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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1순위? 반기문의 대권행보, 리더십, 자질론

풍월 사선암 2015. 1. 24. 14:34

차기 1순위? 반기문의 대권행보, 리더십, 자질론

 

2012 대선 - 유엔총장 연임 불발 시 비노(非盧) 후보 출마설

2017 대선 - 박근혜 대북프로젝트 밀어주고 새누리당 후보 출마설

 

반기문 측, 백악관에 연임타진

“2012 대선 앞두고 非盧계와 대화

“2017 대선, 박 대통령 믿고 나설 듯

소통의 달인’ vs ‘투명인간유엔총장 功過 논란

친인척·측근 발언 잡음반 총장이 사과해야

 

반기문. 대단한 인물이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위인전 레벨의 직업을 가진 점이 우선 대단하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대선 출마 논란만으로 우리 정치판을 밑동째 흔드는 점도 대단하다.

 

사실 언론에서 반기문 대선 출마는 금기어에 가까웠다. 지역, 학벌, 성별 이야기를 대놓고 안 꺼내는 것과 비슷했다. 어느 신문은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은 국가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성공적으로 업무를 끝내게 도와주자. 대선 논란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애국적 주장으로 비쳤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자세에 동조했다. 여론조사기관들도 반기문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제외해왔다.

 

최근 이 침묵의 카르텔한 축이 와르르 무너졌다. 기어이 반기문을 말하고픈 욕망의 하중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한 듯하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반기문을 넣어서 돌렸다. 당연히 압도적 1. 이렇게 나온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기문을 건드리면 팔린다.’ 평론가, 언론인, 정치인은 이런 확신을 더욱 굳혔다.

 

반기문 보호막에 천공

 

그러나 적어도 집권여당의 주류인 새누리당 친()박근혜계만큼은 반기문으로 향하는 유혹을 인내했어야 했다. 그들은, 감각이 없는 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10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한 그날,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017년 대권지형 전망세미나에서 반기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반 총장을 여권의 차기 대안으로 생각하자는 목소리가 나와 언론매체에 도배됐다.

 

주군(主君)이 자기들 바로 곁(국회)에 와 있는데 대권 전망 운운한 것은 경우 없는 짓으로 비쳤다. 또한 반기문 대선을 얼떨결에 공론화함으로써, 마치 어설픈 의사처럼, 반기문을 둘러싼 보호막에 천공을 내버린 셈이 됐다. 당장 상대편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을 자극해 사달이 났다.

 

5일 뒤인 113일 비()노무현계인 권노갑 새정연 상임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새정연 대선 후보로 나가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게 타진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일종의 작용과 반작용이다. 대립하는 두 정파(친박계·비노계)가 반기문에게 속된 말로 침 발라놓기경쟁을 하는 양상이 빚어졌다.

 

그러자 반 총장은 5일 성명에서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 남은 임기 동안도 사무총장으로서의 소임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단언하진 않았다. 계속 말이 나오자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 내가 출마를 고려했다는 말이 되지 않느냐라는 반 총장의 말을 언론에 전했다.

 

이 말은 논리적 속임수에 가깝다. ‘불출마하겠다. 출마를 고려한 적도 없다라는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그런데 반 총장은 모순되는 것처럼 규정한 것이다. ‘내 입으로 불출마 선언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속뜻이 읽힌다. 이 대목은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라는 그의 별명과 잘 어울린다. 일부 외신은 그가 애매한 말로 잘 빠져나간다는 뜻으로 이런 별명을 붙였다.

