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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路 변화무쌍한 盤床 ‥ 神과 목숨걸고 둔다면

풍월 사선암 2007. 7. 23. 11:10

 ▲흑백의 의상과 모자를 쓴 무동들이 초대형 바둑판 위에 앉아있다.

 

361路 변화무쌍한 盤床 ‥ 神과 목숨걸고 둔다면

바둑의 세계는 얼마나 심오한 것일까.


비록 '19×19=361로(路)'의 좁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변화지만 그 무쌍함은 한이 없다. 20세기 최고의 바둑천재로 추앙받고 있는 우칭위안(吳淸源)은 "바둑에서의 기술은 거울을 닦는 것과 같고 거울 자체가 빛을 발하는 것은 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1914년 중국 푸젠성 태생인 우칭위안은 14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신개념 포석을 창안,당대 최고수들을 무릎 꿇린 인물. 그의 수제자이자 한때 이창호와 세계랭킹 1위를 다퉜던 린하이펑(林海峰) 9단은 "만약 바둑의 신(神)과 바둑을 둔다면 석 점을 놓고 두겠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두라면 넉 점을 놓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받아 서봉수 9단은 "아무래도 넉 점은 많은 것 같다. 목숨을 걸더라도 석 점이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 바둑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치수도 조정돼야 한다는 것.일반적으로 화점에 놓인 돌 하나의 가치는 5집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서 9단의 말대로 석 점을 놓고 둔다면 '바둑의 신'에게 15집 이상의 차이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박영훈 9단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봤다. 박 9단은 묵묵부답이었다. 질문을 바꿔 "만약 박 9단이 두 점을 깔고 둔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항상' 이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항상 이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수'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엔 애매한 대답이 나왔다. "둬서는 안 될 수지요 뭐." 경우에 따라 질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박영훈은 한국랭킹 1위와 100위 간 실력 차이를 두 집 정도로 봤다.


일반인의 눈에는 '차이'라고 느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 미세한 차이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세계가 바둑이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완벽한' 신을 인간이 돌 몇 개 더 놓는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일까.


특별취재팀=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