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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촌]‘강남을 끌어들이는 신흥부촌’ 도곡동

풍월 사선암 2006. 2. 17. 21:14

[한국의 부촌]‘강남을 끌어들이는 신흥부촌’ 도곡동

 

돌이 많아 예전에는 ‘독부리’라고 불렸던 도곡동. 70년대만 해도 도라지를 비롯해 오이, 참외 등 채소류가 재배됐던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도곡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흥부촌으로 거듭난 것은 바로 유일하게 개발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도곡2동 467 일대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그 주인공이 바로 타워팰리스. 102층짜리 초대형 사옥을 짓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평당 3100만원에 부지 2만1000평을 매입했던 삼성물산은 일조권, 공사로 인한 소음, 교통정체 등에 대한 우려로 인근 주민의 반대가 심해지자 2년 넘도록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위기까지 발생,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부지 매각에 실패한 삼성은 사옥 건립계획을 포기하고 계획을 전면수정해 반도체 등 주요 연구인력을 입주시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세우기로 하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타워팰리스다.


타워팰리스 1차의 입주자를 분석해보면 현재 타워팰리스라는 부촌을 형성하고 있는 인적 구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타워팰리스 1차 입주자 850명의 경우 기업체 고위직 임원이 490가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이어 법조계와 의사, 교수 등 전문직이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다.


타워팰리스에서는 단지 내 사우나장이나 골프연습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처음 인사하면 절대 지켜야 할 에티켓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일반인이라면 쉽게 물어볼 만한 ‘몇동 몇호에 사느냐’다. 평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층과 향에 따라 가격 차가 수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68평의 경우라도 전망이 확 트인 남향은 28억~29억원 선인 반면 서향은 24억~25억원대에 불과하다. 남향인지 서향인지 차이 하나가 4억원이라는 부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3차까지 건설된 타워팰리스의 경우 동별로도 위치와 조망에 따라 역시 가격 차가 두드러진다. 1차 C동이 양재천 및 대모산 조망권이 뛰어나서 가장 선호도가 높다. 서향으로 조망이 가린 1차 A, B동이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 3차와 2차 순서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타워팰리스가 일반인의 인식처럼 ‘부촌’이게 하는 것은 바로 구름 속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펜트하우스 때문. 1차 펜트하우스인 124평형의 경우 매매가격이 55억~60억원을 넘어선다. 2차의 경우 101평, 3차 103평이 높이에서는 뒤지지 않는 타워팰리스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가격대도 이미 45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거래가 돼 정확한 시세를 알기는 힘들다. 펜트하우스는 전세가격만도 15억~18억원에 이른다.


가격 측면에서는 이미 삼성동 아이파크와 동부센트레빌에 그 위상을 빼앗겼으면서도 항상 맹목적인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타워팰리스를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에는 도곡동 ‘도곡렉슬’이 새로운 부촌 반열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3년 분양 당시에도 43평형 경쟁률이 무려 4795대1에 달하며 서울 동시분양 사상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던, 탄생부터 심상치 않았던 도곡렉슬은 강남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고수해왔던 타워팰리스 시가총액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도곡렉슬 시가총액(2006년 1월 16일 조사기준)은 총 3조7127억원으로 2위인 타워팰리스 1차(2조9120억원)와 2000억원 가까운 차를 보였다.


손수근 기자(zzaza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