 

반기문 대선 출마설이 여야에 의해 공론화한 가운데 당사자인 반 총장이 불출마에 대한 견해 표명을 사실상 회피하는 것이므로, 그의 대선 출마설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는 반 총장 측이 그간 국내 정치와 관련해 어떠한 행보를 했는지 취재했다. 또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지, 출마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당 후보로 출마할지, 차기 대통령감으로 적합한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연임 안 될 상황 대비해

 

반 총장과 새정연의 밀월 관계설과 관련해 권노갑 고문은 이후 말을 아꼈다. 다만 권 고문 측 문성민 보좌관은 기자에게 권 고문은 속된 말로 구라를 칠 분이 아니다. 언젠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반 총장은 야당과 인연이 깊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반 총장은 외무부 장관에 발탁됐고 이어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섰을 때 노무현 정부는 외무부에 그의 당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지원했다. 이런 이력으로 반 총장은 새정연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새정연 고문은 “2년 반 전에 반 총장을 만나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해서라도, 혹시 정치를 한다면 민주당 쪽에 오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일 것이라고 얘기는 해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반 총장 측이 2012년 대선 출마 문제를 놓고 2011년 야당 내 비노(非盧)계 인사들과 대화했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외교 소식통 A씨는 반 총장 측은 당시 미국 백악관과 비노계를 함께 접촉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비노계? 다음은 양자가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A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923일 손을 맞잡은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요즘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화제인데요.

 

“2011년 상반기에도 대선 관련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해 유엔 사무총장 첫 5년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었어요. 역대 사무총장은 대체로 5년 더 연임했는데 그게 관행일 뿐이지 보장된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몇몇 외신은 반 총장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해왔고요. 반 총장이 연임 추진을 공식화하지 않았을 무렵 민주당 비노계가 반 총장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아요. 비노계는 2012년 대선의 야당 후보로 문재인 같은 정치인보단 반기문이 낫다고 봤거든요. 반 총장이 단임 유엔 사무총장에 그치더라도 말이죠. 그땐 안철수 현상같은 것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고요.”

 

2011년 초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슬람권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났다. 이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반 총장은 그해 초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5~6월 연임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해 621일 유엔 총회에서 연임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돼 연임됐다.

 

당시 반 총장 측은 어떤 태도였나요.

 

사무총장 연임을 가장 원했죠. 그러나 연임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 상황에도 대비해 비노계 측을 물리치진 않은 것으로 압니다. 대선 후보와 관련한 딜(deal)이 오갔던 건 사실이고요. 한동안 사무총장 연임‘2012년 대선 출마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반 총장 측은 연임에 대해 백악관이 어떤 방침인지 타진해보고 싶어 했어요. 만약 백악관이 반기문 연임 절대 불가입장인데 그것도 모르고 연임을 강하게 추진했다가 좌절되면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까. 연임 추진을 공식화하기 전에 백악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던 거죠.”

 

수전 라이스 통해 타진

 

외교관들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 선출 방식은 가장 정치적이고 비밀스러운 방식이다. 선출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중에서도 유엔에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고 국력도 가장 센 미국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방식으로 백악관의 의사를 알아봤습니까.

 

반 총장 측은 수전 라이스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부탁해 백악관의 의사를 타진했다고 들었어요. 얼마 뒤 라이스를 통해 백악관이 연임에 긍정적이라는 힌트가 전달된 것으로 압니다.”

 

미국 정부는 반 총장의 연임 인준 총회 때 워싱턴 국립문헌관리원에 보관 중인 유엔헌장 원본을 인출해 총회로 공수해줬다. 덕분에 반 총장은 사상 처음으로 유엔 헌장 원본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반 총장은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처음 출마할 때도 백악관 측에 비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미국에 우호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미국 정계에 발이 넓은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신동아’ 20075월호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6102일 오후 8시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요청으로 공관에서 그를 만났다. 반 장관은 자신이 미국과 좋은 인연을 맺어왔다면서 고교 시절 백악관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이야기, 미국 홈스테이 할머니와 4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이야기를 했다. 반 총장은 이런 내용을 메모로 써서 내게 줬고 나는 반 총장의 말과 메모를 미 정부 측에 전해줬다.”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유엔 사무국 대변인실은 신동아에 반 총장의 반론을 실어달라고 요구해와 반론보도문을 실어줬다. 당시 유엔 측은, 반 총장이 백 회장을 면담하고 그 자리에서 미국과의 인연에 대해 쓴 메모를 전달한 것은 인정했으나, 그날 면담은 반 총장이 아니라 백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며 메모 또한 백 회장의 부탁으로 적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백 회장은 신동아’ 20135월호 인터뷰에서 자신이 반 총장의 그 부탁을 들어주는 바람에 한국에서 억울한 누명을 썼는데 반 총장이 외면했다면서 반 총장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유엔 측은 이 보도에 대해선 어떤 요구도 해오지 않았다. 이어지는 A씨와의 대화다.

