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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차 ‘벤츠S600 가드’ 타보니…

풍월 사선암 2008. 2. 23. 16:00

4.6초만에 시속 100㎞ `슈퍼카`… 쉿~ 실내는 조용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전용차가 20일부터 카니발에서 벤츠 S600으로 바뀌었다.

벤츠 S600 가드는 배기량 6000cc급으로 타이어 4개가 모두 펑크 나도

시속 80㎞로 100㎞ 넘게 달린다.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함께 앞으로 타고 다닐 의전용 차량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경호실에서 제공한 방탄차 대신 카니발을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뀐 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해진 차량 중에서 타야 한다.


현재 청와대에서 운용 중인 방탄차는 링컨 콘티넨털을 비롯해 독일 BMW Security 760Li,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가드, 그리고 현대자동차 그랜저 등이 있다. 이 차들은 경호실 차원에서 관리하며 차량 상태에 따라 교체를 하기도 한다.


각 대통령마다 선호하는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차를 주로 탈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앞에 거론된 모델 중 하나를 취향에 따라 탈 수밖에(?) 없다. 경호실에서는 보안 유지를 위해 어떤 차를 탈 것인지 밝히지 않는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가드를 주로 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테러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면서 국가 원수를 비롯한 요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량은 필수품이다. 그런 만큼 경호차량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일반인 상상을 초월한다. 폭격을 당해도 끄떡없는 안전성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수류탄과 소형 미사일 등이 차량 위 또는 아래에서 폭발해도 실내에 손상을 주지 않는 특수 방탄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생화학 무기 사용에 대비해 차 안에 정화ㆍ산소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방탄차를 처음 사용한 국가원수는 독일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개발작업에 참여하고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 건설을 진두지휘해 오늘날 독일 자동차 기술이 세계를 리드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 그런 그가 방탄차 역사에도 중요한 족적을 남긴 것이다.


히틀러는 1933년 혁명에 성공한 뒤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가던 중 다른 차가 충돌했다. 그 사고로 상대방 차는 완파되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거의 부서진 곳이 없었다. 그를 계기로 히틀러는 벤츠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1935년부터 벤츠가 납품한 방탄 리무진 3대를 사용하게 된 것이 시작이다.


그가 탔던 방탄차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좋아했던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770K. 이 차는 타이어에 20개 독립 공기실을 만들었고 40㎜ 두께 방탄 유리에 철판 덮개를 씌운 스페어 타이어를 차체 앞쪽 양 옆에 장착했다. 당시 그의 권력만큼이나 방탄차 위력은 대단했다.


히틀러 방탄차만큼이나 유명한 것으로 암흑가 보스 대명사로 알려진 알 카포네 캐딜락이 있다. 기관단총 다음으로 자기 사업과 목숨을 보호해주는 것은 자동차라 믿었던 알 카포네는 적들에게 언제 총탄세례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1932년 세계 처음으로 방탄 캐딜락을 만들어 탔다. 16기통 165마력의 엔진을 탑재한 캐딜락에 4㎜ 두께 방탄강철 차체, 그리고 10㎜짜리 안전유리를 4겹으로 만든 방탄유리와 수십 개 개별 공기실로 만들어진 방탄 타이어를 장착한 차였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방탄차를 처음 탄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으로 모델은 1970년형 캐딜락 드빌 세단이었다.


자동차 기술 발달과 함께 오늘날 방탄차에는 8개 이상 에어백은 물론이고 펑크가 나도 시속 8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런 플랫(Run Flat) 타이어를 장착하는 등 그 성능과 기능은 한층 업그레이드돼 있다. 물론 폭발방지용 연료탱크라든가 보조 배터리, 차간 통신장비 등도 추가돼 있다. 그 장비들만 해도 웬만한 승용차 한 대분 무게인 750~1500㎏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방탄차로 개조하는 모델은 충분한 출력을 얻기 위해 엔진 배기량이 4.0ℓ를 넘는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대형차가 주를 이룬다.


