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배우 소피아 로렌 /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장르 드라마
시간 101 분
국가 이탈리아 (1970년)
드넓은 크로아티아 평원의 해바라기밭이 너무도 인상적인 영화.
이영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80년대 였습니다. 구소련에서 촬영했다는 이유와 해바라기가 구소련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해서 반공을 국시로 하는 우리나라에 이영화가 들어오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 영화는 서슬퍼런 5공시절 우여곡절끝에 수입됐다는 뒷얘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소피아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빅토리오 데시카의 정치성을 완전배제한 투박하지만 사실적인 연출로서 넓은 해바라기밭 외엔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장면이 없음에도 이렇듯 다시보게 만드는건 헨리맨시니의 주제 음악의 역할도 컷다고 하겠습니다.
정신이상자로 위장해서 전장에 나가지 않고 버텨볼려던 안토니오(마스트로얀니)와 지오반나(로렌)의 계획이 순진하다고나 할까요.바람둥이와 결혼한 지오반나는 신혼의 달콤함을 알기도 전에 시베리아 전선으로 남편을 떠나보냅니다.
많은날이 지나고 어느 상의군인의 외침으로 전쟁이 끝났음을 안 지오반나는 귀환병들이 탄 열차를 뒤지며 남편을 찾지만 그리운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전선에서 남편이 보낸 편지와 함께 동봉된 사진뒤에 적힌 사랑한다는 짧은 메모를 보며 살아있음을 굳게 믿는 지오반나는 남편과 함께 돈강 근처에서 전투를 벌였다는 초라한 행색의 귀환병의 얘기를 듣고 더욱 용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사진 한장 달랑들고 러시아로 향합니다.
좀 무모한 것 같지만 여러곳을 찾아 나서죠. 그리고 각본대로 남편이 살고 있는 집을 찾습니다. 거기에는 젊은 러시아 여인이 빨래를 걷고 있습니다. 이 젊은 여인은 오래전 겨울,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죽어가는 한 이탈리안 병사를 구해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와 결혼하여 지금 예쁜 딸아이까지 낳아 살고 있는 여자입니다. 지오반나도 지금 직감으로 그걸 알고 있습니다. 이 젊고 아름다운 러시아 여인 앞에서 남편을 찾아온 자신이 어쩌면 초라하게 까지 느껴집니다.
아마 이런 기구한 만남이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게하는 장면입니다. 남편의 젊은 부인에게서 지난날들의 얘기를 들으며 결국,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가련한 여자의 심정이 로렌의 표정연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다시한번 보면서 안토니오는 꼭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를 여러번 생각했지만 가슴아프지만 결론은 그럴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남편의 젊은 부인과 함께 지오반나는 안토니오를 만나기 위해 플렛폼으로 나갑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남편의 모습이 보이기를 기다리는 지오반나 앞에 초라한 소련 노동자로 변한 안토니오가 기차에서 내립니다.
그토록 만나보기를 갈망했던 남편이 정작 그녀앞에 나타났을 때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그냥 기차에 올라타버립니다.
그리고 그 기차안에서 회한의 오열을 터뜨립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집으로 돌아온 지오반나는 방마다 걸어 놓은 안토니오의 사진액자를 모두 방바닥에 내동댕이쳐 부수고 발로 짓밟습니다. 찢어진 사진은 창밖으로 날립니다. 다시는 머리에서 떠올리지 않을 생각으로...
다시는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는 지오반나의 행동에서 그녀가 남편 안토니오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그리워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떠한 이별이든 떠난 사람만 괴로운건 아닙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린 그녀는 안토니오의 가슴에 깊은 그리움을 남기고 그 그리움은 옛 아내에 대한 죄의식과 함께 결국 이탈리아로 향하게 합니다. 이 어색한 어둠속의 재회에서 아무리 서로를 으스러지도록 안아보아도 그 포옹과 키스가 다시 둘을 갈라놓는 현실의 이별을 대신할수 없다는 것을 두사람은 잘 알고 있었기에 둘의 입맞춤이 그토록 길었는지...
플렛폼을 미끄지듯 떠나가는 기차.... 안토니오를 싣고 점점 멀어져 갑니다. 지오반나는 이별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가 들석일 정도로 흐느끼며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되는데 언제 보아도 이별의 장면은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라는 것을 항상 느끼게 합니다. 또 다시 보아도 감동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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