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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사랑이 넘치면 욕심이된다.

풍월 사선암 2007. 1. 4. 17:19

부모사랑이 넘치면 욕심이된다.


물개 박태환, 스승과 결별 선언

‘강행군’ 김연아, 허리치료 뒷전


지난해 한국 스포츠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물개소년’ 박태환(18·경기고2)과 ‘피겨여왕’ 김연아(17·군포 수리고1). 두 10대 스포츠 천재의 동시탄생에 열광했던 팬들은, 새해 벽두 둘의 삐걱거리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태환 쪽은 ‘10년 스승’ 노민상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고, 김연아는 연말연시 바쁜 경기외적 활동으로 고질인 허리부상이 악화됐다. 힘을 합치고, 집중해도 세계 정상의 목표는 아직 멀기만 한데, 왜 이럴까?


한국에서 갑자기 유명세를 타면 꼭 이런 고비를 겪어야 하는가?

부모의 지나친 열정과 욕심이 한창 커가는 선수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개 박태환, 스승과 결별 선언

 

박태환이 3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새해 첫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박태환은 3일 어머니 유성미(50)씨를 통해 ‘10년 스승’ 노민상(51) 대한수영연맹 총감독과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 이유는 대표팀 총감독 노 감독이 팀 전체를 맡다보니, 예전처럼 박태환을 집중 조련하기 어렵다는 것. 박태환 쪽은 앞으로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고 개인훈련을 할 예정이며,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감독을 맡았던 박석기씨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태환이 7살 때부터 수영을 가르친 감독. 그것도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아시아기록을 2개씩이나 작성하도록 키워놓은 감독과 느닷없이 결별했다는 사실은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있다.

노 감독은 “지난달 도하에서 돌아온 뒤부터 부모로부터 단 한차례 안부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때도 박태환의 어머니 유씨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하는데, 왜 수영연맹이 신경을 쓰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노 감독은 “2일 처음 아버지를 만났는데, 한달새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수영계 쪽에서는 스승과의 결별이 박태환 스스로의 결정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박태환이 유명세를 타면서, 제3자가 부모와 접촉해 감독과의 결별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이유다. 박태환은 아시아급을 뛰어넘는 수영스타로 광고방송 출연이나 스폰서를 얻기가 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태환이 갈길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송홍선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박태환이 유명해 지더라도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가르쳐왔던 지도자의 도움을 받는게 좋다”고 조언한 바 있다. 실제 노 감독은 박태환을 10년간 가르쳐 오면서 기록의 사나이로 제조해냈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남자 자유형 400m와 1500m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해 내도록 했다. 또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에서 자유형 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삼고 훈련 계획을 잡아왔다.

노 감독은 “그동안 태환이에게 쏟아부은 노력이나 정을 생각하면 아쉽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강행군’ 김연아, 허리치료 뒷전

 

김연아가 허리부상에도 지난해 22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KB국민은행 광고촬영을 위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연아의 미니홈페이지 3일치 ‘오늘의 문구’는 이랬다. “아직 시작단계고 지금부터라도 치료하고 조심하면 되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쓰러진 적 없으니까 놀라지 마세요. ㅎ”

‘종달새의 비상’(김연아의 테마곡)에 비상이 걸렸다. 김연아는 2일 오전 서울 태릉실내링크에서 새해 첫 훈련을 가졌지만, 극심한 허리통증을 느끼고 도중에 그만뒀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진단(MRI) 촬영을 한 결과 ‘허리디스크 초기’라는 결과를 받았다.

김연아가 재활치료에 들어간 ‘하늘스포츠의학크리닉’의 조성연 원장은 3일 “디스크로 가기 직전의 단계로 보면 된다”면서 “앞으로 3~4주 동안 매일 3시간씩 치료를 받아야 하며, 훈련은 평소의 80% 정도로만 할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인 아이엠지(IMG) 코리아의 이정한 대표는 “현재로서는 9일부터 고양에서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것 같다”며 “이달말 열리는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훈련 및 치료를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종합선수권대회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3월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을 보면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자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자격을 갖는다.

사실, 김연아의 허리통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조기치료가 안돼 병을 키운 감이 없지 않다. 김연아는 우승 이후 일약 ‘국민여동생’으로 떠오르면서 광고촬영과 밀려드는 언론인터뷰 등으로 쉼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자연스레 훈련이나 허리치료는 뒤로 미뤄졌다. 한 빙상관계자는 “김연아가 바쁜 일정 때문에 허리치료도 제대로 못하고 훈련도 거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를 일차적으로 보호해야 할 부모의 책임이 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연아가 각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절치부심 끝에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면서 200점이 넘는 기록(211.76)으로 일본선수권대회 1위 등극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