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고향사선암

[산따라 맛따라] 덕유산 설화만큼이나 맛깔스런 메뉴들

풍월 사선암 2008. 2. 17. 14:27

  [산따라 맛따라]덕유산 설화만큼이나 맛깔스런 메뉴들

안성·무주리조트·삼공리의 먹거리집들


덕유산은 우리나라 겨울산의 백미(白眉)다.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 눈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겨울 덕유를 보지 않고는 아예 겨울산 얘기를 하지 말라고도 했겠다. 올해는 이 눈꽃의 향연이 오래도록 갈 것만 같다. 1월중에 내린 많은 눈이 향적봉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50리 긴 주능선 위를 온통 덮고 있다.


덕유산이 16개 산악국립공원 중 한 곳이나 한국의 100명산에 선정되어 있다는 거창한 타이틀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여행작가협회가 추천한 한국의 100대 관광지 겨울 계절 1위에 ‘덕유산 설경’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 이 겨울 덕유산 산행은 빠뜨릴 수 없겠다. 특히 올 2월은 설 연휴가 유난히 길다. 이 연휴기간에 적어도 1박 혹은 2박 일정으로 덕유산 눈꽃 향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덕유산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이고 고전적인 코스는 무주 구천동 삼공매표소쪽을 들머리로 백련사를 거쳐 주봉인 향적봉(1,614m)에 오르는 코스(약 9km)다. 백련사까지는 구천동 33경 중 비파담, 구월담, 이속대 등으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계곡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고,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 약 4km 구간은 본격적인 설경 산행코스다.


이 코스에서는 나뭇가지에 쌓인 눈꽃, 즉 설화(雪花)나 나뭇가지가 머금었던 습기가 얼어붙은 상고대 터널을 지나게 된다. 때로는 설화나 상고대가 녹아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그대로 얼어붙은 수정처럼 맑고 영롱한 얼음꽃 빙화(氷花)와 부딛치기도 한다. 실로 겨울 설산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코스다.


지금은 1997년 동계 U대회를 계기로 개장한 무주리조트의 관광곤돌라(오전 9시~오후 4시 운행)를 타고 해발 1,520m 설천봉까지 단숨에 올라간 다음, 20분 남짓 거리 향적봉을 걸어 오르는 경우가 가장 많은 추세다.


하산은 여러 코스 중 취향에 따라 달리 할 수 있겠는데, 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의 링(ring)코스를 선택하게 되면 초보자라도 당일 코스로 큰 무리 없이 덕유 설경산행의 개요를 맛볼 수 있다. 다만 산행 출발은 이를수록 좋다.


프로급이나 건각이라면 중봉을 거쳐 주능선을 타고 동엽령에서 안성 방향 칠연계곡~용추폭포로 내려가는 코스도 멋지다. 더 많은 일정을 낼 수 있다면 내친 김에 주능선을 종주하고 남덕유에서 영각사로 내려가는 기록도 남겨볼 만하다.

 

 

용추폭포가든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무주가 무척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다. 불과 5, 6년 전에 만든 덕유산 등산지도에는 대전~통영를 잇는 35번 고속국도가 나와 있지 않다. 35번 고속국도가 없던 무주와 덕유산은 산사람들에게 아주 먼 곳, 먼 산으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이 도로를 타면 대전에서 50분, 대구에서 2시간대에 산행 나들목까지 닿을 수 있다.


35번 국도에서는 덕유산 IC와 무주 IC를 이용하면 덕유산 가는 길로 바로 연계된다. 향적봉을 기준으로 한다면 덕유산 IC를 통과하는 것이 산자락 접근이 가장 가깝다. 향적봉 서남자락 칠연계곡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고전적인 구천동 코스에서 탈피한 대표적인 코스로 용추폭포 기점코스로도 불리고 있다.

 

 

칠연폭포를 오른쪽으로 둔 지점의 구름다리를 건너 계곡 따라 3.3km 주능선 상의 안부 동엽령에 오르면 향적봉까지는 4.3km, 남덕유산까지는 12.4km다. 송계사 삼거리까지는 2.2km로 중봉과 향적봉이 시야 가까이 들어온다. 칠연폭포 구름다리에서 동엽령까지 풍광은 커다란 바위덩어리와 아름드리 거목들, 세찬 계류의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어 많은 산꾼들이 구천동계곡을 압도한다고 평하기도 한다.


