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풍월 사선암 2007. 11. 8. 20:18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기에.


외나무다리에서 개와 이리가 만나면 누가 이길까. 백 퍼센트 이리가 이긴다고 한다. 원래 개와 이리는 사촌간이다. 체형도 비슷하다. 그러나 개는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 안정된 생활을 하다보니 고독을 모른다. 반면에 이리는 생존을 위해 광야를 헤매며 고독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개는 뇌를 적게 쓰고 이리는 많이 쓰다보니 뇌의 용량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리가 창의력과 도전정신에서 앞설 수밖에 없기에 개를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에 나오는 예화로서 고독의 의미를 강조하며 고독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고하고 있다. 인생의 깊이는 고독의 강을 건넌 사람과 고독을 모르는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공자야말로 고독한 인생을 보냈다. 천하를 돌아다니며 도덕정치를 펼치기 위한 세일즈 외교가 얼마나 고단한 길이었겠는가. 때로는 제자들도 공자의 진의를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한 적도 있었다. 이런 공자가 덕과 고독의 관계를 언급한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 덕을 가진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이는 반드시 그와 함께하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가장 사랑받는 논어 구절 중의 하나이다. 덕망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모두의 염원이기에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의미를 생각할수록 멋있는 말이다. 역시 공자라는 생각이 든다. 덕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덕은 그 실천과정에서 일단 고독이라는 담금질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덕이 외롭지 않는 단계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덕을 베푸는 것은 더불어 산다는 의미이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덕을 베풀 수 없다. 덕은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고 나누는 것이다. 덕을 베푸는 첫 번째는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 자녀를 양육하고 제자를 키우고 후진들을 가르치는 게 덕의 첫걸음인 셈이다. 더욱이 지식사회에서는 사람이 경쟁력이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서 성장한다. 초일류기업은 우수한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이다. 삼성이나 LG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바로 사람을 키웠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장성군> 이야기도 교육을 통해 사람을 키운 내용이 핵심이다. 김흥식 전 장성군수는 3선을 하는 동안 “교육만이 사람을 변화 시킨다”는 확신을 갖고 교육에 꾸준한 투자를 했다. 처음 교육을 시작할 때는 비판도 많았고 저항도 심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교육은 시골 공무원들을 일류기업체에 다니는 회사원처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기에 고독을 견뎌야 한다.


콩나물이 자라듯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성장하여 그 고독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최고경영자, 단체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사람을 키우는 사람들이야말로 德不孤 必有隣의 살아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부(富)의 사회 환원은 덕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지름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도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사회가 선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 단체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기부에 앞장서고 있어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어 주고 있는 까닭이다. 심지어 김밥장사를 하며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 전 재산을 헌납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본다.


최근에 세계 1위와 2위의 부자인 빌 게이츠 회장과 워런 버핏 회장의 미담을 전해 들으며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빌 게이츠는 2년 후에는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재단에서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얼마 있다가 워런 버핏 회장이 자기 재산의 85%인 374억 달러를 사회에 기부하면서 그 중 300억 달러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우선 그 규모가 게이츠 재단과 비슷한 거금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자신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는 적게 하고 대부분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그 이유는 게이츠 회장 부부가 기금을 잘 운영하리라는 신뢰성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기부문화도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부나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이 점점 성숙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미국의 아름다운 전통이 우리의 것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는 우리에게는 오래 전부터 德不孤 必有隣의 철학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선진화시킬 수 있는 정신적인 지주가 바로 德不孤 必有隣임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되새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