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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지시한다”

풍월 사선암 2019. 10. 3. 07:03


[김광일의 입]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지시한다

  

권력형 비리, 권력형 범죄, 권력형 부패.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저지르는 방식의 부패 유형.’ 흔히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야당이 집권 세력과 여당을 비판할 때 권력형 부패를 들고 나왔다. 시작은 그렇게 됐다가도 결과는 여야 모두 복잡하게 얽히는 때도 있었다. ‘권력형 부패는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치명적인 범죄 혐의가 될 수 있다. 바로 직권남용, 그리고 뇌물수수 등이 함께 엮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2년 전인 2017926일 취임한 지 넉 달 반쯤 되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먼저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첫 반부패 정책 협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정부패 척결을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듯 반부패 정책의 출발을 권력형 부정부패의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달라."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역사 앞에 평가받는 핵심 지표가 될 것."

 

권력형 부패는 정치인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관료형 부패보다 훨씬 더 암묵적이고 광범위하고 음습하다. 관료형 부패는 정책이 정해지고 법률이 제정된 다음에 빚어지는데 반해서 권력형 부패는 정책 결정 이전 단계에서부터, 법률 제정 이전단계에서부터 악질적인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범죄가 국민들의 삶에 무서운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고, 범죄가 드러날 경우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 탄핵 절차를 밟는 무거운 징벌을 진행하는 것이다.

 

어제 조국 사태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증언이 나왔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조국 펀드가 권력형 범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가 참여연대에 있다고 밝힌 것이다. , 우선 참여연대는 어떤 곳인가.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핵심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장을 줄줄이 배출하고 있는 곳이다. 참여연대 출신들은 청와대에 김상조 정책실장, 김연명 사회수석,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김수현 전 정책실장, 황덕순 일자리수석,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행정·자치 쪽에는 조국 법무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장하성 주중(駐中) 대사,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선출직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입법 쪽에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 사법 쪽에는 이석태 헌법재판관이 있다.

 

이런 참여연대에서 경제부문 최고책임자인 김경율 경제센터 소장이 "조국 장관을 부적격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것도 MBC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참여연대 김 소장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권력형 범죄 비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일에 걸쳐 몇 명이 밤샘했다." "저와 같은 회계사와 경제학 교수님, 경제학 박사님들이 분석했다." "심각한 문제가 있고,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사실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법인 등기부등본, 전자 공시 시스템, 유료화된 신용 정보를 더 깊고 넓게 공부했다." "최소한 방송에서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의 판단은 가지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조국펀드에 대해서 권력형 범죄로 볼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증거와 조사내용을 발표해야한다는 의견이 묵살 당했다고 했다. 진행자가 "내부적으로 건의했는데 묵살당했다는 말씀이냐" 되묻자 김 소장은 "그렇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에서조차 조국펀드를 권력형 범죄로 보고 있다면 이것은 윤석열 총장의 검찰수사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참여연대는 경제금융센터에서 확보했다는 권력형 비리의 증거를 공개해야 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올해 초 손혜원 사태에 대해 초권력형 비리라고 한 바 있고, 이번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지난 8월에 이미 "(조국 게이트와 관련) 청와대의 권력형 비리 펀드로 커지고 있어 답은 특검 뿐"이라고 했다. 나 대표는 오늘 아침 이런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지난 월요일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 (검찰개혁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 말에 빗대어서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대통령에게 지시할 수 있다. 검찰에서 손을 떼라. 대통령은 취임 첫해 권력형 부패 척결이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평가받는 핵심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가받아야 할 첫 당사자다. 따라서, 그렇기에,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지시한다. 대통령은 권력형 범죄라는 의혹을 사기 시작한 시점부터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검찰 인사, 검찰 개혁에 대해 일절 손을 떼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 입력 2019.10.02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