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꿈꾸는 당신 - 마종기

풍월 사선암 2018. 6. 24. 21:51


꿈꾸는 당신 - 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행복의 정원 > 애송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 - 나태주   (0) 2018.08.18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0) 2018.07.29
호수 - 정지용  (0) 2018.06.20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 이해인  (0) 2018.06.07
작은 꽃 하나 / 푸쉬킨  (0) 201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