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아련히 - 조병화
이제,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인생의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다림은 먼 소식처럼 아련해지며
맑게 보다 맑게
가볍게 보다 가볍게
엷게 보다 엷게
부담 없이 보다 부담 없이
스쳐 가는 바람처럼 가물가물하여라
긴 생애가 기다리는 세월
기다리면서 기다리던 것을 보내며
기다리던 것을 보내면 다시 기다리며
다시 기다리던 것을 다시 보내면
다시 또다시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어라. 하면서
이 인생의 겨울 저녁 노을
노을이 차가워라
기다릴 것도 없이 기다려지는 거
기다려져도 아련한 이 기다림
노을진 겨울이거늘
아, 사랑아
인생이 이러한 것이어라.
기다림이 이러한 것이어라.
'행복의 정원 > 애송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워 - 유안진 (0) | 2019.12.05 |
---|---|
하나님! 우리 조국을 구원하소서 (0) | 2019.11.30 |
후생(後生) - 이재무 (0) | 2019.11.11 |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 - 한용운 (0) | 2019.10.26 |
아침기도 - 유안진 (0) | 2019.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