방탄차 주요 고객은 바티칸 교황, 대통령, 총리 등 국가원수는 물론 유명 연예인과 테러가 빈번한 아랍, 러시아, 남미 등지에 근무하는 외교관, 기업 총수 등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총기를 이용한 사고가 늘면서 방탄차 주문 고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방탄차 전문업체는 전 세계에 20여 곳 있으며 그중 16개 업체가 미국에 있다. 이들은 차종에 상관없이 주문 제작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별도로 방탄차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곳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그중 벤츠가 먼저 방탄차를 만들었는데 1933년 일본왕 히로히토가 주문한 벤츠770 풀만 리무진이 첫 작품이었다. 일반 자동차를 방탄차로 개조하는 데는 최소 4개월이 걸리며 판매가는 고객 요구수준에 따라 다르다. 통상적으로 기본 차값 외에 1억~6억원가량이 추가되며 차량 제원, 특성, 고객 등은 비밀이다. 전 세계 방탄차 시장 규모는 연간 1만3000대 정도로 매년 25%씩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600은 어떤 차일까? 시판차도 BMW 760Li나 아우디 A8 등과 함께 일반인들에게는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다. 미국시장에서 S600L 시판가가 그랜저 다섯 배가량인 14만달러에 육박한다.


무엇 때문에 그처럼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까. 여기에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없는 단계에 있는 유저들에게 통하는 그 무엇이 있다. 간단하게 브랜드 가치라고 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최상급 모델 중 가장 판매대수가 많은 것이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고 그 S클래스 정점에 있는 모델이 대통령 방탄차의 베이스가 된 S600L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5206×1871×1473㎜, 휠 베이스는 3165㎜. 스타일링 디자인 변화로 인해 거대해 보이지는 않지만 측면에서 보면 위압감이 들 만한 덩치다. 최고급 사양인 만큼 웬만한 장비는 대부분 표준으로 장착돼 있다. 세미 아닐린 레저, 블랙 나파 시트, 알칸타라 레저의 루프 라이너, 그리고 캘리포니아산 원목으로 만든 월넛 트림 등으로 고급감을 표현하고 있다. 뒷좌석 전용차인 만큼 별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운전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뒷좌석에서 즐길 수 있다.


S600L에는 V형 12기통 5.5ℓ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돼 있다. 최고 출력 517ps/5000rpm, 최대 토크 84.6㎏ㆍm/1800~3500rpm에 달하는 괴물급이다. 트랜스미션은 메르세데스가 자랑하는 7단 자동변속기.


순간적인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만큼 성능도 가히 폭발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6초로 슈퍼카 수준이다. 그런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차 안에서는 정적 그 자체다. 이런 차는 최고 속도보다는 어떤 영역에서든지 빈틈없이 운전자 의도를 받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거대한 차체임에도 경쾌한 자세로 치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이 차를 이용하는 유저들 수준을 고려한 신개념 안전 시스템인 프로 세이프도 세계적 주목을 끄는 것이다.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자동차 기술인 퍼폼 세이프(Perform Safe)를 시작으로 선대 S클래스에서 실용화한 것으로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인 프리 세이프(Pre Safe), 충돌시 탑승자 손상을 최소화하는 탑승자보호 안전성능인 패시프 세이프(Passive Safe), 그리고 사고 후 탑승자 구조와 2차 피해 발생 방지를 고려한 포스트 세이프(Post Safe) 등으로 구성된 안전 시스템이다.


그런데 분명 놀라운 안전 시스템이지만 퍼폼 세이프는 운전자가 개입하는 것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속도 영역이나 노면 조건에서도 차체는 유유 자적하며 운전자 실력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차가 알아서 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그먼트 장르를 고려한다면 그런 불평은 의미가 없다. 절대 성능과 속도는 그 자체로서 카리스마로 작용해 이 차 가치를 높여주는 조건이다.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닌 만큼 그 내용도 상식적인 것이 아니다.


[글로벌 오토뉴스 채영석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