 

박 대통령과 깊은 이야기

 

미국 측 메시지가 반 총장 측에 전해졌다면 그 후 반 총장 측과 비노계 측의 관계는 어떻게 됐나요.

 

반 총장 측은 2012년 대선 출마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게 됐죠. 야당 측과는 거리를 뒀어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사무총장 연임이 불확실할 때 반 총장 측과 비노계 사이엔 라인이 확실히 있었다, 반 총장의 2012년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대화도 오갔다, 사무총장 연임이 잘되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 총장 측과 비노계 사이는 멀어졌다.”

 

그렇다면 권노갑 고문의 최근 발언은.

 

반 총장의 뜻과는 무관한 어떤 사람, 그가 반 총장의 측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자가발전 같은 거겠죠. 지금의 반 총장으로선 차기 대선 같은 데에 오르내리지 않는 게 자신에게 유리해요. 설령 대선에 나온다 하더라도 말이죠. 그런 반 총장이 권노갑에게 사람을 보내 새정연 후보로 출마할 뜻을 비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면 여야 중 어느 쪽으로 나올까요.

 

그분은 가능한 한 의사 표시를 늦출 거예요. 다만 새정연에 혈혈단신으로 들어오는 것은 친노에다, 문재인에다, 안철수에다, 박원순에다까딱하면 자신이 불쏘시개가 된다고 생각하겠죠. 자신을 도와줄 중량감 있는 후견인도 없고 당 지지율도 낮고요. 2017년 대선을 앞두고도 새정연이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그분 정치감각으론 안 들어갈 것 같네요.

 

그렇다면 새누리당에 낙하산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적어도 여기선 박 대통령 등이 환대해줄 가능성이 있죠. 그러나 150여 명의 보병’(새누리당 의원)도 자기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않고 지원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야 움직일 겁니다.”

 

그 보병들의 실질적 사령관이 박근혜냐, 김무성이냐.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반 총장은 박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어요. 두 분이 몇 번 만났는데 특히 9월 뉴욕의 반 총장 관저에서 만난 건 시사하는 바가 크죠.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의 집을 찾아간 거니까. 또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는 거니까. 반 총장이 믿을 사람은 박 대통령일 것이므로 결국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청 관계가 얼마나 원만한지에 따라 반 총장의 행선지가 결정될 것 같아요.”

 

가령 앞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에 반기를 들고 나서서 당·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거나 박 대통령이 당에서 외면받는 레임덕 상황을 맞게 된다면.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꺼내자 청와대가 정색을 하면서 김 대표를 몰아붙였어요. 그런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 같은데요.”

 

꽃놀이패 쥐었다

 

A씨는 반 총장은 꽃놀이패를 쥐었다. 이도저도 여의치 않으면 그동안 쌓아온 명예를 지키면서 정치 대신 다른 대외활동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반 총장이 결국 대선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간 세계 각국 정상들과 어울려 지내온 가락이 있어서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보다는 한국 대통령이 되어 5년 더 그렇게 지내고 싶어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김경재 전 의원은 새정연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해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A씨의 증언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은 “2011년 비노계에서 반기문 대선후보 카드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대화.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했으니 2011년경 지금의 야당 분들과 뭔가 긴밀한 끈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충분히 가능하죠. 지금의 야당 사람들에 의해 사무총장이 된 거니까요. 제가 당시 상황을 잘 아는데, 원래 노무현 정부는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을 사무총장에 밀려고 했는데 잘 안 됐죠. 급작스레 대안을 찾다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의 비서실장 경력이 있는 이 양반을 사무총장으로 만들기로 한 거죠. 반 총장 본인도 노무현 대통령의 배려를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고요.”

 

2011년 사무총장 연임 전 비노계에서 반 총장을 대선후보 카드로 고려했습니까.