이 코스에서 산꾼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집이 용추폭포가든(063-323-0838)이다. 업소 마당 건너편이 용추폭포인데, 한차례 들른 손님들은 모두가 단골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순박한 집주인 내외분(박춘우-박을순)의 인정에 끌리고 맛에 매료되는 것이다.


민박방이 있는 이 집에다 차를 맡겨 두고 산을 오르거나 스키를 타러 간다. 마치 시골 고향집에 와 있는 느낌에 아늑한 기분이 든다. 긴 긴 겨울밤, 깊은 산속 분위기 따라 민박방 식탁에 둘러 앉아 토종닭백숙이나 토끼탕, 꿩탕을 끓여 놓고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집이다. 경향각지에서 연말연시 단합대회나 총회 장소로 많이 이용한다는데 아침상에는 시원한 해물알탕이 빠짐없이 올라와 숙취를 풀어준다.


고속도로에서 덕유산 IC를 벗어나면 안성 반대방향으로 바로 죽전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자연환경연수원 칠연계곡 이정표를 따라 길을 꺾으면 5분 거리에 안성면 공정리(사탄) 용추폭포가 나온다.

 

 

예촌본가 


무주리조트 정문 하행선쪽에 있는 한우고기와 한식 전문점 예촌본가(063-322-5665)는 현지는 물론 외지로도 명성이 크게 알려져 있는 업소다.

 

 

무주리조트가 개장할 때부터 리조트 안에서 영업하다가 2년 전 새 건물을 짓고 아랫마을로 이전한 업소라 이 일대에서는 가장 많은 단골을 확보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히 손님들로부터 ‘달님’으로 호칭되는 안주인 문은영씨의 인기가 대단하다.

 


새로 지은 지 오래지 않아 깔끔한 분위기인데 종사자들도 매우 친절하다. 14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주차에도 불편함이 없고, 2층은 최신시설을 갖춘 노래방이라 식사와 술자리가 끝나면 바로 원터치로 여흥을 즐길 수도 있다.


해장국 6,000원, 버섯전골 10,000원, 불고기 산채정식 15,000원. 예촌본가정식 20,000원. 한우고기는 전북 임실에서, 흑돼지삼겹살은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에서 갖다 쓴다.

 

 

향적봉대피소 & 설천봉레스토랑

 

덕유산 겨울산행에서 1박이라도 해야 할 경우라면 향적봉대피소(063-322-1614)는 반드시 챙겨 두는 것이 좋다. 수용인원이 40명인데 이곳은 일출사진 촬영의 명포인트라 언제나 많은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래서 사전예약이 필수다. 1박 7,000원. 침낭(2,000원)과 담요(1,000원)를 별도로 대여해 주고 있다. 대피소 내부는 난방으로 침낭이나 담요로도 견딜 만한데 컵라면(2,000원)과 햇반(3,000원) 등으로 요기도 할 수 있다.

 

▲ 항적봉대피소/설천봉레스토랑

 

향적봉 대피소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박봉진(50.남원산악회)님의 호칭은 ‘대장’. 이 호칭은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는 2003년 아콩카구아(6,950m)를 등정했고, 2006년에는 에베레스트(8,848m) 원정에도 참가한 골수 산꾼으로 "덕유산 눈꽃이야말로 국내 명산 중 최고"라며, 지금은 덕유산 사진촬영에 심취해 있다.


겨울스포츠의 꽃 스키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무주리조트(063-322-9000)를 찾는다. 무주리조트는 덕유산의 대자연 속에 펼쳐 놓은 사계절 종합휴양지다. 동양 최대 규모의 스키시설을 갖춘 무주리조트에서는 알프스풍의 특1급 호텔 티롤과 콘도형 가족호텔, 그리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스키시즌인 겨울에는 전국 40개 도시에서 무주리조트로 연결하는 관광버스를 운행한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 전국 주요도시에서 2시간대에 접근이 가능하다.

