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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엄마 ‘입시 매니저’…면지역 부모는 “신경 못써”

풍월 사선암 2006. 12. 26. 15:06

대치동 엄마 ‘입시 매니저’…면지역 부모는 “신경 못써”


[교육불평등] 기획-“개천에서 용 안난다”

② 배경 따라 ‘출발선’ 달라진다 

 

 

교육 불평등의 원인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한겨레>는 교육 격차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교육 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고교생 4명과 지방 읍·면 지역 고교생 4명을 개별적으로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두 지역에서 각각 성적이 반에서 상위권인 학생 2명, 중위권 1명, 전교 최상위권 1명씩을 선정했다.


우등생은 만들어진다?

강남 학생들의 공통점은 어머니가 ‘입시 매니저’라는 점이다. 강남 ㅈ고 2학년 ㄱ군의 성적은 반에서 5등 안팎이다. 동작구 사당동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6학년 말에 대치동으로 ‘교육 이사’를 왔다.


ㄱ군의 어머니는 여느 ‘대치동 엄마’처럼 입시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학원 설명회에도 자주 참석해 입시 정보를 수집해 온다. ㄱ군은 “논술 등 입시 정보에 관한 한 엄마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서 전교 최상위권인 ㅂ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ㅂ군의 어머니는 입시설명회는 물론 상위권 학생 학부모 모임에도 자주 나가 정보를 나눈다.


ㅂ군이 학교와 학원, 독서실에 갈 때 늘 차로 태워다 준다. ㅂ군은 “지난해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한다고 발표하자 엄마가 논술 대비용 고전 요약·해설 전집을 사 들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읍 지역은 면 지역과 상황이 달랐다. 읍 명문고에서 성적이 전교 최상위권인 2학년 ㅇ양의 아버지는 대학 교직원, 어머니는 교사다.

 

ㅇ양의 어머니는 ‘대치동 엄마’처럼 적극적인 매니저 구실은 못하지만 딸 공부에 도움을 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딸에게 문화체험을 시켜주려고 일부러 인근 대도시의 연극·뮤지컬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지금은 딸의 성적표를 모아 놓고 성적 추이를 분석해주곤 한다.

 

반면, 면 지역에 있는 학생 2명은 “부모님 모두 내가 대학에 가길 원하긴 하지만, 내 공부 문제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신다”고 말했다. ㄱ군은 “오히려 주말이면 내가 아버지 일을 거들 때가 많다”고 했다.


메우기 힘든 간극, 사교육

강남 ㅈ고 ㄱ군이 현재 받는 사교육은 모두 5가지다.(표 참조) 겨울방학 때는 이 밖에도 자연계 논술학원에 다닐 계획이다. 사교육을 받는 시간은 일주일에 24시간, 한 달 사교육비는 250만원 가량 된다. ㄱ군은 “주변 친구들도 다 이 정도는 한다”며 “3학년 막바지에 과외를 받으려면 강사가 부르는게 값이기 때문에 지금 해두는 것이 더 싸다”고 말했다.


강남과 지방의 차이 못지않게, 같은 지방에서도 읍 지역과 면 지역의 사교육 여건 차이가 컸다.


읍 소재지에 사는 2학년 ㅅ양은 서울지역 대학생 2명한테서 영어와 수학 과외지도를 받는다.


과목당 매달 30만원씩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전과목 보습학원에 다녔다. ㅅ양은 “우리 반의 경우 30명 가운데 10명 정도가 과외를 받고, 학원에 다니는 친구도 5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읍에는 서울 명문대 출신이 하는 학원이 한 곳 있는데, 수강료가 다른 학원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면 지역에 사는 ㅇ군과 ㄱ군은 학교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이 유일한 ‘과외 수업’이다.


ㄱ군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도 학원에 다닌 적이 없고, ㅇ군은 중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학원 종합반에 다닌 것이 전부다. 입시학원에 다니려면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ㄱ군은 “우리 반에서 학원에 다니는 친구는 2~3명밖에 안 된다” 고 말했다.


주변 환경과 포부 수준

강남 ㅇ고 1학년 ㅂ양은 지난 겨울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파리와 런던 등의 미술관 관람이 주요 목적이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ㅂ양을 위해서다.ㅂ양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전시회에 자주 다닌 것이 내 진로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ㅅ고 2학년 ㅈ양은 지난 여름방학 때 고려대생인 친구 언니의 주선으로 이 학교가 목표인 친구들과 함께 고려대를 탐방했다. ㅈ양은 “강남이어서 유리한 것 중 하나는 친구언니, 부모 등 가까운 곳에 명문대생이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다는 점”이라며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꿈을 구체화할 수 있고, 공부에 대한 의지를다지거나 자신감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ㅈ양은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지방의 학생회장들과 만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지방학생들은 자기 능력에 비해 포부를 낮게 잡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