 

그때도 (비노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 걸로 기억합니다.”

 

2010년 11월 1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반 총장은 2017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보나요.

 

, . 어떤 경우든 독립변수가 됐다, 상수(常數)가 됐다고 봅니다. 본인은 사무총장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하지만.”

 

그러나 반 총장은 대선과 거리를 두려 하죠.

 

대선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비치면 두 가지 점에서 본인에게 불리해요. 사무총장 노릇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유엔 내부에서 비판받을 수 있고요.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에서 자신을 깎아내리고 요모조모 뜯어보는 일이 자꾸 생긴다는 점이죠. ‘옛날 어디서 뭐 했더라식으로 자꾸 나오면우리 국민이 그런 가십에 약해요. 못 견딜 거예요.”

 

지금 반 총장의 대응이 모범답안이다?

 

정답만 말하는 거죠. 안 나온다는 말은 죽어도 안 하잖아요.”

 

안 나온다고 해놓고 나중에 바꾼 분도 많잖아요.

 

반 총장의 경우, 약속을 어긴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 나온다는 말은 피하는 것 같아요.”

 

최상의 시나리오

 

김 전 의원은 반 총장이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비무장지대(DMZ) 개발 같은 데에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공유 지점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야당으로 갈 것 같나요? 그렇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요.

 

냉정하게 보자면.”

 

냉정하게 봐주세요(웃음).

 

반 총장은 여야 중 어디를 선택해도 전혀 갈등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새정연과 일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있다고 말할 순 없어요. 반 총장의 성미나 이념 성향은 새누리당에 훨씬 가깝지 않나 생각해요. 박 대통령이 뉴욕에서 몇 차례 반 총장을 만났고, 특히 내가 알기로는 박 대통령이 비무장지대 개발에 대해 반 총장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겁니다.”

 

박 대통령은 1113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비무장지대를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해 남북한이 생명과 평화의 통로를 만들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반 총장은 2013826유엔 차원에서 이 계획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 사업에 관심이 큰 것 같아요.

 

지난 대선 때 내가 박 후보에게 그 아이디어를 열심히 이야기했거든요. 미 의회 연설할 때도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어요. 그대로 하셨어요.”

 

여권 일각에선 반기문 총장 방북 남북정상회담 비무장지대 개발이나 북핵협상 진전 반 총장 대선 출마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더군요.

 

박 대통령 임기 중에 당연히 해야죠. 그런 문제를 반 총장이 주선하면 차기 대통령이 되지 않겠어요? 두 분 상호 간의 이해, 공통의 관심, 소통이 이미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차기로 민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죠.”

 

나이가 너무 많은 부분은.

 

글쎄, 1944년생인데

 

박 대통령이 나이 많은 분 좋아하긴 해요(웃음).

 

비서실장 하는 분도 나이 지긋하고 점잖은 분이고.”

 

“6, 7, 8로 가면 어떨지

 

한편 여권 관계자 B씨는 반 총장은 대선에 나올 것이라면서 반 총장의 자질과 관련해선 안철수, 고건, 정운찬처럼 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 총장이 갑자기 뜨는데.

 

권노갑 씨가 왜 저러는지 좀 의아해요. 반기문을 흠집 내려는 건지. 나는 이쪽과 이야기 다 됐다고 들었거든요. 반 총장이 원래 자기네 사람인 건 맞지. 햇볕 정책도 지지했고. 그런데 지금은 전향한 것 같은데요. 반 총장이 대응을 잘하고 있어요. 안 나오겠다는 말은 안 하고.”

 

반 총장이 대통령감으로 어떤가요.

