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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열풍] (5) 교육평준화 산물…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풍월 사선암 2008. 6. 30. 06:59

 

[특목고 열풍 초·중교육 무너진다] (5) 교육평준화 산물…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특목고 열풍을 가라앉힐 해법을 찾는 건 쉽지 않다. 특목고 과열 현상은 입시 위주의 한국교육과 학벌 중시의 사회풍토, 부모들의 교육열 등이 얽혀 만들어낸 산물이다. 특목고만 따로 떼어 대안을 모색할 수 없다. 결국 전반적인 교육정상화 문제와 맥이 닿아 있고 평준화 교육정책이냐, 혹은 교육자율성 확대냐라는 교육철학적 문제와도 연관된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이 내놓은 특목고 열풍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각각 다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도 상이하다. 교육학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현직 고교 교사, 학부모 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해 특목고 열풍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키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특목고 열풍의 원인은=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부모가 많은 이유는 자녀의 특목고 입학이 사회적 성공에 필수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고교별 우수 대학 합격자수 등에 대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특목고 전문학원인 하늘교육이 최근 2006학년도 서울지역 6개 외고와 2개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 2344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7.6%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포항공대 등 8개 명문대에 합격하거나 외국 유학길에 올랐다.


또 공교육 부실도 특목고 열풍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공교육 불신으로 그나마 남아 있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고 한국교원대 부속고등학교 임근수 교사는 "예전의 명문고 역할을 특목고가 떠맡으면서 과열이 심화됐다. 우수한 학생집단을 만날 수 있는 동료집단의 매력과 일반 인문계 고교의 부실한 학생관리 또한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중앙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특목고 열풍의 원인을 정부의 교육평준화 정책으로 돌렸다. 이 교수는 "교육평준화라는 제도적 장치의 운용이 경직화되면서 교육수요자의 불만이 크게 증폭되고 학부모들은 유일하게 교육선택권이 보장된 특목고에 관심을 집중했다"고 진단했다.


◇특목고 과열 해법은=특목고 열풍을 잠재울 일반적 해결책은 공교육 정상화이지만 그 세부방안에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백 교수는 "학생간 배타적 경쟁보다는 교사간, 학교간의 건설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사 평가와 학교간의 다양한 차이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능한 교사에게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적격 교사에게는 자격정지 등과 같은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교원평가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현재 시범 운영중인 개방형 자율학교 같은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사설 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인간교육을 하는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자율형 사립학교, 자율형 공립학교, 자율형 특성화학교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사는 대학입시나 고교입시 등을 행정간섭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큰 틀만 제시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문제는 각 학교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 문제를 그나마 덜 꼬이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시학원화한 특목고의 현실을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교육학부모회 김현옥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2004년 공언한 것처럼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 전형이 정착돼야 한다"며 "특목고 학생들이 고교 전공과 동일계로 진학하도록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교수는 "외고 지원에 지역제한을 두고 외고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면 제재하겠다는 식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며 "정부는 '우리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의 교육경쟁력은 일반고가 제공하는 교육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특목고 열풍은 특목고의 경쟁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해법도 특목고와 유사한 형태의 사립학교를 확대해 공립과 사립을 경쟁시킨 뒤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을 맡기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준화 vs 수월성 교육=공교육 정상화의 길은 결국 평등주의 교육관과 수월성 교육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교육관 중 어느 쪽에 중심을 두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학부모회 김 정책위원장은 "1974년부터 시행된 평준화 정책은 공교육 정상화에 역할을 해왔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한국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이유도 평준화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준화 해체는 곧바로 교육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무상교육이나 똑 같은 교육을 바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보장받는 사립학교 교육을 활성화할 때가 됐다"며 "자율성은 곧 엄격한 책무로 이어지고 학교간 경쟁은 교육의 질 향상에 촉매가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평준화 해체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우려하는데 오히려 현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공립학교에 투입해 공립학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평준화와 수월성 교육을 절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 교수는 "평준화 고수냐 아니면 폐기냐라는 식의 흑백논리보다는 상호간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같이 국공립학교는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되 사립학교는 자유경쟁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거나 혹은 일반계 고등학교 중 70% 정도는 평준화 정책으로 하고 나머지 30% 정도는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사는 "큰 틀에서는 평등주의 교육관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수월성 교육을 통해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7.04.03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