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입양아냐고요? NO, '덕수' 같은 아버지 계세요"
[영화 '국제시장' 막순이役, 스텔라 최 인터뷰]
돈 벌러간 월남서 만난 부모, 평양 출신인 외조부모 등… 가족사, 영화 내용과 비슷
UCLA 졸업 후 댄서로 활동 "영화 출연, 엄마 환호하셨죠"
영화
'국제시장'에서 '막순이'는 참 많은 관객을 울렸다. 흥남철수 때 헤어져 미국에 입양됐다 TV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오빠와 만나는 막순이를 연기한 이는 재미 교포 2세 배우 스텔라 최(41). 상봉 장면에 다큐멘터리 같은 감동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최씨의 눈물 연기였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진짜 입양아 출신이냐고 묻는다"고 하자 그녀는 수화기 너머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우리 부모님 멀쩡히 살아 계세요, 하하하."
15일 새벽(한국 시각) 미국 LA 집에서 전화를 받은 최씨는 "한국 영화에 참여하고, 그 영화가 큰 히트작이 되고….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다"고 했다. LA에서 나고 자란 최씨는 한국말을 거의 못해 대화는 모두 영어로 진행했다. 국내 언론 인터뷰도 처음이다.
◀이달 초 미국 LA 한 극장에서 영화‘국제시장’을 본 스텔라 최. 최씨는“우리 가족도 1980년대 초 이산가족 찾기 TV 프로그램을 LA에서 보며 눈물지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Ode to My Father(아버지를 위한 송가)’. /스텔라 최 제공
"UCLA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오래 꿈꿨던 댄서 일을 시작했어요. 폴 매카트니 투어 댄스팀으로 2년쯤 함께하기도 했죠. 월마트와 웰스 파고(금융회사) CF에도 모델로 출연했어요. 연기를 한 지는 오래됐지만 눈에 띄는 역할을 한 건 없어요." 최씨는 지난해 친구들과 재미로 찍은 '당신 어떤 아시안이야(What kind of Asian are you)?'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내 편견을 코믹하게 조롱하는 내용. 이 동영상을 국제시장의 제작사가 봤고, 작년 3월 막순이 역을 뽑는 미국 LA 오디션에 최씨를 불러냈다. 다섯 달쯤 뒤 제작사에서 '배역을 맡아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흥분했죠. 어머니께 '한국 영화에 출연하러 한국 간다'고 했더니 평생 딸에게 일어났던 어떤 일보다 더 기뻐하셨어요."
막순이를 뽑는 오디션에는 200여명의 재미 교포 배우가 참여했다. 최씨는 "영화 내용이 우리 가족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몰입할 수 있었고, 그런 순수한 감정 표현을 잘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외조부모님이 평양 출신이세요. 광복 후엔 외할아버지가 서울에서 영화 제작을 했는데 잘 안 됐대요. 베트남전이 일어났을 때 어머니가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일하셨고요. 군인이나 상사 주재원처럼 가족을 부양하려고 홀로 베트남에 가신 거죠. 그때 사이공에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서 미국에 이민 오신 것으로 알아요." 최씨는 "주변에 미국에 입양된 친구들이 꽤 있어서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국제시장 속 덕수의 삶은 미국 교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영어가 서툴렀던 그녀의 아버지(81)도 자식들을 키우려 뭐든지 했다. "주유소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 6일 일하셨죠. 휴일에도 출근하기 일쑤였고. 어렸을 때 아빠 얼굴 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아, 자꾸 눈물이 나네…."
◀‘국제시장’에서 미국에 입양된 막순이가 TV 화면으로 오빠 덕수를 만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씨는 이달 초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된 뒤 LA에서 어머니, 두 언니와 함께 영화를 봤다. "극장이 눈물바다였어요. 다들 하도 울어서 눈이 빨개져 가지고….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관객들이 저를 알아보고 막 몰려들었어요. 같이 사진 찍자고."
최씨는 "한국에서 이 영화를 1000만명이 봤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지금은 모든 게 풍요로운 시대고, 한국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힘있는 나라잖아요. 그 작은 나라가 여기까지 오려면 어떤 일을 겪었을까. 나이 든 세대는 자기들 이야기를 보고 싶고,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의 경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를 본다는 건 깊은 감사의 표현이기도 할 거예요."
최씨는 "영화를 본 뒤 어머니와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게 돼 가장 기쁘다"고 했다. "아버지가 몸이 좀 불편해서 극장에 못 가세요. DVD가 나오면 꼭 가족이 다 모여서 한 번 더 영화를 볼 거예요. 그리고 부모님과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요."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 입력 : 2015.01.1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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