 

거론되는 분들 중에 이 되는 분이 그분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체감지수로요. 반기문은 명품 중의 명품으로 포장돼 있으니까. 예컨대 김무성 대표가 아이스버킷 챌린지 하는 장면 보면 왠지 네티즌이 셀카로 대충 찍은 것 같고, 반 총장이 유엔에서 활동하는 장면 보면 왠지 BBC 같은 데서 세련되게 제작해준 것 같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메인 스트럭처만 보자고요. 야권의 대선후보급이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정도인데요. 박 대통령이 반기문은 누구랑 붙어도 이긴다고 계산하지 않았을까요? 다만 나이는 73, 4, 5까진 괜찮은데 6, 7, 8로 가면 어떨지. 아마 박 대통령은 나이 따윈 문제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에 신뢰가 두텁다고 봅니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서 충북 음성에 반기문 기념관세우고 확충한다고 그러죠. 성의가 있잖아요. 나를 갈구는 사람보단 나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더 끌리고, 둘 다 도와주면 더 많이 도와주는 사람에게 더 끌리고, 이게 인지상정이죠. 야당이 반기문에게 뭘 해줄 수 있나요? 거기서 손학규 망가지는 거 다 봤는데. 반면 여긴 대통령이 정성껏 대해주는 것 같고.”

 

좀 다른 이야기인데, 김무성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거론하자 청와대가 격하게 반응했어요.

 

참다참다 그랬나봐요.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하면 진짜이런 기분도 좀 있었다고 해요. 그러고 난 후 김 대표가 누그러져서 박 대통령의 공무원연금 개혁 총대 메고 있고. 김 대표가 한때 대선주자 여론조사 1등 하니까 잠깐 오버한 듯해요. 그러나 앞으로도 기회를 보겠죠.”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면 언제쯤 데뷔할까요.

 

“201612월 사무총장 퇴임 후에도 상당 기간 침묵하겠죠. 일찍 나오면 상처받을 일만 있지 득점할 일은 없으니. 또 일종의 전략공천이니까. 전략공천 못 받는 분들은 미리 나와서 준비해야 해요. 반 총장은 아마 2017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한두 달 전쯤 정계 입문과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을까 해요.”

 

권력의지 가진 외교관

 

출판됐으나 시중에 배포되지 않은 유엔본부 38

 

새정연 측은 반 총장은 노 대통령을 생각해서라도 새정연에서 정치해야 한다, 여기 들어와도 경쟁력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 반 총장은 새정연과의 접촉설을 부인하죠.

 

새정연으로선 반 총장이 바람난 와이프느낌일 거예요. ‘남편, 다 용서해줄 테니 이제 집에 들어와라이러는 거죠. 그러자 와이프는 싫어요. 난 이 오빠(박 대통령?)한테 갈래요. 이 오빠가 집도 사주고 차도 사준다고 해요.’ 이런 형국이죠.”

 

그러나 권노갑 고문 말로는, 반 총장 측에서 새정연 대선주자 의사를 타진해왔다는 건데.

 

아니, 남편이 답답한 김에 처제 붙잡고 하소연하면, 처제는 뭐, ‘언니 곧 돌아오실 거예요. 형부, 너무 걱정 마세요이렇게 말하지, 뭐라고 하겠어요.”

 

안철수 현상에 빗대 반기문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반 총장이 제2의 안철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안철수는 자신에게 쏟아진 엄청난 국민적 기대를 주체하지 못했어요. 경험 부족이죠. 반기문은 유엔 총장 10년에서 나오는 경륜을 갖고 있어 안철수와 다를 것 같아요. 안철수 현상이 지금 살아 있으면 반기문은 안 나오죠. ‘나는 출마 안 한다고 잘라 말하겠죠. 반 총장이 보기엔 레드카펫이 깔려 있는데 아무도 없거든요. 자기가 걸어가기만 하면 될 것 같거든요. 중동 화염 속에서 연설하다 목이 상했다던데결국 본인 건강, 더 축약하면 운이 있느냐 여부인 것 같아요.”

 

반기문 대권 출마설이 많이 보도되면 유엔 쪽에서 반 총장이 레임덕에 빠지거나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생각만큼 영향은 없을 것 같아요. 뉴욕에 있는 유엔 사람들이 한국 정치 뉴스를 얼마나 보겠나 싶어요. 거기서 누가 반 총장이 다음 한국 대통령으로 유력하대그러면 상대는 그래?’ 이렇게 말하고 끝이죠. 예를 들어 우리도 누가 미국 대사가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유력하대그러면 그래?’ 이러고 끝이잖아요. ‘그래? 그럼 그 대사가 대사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 안 하잖아요. 반 총장도 마찬가지겠죠.”

