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우리음악

비아그라 타령 - 정희라

풍월 사선암 2006. 5. 24. 13:50

 

 

세월은 가도 '길 가요'는 계속된다~ 쭈 ~ 욱

불황인 길 가요 시장에 최근 뜨고 있는 건 삼성 음반이 기획한 '에로쏭' '노골쏭'시리즈.

 

4년전 첫 출시된 애로쏭 1,2집이 10만 세트가 팔린 데 이어 노골쏭 시리즈도 20만장 안팍의 판매를 기록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비아그라 타령' 'Miss리의 남자관계' '모텔이 뭘 하는 곳?' 등. 가사는 더욱 노골적이다. "아빠것은 그랜저고/니것은 티코라 했냐/그랜저면 무얼 하노/터널만 들어가면/시동이 꺼져 버리는 걸" (그랜저와 티코) 애로쏭을 작사 작곡한 김모씨는 "풍자를 담으려 했다.완전 창작곡이라 20곡을 만드는데 무려(?)한 달이나 걸렸다" 라고 말했다. 그는 "숨기고 감춰서만이 능사가 아니다. 애로물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면서도 "내 이름 절대로 쓰지 마라. 애들한테 창피하다"고 덧붙였다


노래를 부른 여가수 정희라(46)씨는 애로쏭이 첫 음반인, 이전까지 철저한 무명가수였다. 그녀는 "앞에선 저질이라고 욕해도 뒤에선 킬킬 거리고 재미있게 들을걸요~ 고상한 척해도 막판엔 뽕짝 한 곡 불러야 분위기 사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고 말했다. '뽕짝 메들리' 나 '고속도로 메들리'로 불리며 길 가요가 하나의 대중음악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 오기택.김연자.백승태등이 메들리 음악의 1세대로 분류된다. 특히 84년 부터 발매된 주현미.김준규의 '쌍쌍파티'시리즈는 정품.복제품 몽땅 합쳐 판매량 1000만장에 육박할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차안에 '쌍쌍파티'가 없으면 간첩이란 말이 나돌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쌍쌍파티는 무명 가수 주현미를 세상에 알린 계기였다. 화교.약사출신이라는 특이한 배경에 톡 쏘는 듯한 음색은 그녀를 이미자 - 심수봉에 이은'트로트의 여왕'으로 성장시켰다.


흥미로운건 쌍쌍파티 녹음 당시 그녀는 '땜방'이었다는 점.

본래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조미미가 여자부분을 부르려했으나 계약 문제 로 녹음 당일 펑크를 내고 말았다. 녹음이 잡혀있던 음반사로선 아무라도 당장 불러들여야 할 처지였고, 그 기회를 주현미가 잡은 것이다. 메들리가 한동안 강세를 이어가던 길 가요는 80년대 후반 김란영의 등장과 함께 변화한다. 김란영의 카페음악 시리즈는 70~80년대 히트했던 서정적인 노래들을 독특한 분위기로 되살려냈다. 이때부터 '트로트' 와 '발라드'는 길 가요의 양대축을 이루게 된다.


길가요는 90년대 중반 다시 한번 요동을 친다.

신바람 이박사(본명 이용석)의 음악이 중장년은 물론 젊은이들까지 사로잡은 것. 이박사는 관공 가이드 출신. 평소 관광 버스안에서 길고 닦은 뽕짝 실력을 바탕으로 레코드업계에 명성을 날리던 그는 95년 일본으로 진출한 뒤 이른바 '테크노 뽕짝' 을 탄생시켰다. 시장거리나 황학벼룩시장엘 가면 이 신나는 '길거리 가요'를 듣기 쉽다. 가사도 알지 못하고 생전 처음 듣는 노래도 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낯설어 하지 않는다. TV에서 볼 수도 없고 라디오에서 틀어주지도 않지만 서민들에겐 너무도 친숙한 음악, 그것이 바로 길거리 가요인 것이다. 혹자는 힘겹고 고단하게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준다며 'B급문화' 니 '키치문화' 니 하며 길 가요를 한껏 치켜세운다. 다른 한편에선 창작의 고뇌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조잡한 음악 수준과 외설스러운 가사 때문에 '저질' '싸구려'로 치부한다. 좋건 싫건 , 즐기든 무시하든 관계없다. 분명한 점은 길 가요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볼만큼 우리 생활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뿐인가~ 어떤 이들은 모짜르트나 서태지로부터도 얻지 못한 감흥에 온몸으로 짜릿함을 맛본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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