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기다림은 아련히 - 조병화

풍월 사선암 2019. 11. 29. 23:04


기다림은 아련히 - 조병화

 

이제,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인생의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다림은 먼 소식처럼 아련해지며

 

맑게 보다 맑게

가볍게 보다 가볍게

엷게 보다 엷게

부담 없이 보다 부담 없이

스쳐 가는 바람처럼 가물가물하여라

 

긴 생애가 기다리는 세월

기다리면서 기다리던 것을 보내며

기다리던 것을 보내면 다시 기다리며

다시 기다리던 것을 다시 보내면

다시 또다시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어라. 하면서

이 인생의 겨울 저녁 노을

노을이 차가워라

 

기다릴 것도 없이 기다려지는 거

기다려져도 아련한 이 기다림

노을진 겨울이거늘

 

, 사랑아

인생이 이러한 것이어라.

기다림이 이러한 것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