 

반 총장이 총장 임기를 마친 후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꽤 있는데요.

 

정치 지형이 급변하면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직장은 놀이터죠. 한 놀이터를 떠나면 다른 놀이터를 찾게 돼요. 아무래도 비슷한 수준의 놀이터를 원하겠죠.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쉽게 된 게 아닙니다. 본인이 각국 정부를 상대로 득표 노력을 상당히 한 걸로 알아요. 그는 권력의지를 가진 외교관이라고 봐요.”

 

반 총장이 사과해야

 

반기문 대권설이 나도는 와중에 반 총장 동생들의 발언 내용이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의 말에 실망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반 총장의 친인척·측근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몇 개월 전부터 권노갑 고문과 접촉했던 분이 연락 와서 식사하자고 제의했는데 거절했다. 그분은 정치도 했고 현재 기업도 한다. 반기문 총장의 동생이 그분 회사의 주요 간부로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 고문에게 반기문 야당 대선 후보 출마 얘기를 꺼낸 사람은 임도수 보성파워텍 회장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임 회장은 자민련 등에서 활동한 적이 있고 반 총장의 동생 기호(60) 씨가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기 때문. 반 총장의 다른 동생인 기상(68) 씨는 경남기업 고문이다.

 

임도수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권 고문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반기호 씨는 측근이란 사람들은 다 형을 파는 사기꾼이다. 측근은 없다. 내가 보장한다. 형님은 여기 와서 정치할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기상 씨는 형님 친구들은 내가 다 안다. 측근이라는 사람들에게 형님을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서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물어보라. 한심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형님과 관련된 책을 줄줄이 30여 권 냈다. 하나같이 엉터리다. 형님은 단언컨대 정치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반 총장 두 동생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김경재 전 의원은 기자에게 말이 지나치다.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으로 들릴 수도 있다. 너무 강하게 부정하다보니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김 전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어떤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겁니까.

 

“‘한심한 사람들’ ‘하나같이 엉터리. 나는 30권이 넘는다는 책 중에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지만 동생의 이런 표현이 책의 저자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책을 쓴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했나요? 반 총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으니까 작가들이 그를 외견상 관찰한 내용이라든지, 그에게 기대하는 내용이라든지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봐요. 동생의 이런 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 반 총장이 사과해야 합니다.”

 

동생들은 반 총장이 정치할 분이 아니다, 정치 생각이 없다고 단정하는데요.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올지는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저런 예측을 하는 것을 두고 동생들이 혈연적 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지나치고요.”

 

문고리 권력?

 

한 여권 관계자도 반 총장의 동생들이 측근은 없다. 내가 보장한다’ ‘형님 친구들은 내가 다 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동생들이 반 총장의 친구들을 다 알고 측근 여부까지 보장한다는 말이잖아요. 동생이면 형의 친구들을 다 아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봐요.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이들의 말을 듣고 , 반 총장의 동생들이 문고리 권력이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어요. 만약 반 총장이 차기 주자로 가시화하면 반 총장의 동생들에게 사람들이 몰릴 것 같네요.”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설이 터지자 보성파워텍의 주가는 10271460원에서 1143510 원으로 두 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는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 전력기자재를 납품한다. 한전은 5월 이 회사를 최우수 품질 기자재 10개 제작사 중 한 곳으로 선정해 기자재 납품 시 검수시험 면제, 주기인정시험 1년 단위 유예 등을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048월 한전 입찰에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적이 있다.

