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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51기 국수전 우승…명실상부한 최고봉 등극

풍월 사선암 2007. 12. 11. 08:47

이세돌 9단 51기 국수전 우승…명실상부한 최고봉 등극



10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51기 국수전 도전 5번기 3국에서 윤준상 6단을 물리쳐 통산 3-0으로 새 국수에 오른 이세돌 9단(위). 이 9단(아래 왼쪽)과 윤준상 6단이 3국이 끝난 뒤 복기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사진 제공 사이버오로

이세돌 9단이 51기 국수전에서 우승해 새 국수로 등극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1인자의 자리를 굳혔다.


이 9단은 10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51기 국수전 도전 5번기 3국에서 국수 윤준상 6단에게 18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통산 3-0으로 윤 6단을 물리쳤다.


이 9단의 국수 등극은 국내 1인자 계보를 잇는 의미가 있다.


1956년 탄생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수전은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등 국내 1인자가 타이틀을 이어받았다. 고 조남철 9단은 9연패, 김인 9단은 6연패, 조훈현 9단은 10연패를 했고 이창호 9단은 모두 9차례 우승을 기록했다.


이들이 국수위를 차지하고 있던 시기는 1인자로 정상을 달릴 때와 거의 일치한다. 윤기현 하찬석 서봉수 루이나이웨이 최철한 9단이 우승하기는 했으나 이들의 국수위 획득은 한두 차례에 그친 데다 과도기 성격을 띠었다는 게 바둑계의 분석이다.


이 9단은 이번 우승으로 도요타덴소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 명인전 등 국내외 대회 7관왕에 올라 세계 최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세계대회인 LG배 세계기왕전과 삼성화재배 결승에도 올라 있는데 현재 기량이라면 두 대회의 우승도 유력하다. 국내 기전인 GS칼텍스배에선 박영훈 9단에게 2-1로 앞서며 “당분간 이세돌 9단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국수전 해설을 맡고 있는 김승준 9단은 “‘쎈돌’ 이 9단의 국수 등극은 실리(실력)에 두터움(명예)까지 얻은 것으로 날개를 단 격”이라고 평했다.


이 국수의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바둑 팬들의 관심이다. 조남철 조훈현 9단 등 이전 1인자들은 10여 년간 자기 시대를 이어 갔다. 하지만 신예 기사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요즘에는 ‘장기 집권’이 쉽지 않다고 바둑계는 보고 있다.


김성룡 9단은 “이 9단 같은 최강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꺾을 수 있는 신예 기사가 10∼15명에 이른다”며 “이 9단이 자기 관리를 잘해 5년 정도 후배들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정상을 지킨다면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창호 9단과 1승 1패로 호각세를 이뤘다는 점도 이세돌 9단의 전성시대를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이창호 9단이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경우 이세돌 9단이 이를 뿌리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이세돌 국수 일문일답


“어떤 기전이든 우승은 기쁘지만 국수전 우승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1인자를 뜻하는 ‘국수’가 제 이름 뒤에 붙게 돼 흐뭇합니다.” 이세돌 9단은 51기 국수전에서 우승한 뒤 ‘이 국수’란 호칭이 아직 어색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우승에 대해 ‘운이 많이 따른 도전기’였다고 평했다.


그는 “2국에서 필패의 바둑을 역전시키지 못했다면 1-1이 됐을 테고 3국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두었을 것”이라며 “3국에서도 중반 무렵 1집 반 정도 지는 바둑이었는데 윤준상 6단이 백 154와 156의 수순을 바꾸는 바람에 5집 정도 손해를 봐 승부가 갈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 3일에 한 번꼴로 대국을 치르면서도 올해 81승 21패 승률 79%로 가장 성적이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특히 10월 이후 국제대회 본선과 국내대회 결승에서 13승 1패라는 기록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 국수는 “바쁜 대국 스케줄 때문에 몸은 피곤했으나 중요 대국을 여러 차례 이기면서 기세를 타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수에 오른 이 9단이 기존의 1인자 국수들처럼 우승 행진을 이어갈지에 대해 바둑계에선 궁금해하고 있다.


그는 “국수전은 한 번 우승만으론 명예를 유지하기가 힘든 기전”이라며 “최소한 3년 연속 우승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