 

 

무주리조트의 정상부가 향적봉인데, 향적봉이 바로 눈앞으로 바라다보이는 설천봉(해발 1,520m)까지는 관광곤돌라를 타고 누구든 쉽게 오를 수 있다. 이 곤돌라는 국내 최고 높이까지 오르고, 그 길이도 2.6km로 국내에서는 가장 길다. 곤돌라 종점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2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다. 구름을 뚫고 올라본 1,614m 향적봉 정상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산상의 설경과 맑은 날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지리산 계룡산 대둔산을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환상적인 조망은 한 겨울의 큰 축복이기도 하다.


향적봉을 다녀 오는 길, 곤돌라를 타는 곳에 설천봉레스토랑(063-320-7717)이 있어 차가운 생맥주 한 잔 마실 수 있다. 그 맛은 생맥주 맛의 극치로 치부해도 좋을 듯싶다. 식사를 못한 경우라면 모닥불 난롯가에서 몸을 녹인 다음 따끈한 생버섯국밥으로 시급한 민생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별미가든


덕유산에서는 3명의 남매(1녀2남) 모두가 스키 국가대표선수 출신의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이 남매 중 막내인 최흥철 선수는 2003년 1월 제21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타르비시오) K90m 단체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고, 같은 해 2월 제5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아오모리)에서도 같은 종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형인 최능철 선수는 지금 전북스키협회 전무이사로 활동 중이고, 누나 최송화 선수는 캐나다로 유학, 체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전북스키협회 이사로 봉직한 바 있는 아버지 최연표님과 장한 어머니 장월미 여사 내외분은 삼공리 국도변 구천초등학교 옆에서 ‘별미가든(063-322-3123)’이라는 산채음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덕유산은 산나물의 천국이라 할 만한데 두 내외는 이 산나물들을 손수 채취, 최고의 산채요리를 차려내고 있다.


40가지가 넘는 산채나물들로 차려내는 산채요리는 국제산업박람회 등 각종 음식품평회에서 여러 차례 가장 큰 상을 받은 바,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져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별미가든산채정식 1인분 15,000원. 아침손님들을 위해 다슬기해장국(6,000원)도 차려낸다.



원조할매보쌈식당 


구천동 삼공집단시설지구에는 20여 토속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다. 특이하게도 이들 음식점 대부분의 간판에는 ‘전주’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다. ‘전주’라는 접두어가 붙지 않은 업소 중 한 곳인 ‘원조할매보쌈식당(063-322-2188)’은 음식도 다른 업소들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옥호가 말해 주는 한윤순(68) ‘원조 할매’는 10여 년 전 이 식당을 열기 위해 서울의 어느 유명한 보쌈집에 취업, 솜씨를 익혔다고 한다.


그러고는 산채나물이 위주인 이곳에다 도시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업소를 개업했다는 것이다. 1997년 동계U대회 기간 중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였고, 이들 젊은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할매를 찾아 자신들의 미각에 길들여진 음식으로 소주파티를 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도시 유명보쌈집의 맛을 능가한다’는 소문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도시사람들로부터 검증(?)을 거친 상태로 전국 각지의 단골이 꽤나 많은 집이 되어 있다고 한다.

 

 

돼지고기 편육에 고랭지채소와 보쌈김치로 차려내는 상차림을 보면 누구나 소주나 동동주 한 잔 걸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구천동 매표소로 향하다가 상가 끝머리 골목 안에 위치해 있고 식당안 분위기는 밝고 깨끗하다. 10년 이상 현장에서 뛰던 한윤순 할머니가 지난해 2선으로 물러앉고 2세(구자선-전영자) 내외가 식당을 맡았는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다.

할매보쌈은 돼지고기 편육에 보쌈김치, 된장찌개, 계란탕, 더덕무침, 곰취, 오갈피, 도토리묵, 고사리 등이 곁들어 나온다. 보쌈정식 2인분 20,000원.

콩나물해장국, 올갱이해장국, 버섯해장국, 표고국밥, 된장찌개백반, 김치찌개백반, 산채비빔밥 각 7,000원.


/글·사진 박재곤 대구광역시산악연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