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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

풍월 사선암 2017. 7. 29. 08:49

참새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

 

수확의 계절 가을, 농가에서는 한창 추수로 바쁠 시기입니다. 하지만 항상 농가엔 불청객이 있죠. 곡식의 낟알을 쪼아 먹는 참새입니다. 그래서 논에 허수아비를 세워 놓아 참새를 내쫓는 건 우리에게 익숙해진 농촌 풍경이기도 하죠. 참새가 곡식을 못 먹게 쫓아내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참새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중국에선 그런 일이 일어났었죠.

 

마오쩌둥, 참새 박멸을 명령하다


                                       마오쩌둥>

 

내전에서 승리하여 중국 대륙의 지배자가 된 마오쩌둥. 1958, 그는 농업지도 중 참새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농촌에서 곡식 낟알을 먹는 참새를 본 마오쩌둥은 이렇게 말하였죠.

 

저 새는 해로운 새다.(麻雀是害鳥)

 

중국 공산당을 이끌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그의 한 마디에 중국 전체에서는 참새를 박멸하는 대작전이 이루어집니다. 수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대대적으로 참새를 보이는 족족 죽이는 일에 착수한 거죠.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새총을 들고 다니면서 참새를 쏘아 죽이는 일에 동원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참새들은 1년 사이 무려 21,000마리가 죽어갔습니다. 이렇게 곡식 낟알을 쪼아 먹는 해로운 새들이 사라지니 농촌은 더 좋아졌을까요? 그러나 이듬해인 1959,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참새가 곡식 낟알을 먹는 건 사실이지만, 곡식만 먹는 게 아니라 곡식을 갉아 먹는 해충도 잡아먹습니다. , 참새는 해로운 새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이로운 새이기도 한 것이죠. 그러나 참새가 21,000만 마리나 죽어버리자, 이제는 진짜 해로운 해충들이 번성하였습니다. 해충들은 참새처럼 이로운 작용도 하지 않았기에 곡식 생산량은 대폭 줄어들었고, 중국은 1959년에 역사에 남을 정도의 대 흉년을 맞이합니다.

 

이 흉년 때문에 굶어 죽은 사람이 공식발표로만 1,000만 명이고, 최대 4,000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나라 하나가 사라지다시피 하는 대참사인 거죠. 2차 대전 당시 소련의 사망자가 2천만 명을 헤아리는데, 중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필적할 사망자가 나온 것입니다.

 

하필이면 태풍과 홍수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농업 생산량은 더욱 떨어져서 중국은 1961년까지 대기근을 겪습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중국 정부는 소련 정부에 요청하여 연해주의 참새 20만 마리를 긴급히 공수해야 했습니다. 물론 어이없는 참새 학살극도 종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참새 개체 수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90년대에도 병아리를 풀어 해충을 잡아먹게 할 정도였습니다.


 

국가 지도자의 한 마디로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그것이 인간에게 재앙으로 돌아온 어이없는 사건이지만, 결코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순 없습니다. 물론 민주화가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특정 동식물을 정책적으로 말살할 리는 없고, 중국 정부라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정책적인 결정이 아니더라도 생태계는 충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참새는 이제 대도시에선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농촌에서도 농약의 영향으로 참새까지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2000년대 들어 나온 상황입니다.

 

꼭 이와 같은 사례로 애꿎은 동물을 멸종시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당장 편리함만 추구하다가, 때로는 재미로 사냥하다가 멸종시킨 동물이 더 많습니다.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은 생태계 파괴가 인간에게 대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점에서 우리에게 영원히 교훈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