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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열풍] (4) 귀족교육 실태 대학에서는 어떨까

풍월 사선암 2008. 6. 30. 06:54

 

< 입학해도 월 수백만 사교육 >

 

[특목고 열풍 초·중교육 무너진다] (4) 귀족교육 실태 대학에서는 어떨까


특목고 출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있었다. 당시 선발된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최종 후보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씨와 이소연(28·여·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는 각각 한영외고와 광주과학고를 졸업했다. 극한을 견디는 체력,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인성, 탁월한 지적 능력으로 1만8000대 1의 경쟁을 뚫은 대한민국 최고 젊은이들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특목고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는 점이었다.


특목고에서 대학으로 넘어온 학생들은 1학기 강의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력차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이공계 신입생 243명을 상대로 실시한 물리학 성취도 시험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39명이 토론식 수업과 교수의 특별 지도를 받는 물리심화반 수강자격을 부여받았다. 학교측은 대학 1학년 교양필수에 해당하는 물리학I 수준의 문제 6개를 60분간 풀게 하고 75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으로 인정했다.


토론식 수업과 교수의 특별지도를 받는 심화반 합격자 39명 중 94.8%인 37명이 특목고 출신이었다. 반면 일반고 출신은 141명이 지원해 단 2명이 통과함으로써 합격률 1.4%를 기록했다. 그나마 일반고 합격자 2명은 각각 38등과 39등이었다.


당시 문제 출제와 평가를 맡았던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관계자는 "과학고 출신들은 평균 70점대였고 일반고는 30점대였다"면서 "일반고에서는 0점을 받은 학생도 10여명 정도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김도연 학장은 "특목고와 일반고의 교육 깊이와 양이 극심한 차이를 보여 대학에서도 좀처럼 학업 차이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대는 올해부터 튜터(Tutor)제라는 보완책을 내놨다. 성적이 뒤지는 신입생을 대학 2·3학년이 끼고 가르치는 제도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원어로 된 의학 용어와 쏟아지는 학습량을 제 때 소화해내는 측면에서 특목고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로 이뤄지는 과별 발표회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 실습에서도 외고에서 의대로 진학한 학생들이 강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녀를 외고에 보낸 화학생물공학부의 한 교수도 "자기 목적의식과 연구 능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특목고 출신들이 앞서나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7.04.01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