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키워드로 본 정권 ‘임기初 현상’

풍월 사선암 2008. 3. 9. 12:44

키워드로 본 정권 ‘임기初 현상’

이명박정부, 실용·변화 바람속 ‘고·소·영’ 명암

 

 

사람도 ‘첫 인상’이 중요하듯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출범하면서 어떤 첫인상을 주느냐가 정권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역대 정권들을 보면 대부분 초기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 분야에 ‘변화’와 ‘실용’이라는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얼리 버드’(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먹는다는 뜻) 라는 말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변화 바람은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조각(組閣) 과정에서 장관 내정자 3명이 낙마하는 ‘인사 파동’을 겪으면서 연예인 이름을 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강부자(강남 땅부자)’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이른바 ‘임기 초 현상’인 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역대 정권들도 내용은 다르지만 이같은 임기초 현상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와 역대 정권의 정권초기 ‘키워드’를 통해 임기초 현상을 살펴본다.


◆‘개혁 태풍’ =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노 홀리데이(무휴)’를 선언하며 새 정부의 기초를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친기업적 경제 정책과 규제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았고, 영어 공교육 강화가 교육 개혁의 화두로 등장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를 필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 대못질’을 뒤집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해 규제개혁의 상징처럼 돼버린 ‘전봇대 뽑기’등이 언론의 표제어를 장식하면서 유행어가 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표적 대기업 규제 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 올 상반기 폐지와 대기업 회장들과의 ‘핫 라인’설치를 약속했다. ‘아린지(오렌지)’로 상징화된 영어 공교육 정책은 우리 사회를 찬반 논란으로 뜨겁게 달궜다.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 정치개혁과 탈(脫)권위주의를 ‘키 워드’로 내세웠다.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 개혁과 영·호남 지역주의 극복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신념이자 소신이었다. 집권 초 검찰 인사 파동을 계기로 마련된 ‘평검사와의 대화’는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노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대표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지방분권’ 정책을 집권 초부터 밀어붙였다.


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속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탈출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였을 정도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 과감한 기업·금융 개혁을 추진, 2001년 8월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IMF 극복’을 선언할 수 있었다. 사회 각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도입은 위기 극복을 위한 키 워드였다. 30년 만의 군부 권위주의를 단절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 ‘변화와 개혁’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실제로 집권 1개월 만에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안기부 축소, 군부 정권의 상징인 ‘하나회 해체’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인사 파동’ = 역대 정부는 조각 과정에서부터 상처를 안고 출발했다. ‘능력’ 최우선 인선 스타일은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스스로 잡았다. 인사 파동은 자체 검증이 미흡했던 탓도 있지만, 애초부터 도덕성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래서 ‘고소영·S라인(서울시 출신) 인사’, ‘강부자 내각’, ‘SKT(소망교회, 고대, 테니스)’, ‘형님 인사’라는 말이 회자됐다. 노무현 정부는 ‘소수파 정권’의 한계를 인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학계 소수 이론을 대변하는 지방 출신 교수들을 중용하거나 정권 창출 주역인 ‘노사모’‘386 운동권’출신들로 청와대 요직을 채운 게 단적인 예다. 노 정부 역시 ‘코드 인사’, ‘돌려막기(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등 숱한 인사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김대중 정부는 ‘DJP’라는 키워드로 대표된다. 여야 첫 정권교체에다 호남 출신 대통령 등장에 따른 ‘호남 편중 인사’논란에도 시달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극도로 보안을 중시하는 ‘깜짝 인사’ 그리고 차남 현철씨의 국정개입을 대표하는 ‘소통령’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대내외 여건 악화’ = 역대 정권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출범했다. ‘라면값 100원 인상’으로 대표되는 물가인상이 이명박 정부 초기의 최대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전임 정권의 신용카드 남발 정책으로 인한 ‘카드 대란’과 ‘신용불량자’ 300만명 시대를 맞으며 출범했다. 김대중 정부도 ‘금모으기’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외환위기속에 출발했다.


문화일보 김충남기자 200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