 옳은 선택이였는지도 모르지요. 그리하여 과거라는 이름 속에 비밀로 남긴 우리 두 사람. 오늘까지 이렇게 애틋하게 추억으로 새겨져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차우.

당신의 그 눈빛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눈빛이 아름답고 고운 것만을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 눈빛이 행복한 것들에게 가 닿아서 당신 또한 좋은 날들을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안녕.

 

 

<챠우가 리첸에게>


리첸.

늘 내게 뒷모습만을 보이던 당신. 1966년에 나는 앙코르와트에 갔었소. 기자의 신분으로 갔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비밀 하나를 고대의 사원 속에 영원히 봉인하는 의식을 치르러 갔던 것이오.


당신은 아는지.. 옛날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 있으면, 산으로 가서 한 나무에 구멍을 내고 거기 비밀을 속삭인 다음 진흙으로 봉한다고 했소. 그러면 비밀은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에 남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소.


앙코르와트 사원을 휘감은 나무 한 그루에다 나는 조용히 내 가장 아름다운 비밀을 속삭였소. 그리고 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곳을 걸어 나왔소. 내가 그곳에 묻은 비밀.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당신만이 알고 있을 그 비밀...


리첸.

1962년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소. 먼지 낀 창틀을 통해 과거를 볼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이곤 하오. 그러나 어느 한 장면 장면들은 너무나 선명해서 여전히 당신은 내 눈앞에서 눈부신 차파오을 입고 가녀린 몸매로 나를 비켜 가곤 하오.


그 엇갈리는 순간들이 나를 얼마나 많이 멈춰 세웠는지. 당신을 알까? 나는 늘 당신의 부풀린 머리와, 단정한 옆모습과, 안타까운 뒷모습에 눈길을 주며 시간을 보냈소. 아픔도 늘 삭히기만 하는 나였지만, 당신을 보고 돌아서는 순간만큼은 수천 개의 작은 화살들이 나를 찌르는 듯 마음이 아파지곤 했소.


그래서 나는 당신과 나를 연결할 무언가를 찾아야 했소. 우리를 연결해 주었던 무협 소설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소. 당신이 내 곁에서 지켜 보고 있을 때, 나는 가장 글을 잘 쓸 수 있었소. 내가 가진 재능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당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당신과 연결되는 오직 하나의 연결통로라는 것 때문이였소.


리첸.

우리는 우리를 공공연히 버린 배우자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소. 결과적으로는 다를 것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소. 그것이 나를 한없이 소심하게 했지만, 나는 단 하나 당신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했소.


더 이상 당신을 위해서 해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내가 선택한 것은 당신을 떠나는 것이었소. 소심한 선택이었지만 내 모든 것을 던진 선택이기도 했소. 수백 번 수천 번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으며 나는 당신에게 속으로 말했소. <싱가포르로 가는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함께 가겠소???>. 그러나 그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기에 내 마음 안에 잠들어 있소.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라디오에서 당신의 남편이 신청한 음악을 들었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한다는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당신을 위해 신청한다는 당신 남편의 그 신청곡을. 당신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으면서, 내 마음은 괴로움 속에서도 가야 할 방향을 찾은 것 같았으니까...


<그래 당신과 나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시절을 함께 했다. 그러므로 그 순간을 훼손하지 않는 것도 나의 의무라고...>. 그리고 나는 일어서서 나의 집을 나섰소. 방의 모든 불을 끄면서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도 조용히 껐소. 스위치를 내려 불을 끄듯- 내 마음 안에 모든 것을 조용히 내렸소.


리첸.

내가 싱가포르에 있을 때, 어느 날 당신은 내게 전화를 걸었소. 아무 말도 없는 전화기 넘어 당신의 마음, 그 마음의 울먹임, 내게로 전해오는 그리움, 아픔... 나는 다 전해 받았소.


앙코르와트로 가기 전에 리첸... 나는 우리가 이웃하면서 함께 보냈던 그곳으로 갔소. 모든 것은 다 변해 있더군. 옆집에 아이 하나를 데리고 사는 부인이 있다고 했소. 나는 그 사람이 당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그러나 확인하지 않은 것 또한 나의 예의라 생각했소.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를 남기며.. 나의 한 시절을 지나쳤소.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아마 변한 것은 없겠지. 추억은 추억이니까. 우리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거기까지 였으니까...


사랑하는 리첸.

이제 당신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거느릴 수 있소. 앙코르와트의 나무 구멍 속에 파묻은 것은 한 시절 나의 소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고, 당신은 점점 더 자라서 내 마음 안에 하나의 나무가 되었소.


내 안에서 당신은 늘 눈부신 차파오를 입고 가녀린 어깨를 조금 비틀어 내 곁을 엇갈려 지나가고 있지만, 나는 당신의 안타까운 뒷모습을 언제까지나 내 마음 안에 붙들어 놓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시절을 견딜 것이오.


당신을 그렇게 영원히 사랑할 것이요. 그 방식이 당신을 쓸쓸하게했다 하더라도 이렇게 조금씩 영원히 사랑하는 것을 용서하기 바라오. 당신의 쓸쓸하고 단정한 그 모습 안에도 환한 웃음이 깃들기를...

 

 

Shigeru Umebayashi


1. 2046 Main Theme (with Percussion-Train Remix)

2. Polonaise

3. Lovers(erfu solo)

4. Yumeji's Theme

5. 2046 Main Theme(With Percu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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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TMFL I

2. ITMFL III

3. Angkor Wat Theme Finale

4. Interlud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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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in the mood for love


1. I'm in the mood for love - Bryan Ferry

2. Aquellos Ojos Verdes-Nat King Cole

3. Quizas, Quizas, Quizas-Nat King Cole

4. Te Quiero Dijiste-Nat King C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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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1/2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