 

김경재 전 의원은 보성파워텍과 경남기업이 반 총장의 동생들을 고위직에 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회사 고문이 반기문 동생인데이 정도만 하더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요새 테마주가 많이 이러고저러고 하니 그것도 즐길 수 있는 것이고, 안철수 테마주 때처럼이라고 말했다. 동생분들이 중견기업의 고위직에 있는 만큼 경제·정치에 식견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이런 평가를 통해 그의 공무담임 자질을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상화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심의관은 최근 유엔본부 38: 유엔과 반기문 리더십’(나남)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반 총장 측의 요청으로 시중에 배포가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출마설이 과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반 총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쓴 이런 책이 배포되지 않은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반 총장 측이 지나치게 몸조심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책을 구해 내용을 살펴보니, 반 총장은 오전 5시에 기상하고 아침 8시 반에 업무를 시작하며 관저에 와서도 자정 넘게 일한다. 2012년 한 해 동안 그는 29만 마일을 비행했고 각국 정상과 270회 통화했다고 한다. 대단한 열성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지

 

특별히 주목을 끈 것은 반 총장의 언론 일정이었다. 그는 2012년 한 해 동안 기자회견 36, 기자단 접촉 60, 언론 인터뷰 76회를 소화한 것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은 1년에 1~2회 기자회견을 한다. 유엔의 언론 소통 문화를 체득한 반 총장은 국내 어떤 정치인보다 언론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일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우리 정치가 제왕적 대통령’ ‘불통 정치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과 관련해 시사점이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 따르면 반 총장은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 때 세계 금융·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조 달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 총장에게 그런 천문학적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니 유엔 사무총장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지라고 농담했다. 결국 1100억 달러가 조성됐다고 한다.

 

파키스탄의 소녀 말랄라 유스프자이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했을 때 반 총장은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책 읽는 소녀(girl with a book)’”라고 말했다. 그후 페이스북에 책 읽는 소녀페이지가 개설돼 수많은 그림과 사연이 올라왔다고 한다. 유엔 사무총장의 한마디가 긍정적 힘을 발휘한 사례였다.

 

반 총장 측은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연임된 사실은 반 총장의 업무 수행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라고 말한다. 이상화 심의관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파국을 피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변화를 유도하는 능력을 반기문의 최고 능력으로 꼽는다. 반 총장은 테러리즘, 기후변화, 여성, 식량, 에너지, 군축, 보건, 문명 간 대화에서 성과를 내왔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그러나 몇몇 외신은 반 총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해왔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20089월 반 총장을 투명인간(Invisible Man)’이라고 했다. 짐바브웨, 수단, 코소보, 그루지야 사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저널포린 폴리시도 그를 투명인간’‘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으로 칭했다. 그의 오랜 별명인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라는 표현도 자주 썼다. 비판적 외신들은 영어 연설도 진부하고 감동이 없는 편이니 바꿔보라고 권했다.

 

조국에 대한 소소한 배려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력만으로 한국 대통령이 됐다.’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외신이 201712월 부정적 시각으로 반기문 대통령 당선을 보도한다면 우리 국민의 격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성공한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대통령이 됐다.’ 이런 평가가 나와야 마땅하다. 따라서 반 총장은, 물론 지금도 열심히 하겠지만, 성공한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유엔 사무총장의 영상축하 메시지는 전 세계 모든 행사장이 바라마지 않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러나 총장은 너무 바쁘고 영상 메시지 제작엔 시간이 걸린다. 희소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한국으로 보낸 총장의 영상 메시지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반 총장은 국내 인사들에게 손편지를 자주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국에 대한 이런 소소한 배려들은 이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반 총장은 지난해까지 여름이면 국내에 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이 역시 소소한 배려에 속한다. ‘새정연 후보로 대선 출마 타진같은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동생들이 왜 저렇게 거친 말을 내뱉는지에 대해, 국내 정치권도 문제지만, 반 총장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소소한 배려 대신 선택과 집중에 더 유의해야 한다. 전 세계가 IS(이슬람국가)의 테러 때문에 난리인데 유엔 사무총장이 이를 수십 가지의 일상적 업무와 똑같은 비중으로 논평해선 곤란하다. 그가 조국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북한 문제에 더 열의를 보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는 전 지구적 의제들을 제시하고 여기에 70억 인류의 의지가 결집되도록 노력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퇴임해야 한다. 반 총장이 유엔 본부 38층에서 청와대 본관 2층으로 집무실을 옮길 수 있을까. 그것은 역설적으로 유엔에서 남은 2년에 의해 결정될지 모른다.

 

신동아  2014년 12월호 / 허만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