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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01시54분 완전 붕괴

풍월 사선암 2008. 2. 11. 23:59

국보 1호 ‘숭례문’ 01시54분 완전 붕괴

화재 5시간여만에 전소…경찰 “방화 가능성 크다”

한겨레/최현준 기자 

 

»11일 새벽 숭례문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전소돼 진화작업 중

까맣게 타버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창광 기자

 

국보 제1호인 숭례문(남대문)이 10일 밤 화재로 무너졌다. 불은 저녁 8시5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숭례문 2층 누각 천장에서 시작해 2층 지붕을 모두 태웠다. 이날 화재는 출동한 소방 당국이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숭례문 화재현장]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


화재 초반 소방 당국이 물을 계속 뿌리며 진압에 나서 불길이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밤 자정께 불길이 2층 지붕의 기왓장 사이를 뚫고 나오며 순식간에 2층 누각이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은 문화재청의 자문을 거쳐 불길이 처음 일어난 2층 누각 지붕의 기와 일부를 뜯어내려고 했으나 이미 많은 물이 뿌려진 기와 지붕이 붕괴될 위험이 높아 포기했다. 소방당국은 산소 질식제를 투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커진 이유로 초동 화재 진압의 실패와 함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목재 방염 처리를 하지 않은 등 평소 안전 관리의 문제점을 꼽았다.

 

[숭례문 화재] 주변 주민들 “국보 1호가 불에 타다니…” 망연자실


현장에 있던 문화재 전문가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모습같아 가슴이 아프다. 숭례문은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지만, 조각상 등 조선 초기 모습도 많이 갖추고 있었는데 모두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불이 나기 직전 한 남자가 숭례문 안으로 들어갔다는 신고를 받았고, 불이 처음 일어난 숭례문 2층 누각에는 전기 시설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기사 이상권(45)씨는 “숭례문 맞은 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 한 남자가 숭례문 가운데 홍예(무지개형으로 뚫린 곳)로 들어가는 걸 봤다”며 “얼마 뒤 2층 누각 가운데 부분에서 불꽃이 일었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불이 난 뒤 남산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이씨는 전했다.


경찰은 숭례문 근처 남대문 시장에서 방화 용의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한 이아무개(55)씨를 붙잡아 조사를 벌였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귀가시켰다.


이날 숭례문 화재 현장에는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 28대와 소방대원 133명, 경찰 50여명이 출동했다.


숭례문은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태조 7년(1398)에 완성됐고 현재의 건물은 세종 29년(1447)에 고쳐 지은 것이다. 최현준 기자 symbio@hani.co.kr

 

[숭례문 화재] 발생에서 진압까지 시간대별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